운사월운(雲駛月運) 주행안이(舟行岸移)는 『원각경』 금강장보살장의 한 구절이다. 구름이 달려서 달을 움직이는 것 같고, 배가 움직여 언덕을 옮기는 것 같다는 것이다. 같은 경전에 망견공화(妄見空華)라는 말도 있다. 달도 언덕도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데, 구름이 달리고 배가 움직여서 달과 언덕이 치달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지켜보는 자’는 그 자리에서 알아차리고 있을 뿐인데 헛것이 세상을 채우고 있다. 자주 쓰이는 비유에 의하면, 영화의 하얀 스크린은 그 무엇에도 물들지 않고 그 자리에 있으나, 스크린 위로는 전쟁도 지나가고 쓰나
보통 일이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급등하면서 4월 8일 현재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다시 7백 명까지 급증했다. 전날보다 30여 명이 늘어나면서 지난 1월 7일(869명) 이후 91일 만에 최다를 기록했다. 양성률도 1.51%에 달하고 있다. 양성률은 병에 걸릴 확률을 말한다. 때문에 양성률 1.51%라는 말은 우리나라 인구 전체를 검사할 때 100명 당 1.5명이 확진된다는 말이다. 무서운 상승세다.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확진자 증가세가 계속되면 3차 유행기의 정점기 직전과 같은 상황에
과거 학교폭력을 폭로하는 미투가 최근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유명 스포츠인과 연예인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십 수 년이 흘러도 잊히지 않고 더욱 기억이 또렷하게 남아 있다는 피해자들의 증언은 폭력이 던져주는 수모와 아픔이 얼마나 크고 깊은 것인지를 말해준다.부처님께서는 남을 괴롭히거나 죄없는 사람을 모함한 죄업에 열 가지 재앙이 따른다고 하셨다. 이를 요약해 전하자면 “살아서 못 견딜 고통을 받고/몸을 다쳐서 불구자 되며/저절로 병이 들어 괴로워하고/낙담하여 정신이 혼미해지네. 항상 남에게 모함을 받고/혹
1,700년 한국불교의 정통법맥을 이어온 대승교화종단인 한국불교태고종에는 다른 종단과 달리 총무원에 전법사부가 있다. 태고종단의 종헌·종법 ‘제5장 종단의 구성’에는 “승려[출가승려와 전법사(재가승려)] 및 신도(재가자)의 육부대중으로 구성한다”고 되어 있다. 사부대중이라는 말에 익숙해진 불자라도 육부대중이라는 말은 생소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국내 불교종단은 대부분 남녀 승려인 비구와 비구니, 남녀 신도인 우바새(거사)와 우바이(보살) 등 사부대중(四部大衆)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태고종 교단은 승단으로 ①②남여 출가승려
미얀마 군경에 의한 미얀마 국민들의 살상이 끝을 모르고 있다. 미얀마 군경들에게 미얀마 국민들은 더 이상 미얀마 국민들이 아니다. 자신들의 권력과 탐욕을 가로막는 장애물일 뿐이다. 어떤 이들은 작금의 미얀마 사태를 지켜보면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떠올리기도 하고, 4.19 민주혁명을 떠올리기도 한다. 그나마 그들은 광주 망월동 국립묘지와 서울 수유리 국립묘역에 평안히 잠들어 있다. 지금 피를 쏟으며 죽어가고 있는 미얀마 국민들은 과연, 뒷날, 그렇게 묻힐 묘지라도 있을까.외신에 의하면 3월 23일 현재 미얀마 군경의 총탄에 맞아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나라를 먹어버렸다. 한순간에 국민을 집어삼켜버렸다. ‘공평’과 ‘공정’과 ‘정의’를 무너뜨려버렸다. “이러고도 나라냐”는 탄식이 곳곳에서 들린다. 특히 2030세대의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왜 이리 되었는가. 어쩌다 이리 되었는가. 문(文) 정부가 그리도 부르짖었던 공평과 공정과 정의는 어디로 사라져버렸는가.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꼭 문 정부만 탓할 일도 아니다. 정부와 정권을 꾸짖기 전에 우리 먼저 들여다보자. 결론은 이미 나와 있다. 결국은 ‘우리가 우리를’ 집어삼켜버린 것이다. ‘우리가 우리를’ 그렇
중국 당나라 때 장과로(張果老)는, 바로 앞 세대 신라 원효 스님처럼 대중 속으로 깊숙이 들어왔던 도인이었다. 그가 타고 다니던 흰 당나귀는 하루에 수만 리도 거뜬히 걸을 수 있었고, 쉴 때는 당나귀를 얇은 종잇장처럼 접어 작은 상자 속에 넣을 수 있었으며, 맑은 물을 뿌리면 다시 건장한 당나귀로 복원되었다고 한다. 당나귀의 다리는 꿈속의 청산을 오르는 것처럼 피로를 몰랐다고도 한다. 작은 상자 속으로의 응축과 큰 생명 덩어리로 자유자재하는 것이 ‘두루 나타나면 온 세계를 다 감싸지만 거두어들이면 티끌 속에도 있는’ 한마음의 본질을
산사와 인연을 맺은 지 올해로 38년째이다. 외갓집에 출가한 스님 덕분에 불가와의 인연은 더 깊어진 셈이다. 대학을 전후로 맺은 불가와의 인연은 언론인으로 33년을 보내는 동안 넓고, 때론 깊은 사연으로 이어졌다. 불가와의 인연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어렴풋이 일깨운 시간이다. 승보종찰 송광사로 속가 동생이 출가했기 때문이다.송광사와의 첫 대면은 필자가 먼저 했지만, 출가는 속가 동생이 한 기이한 인연 덕분에 선암사에도 가 볼 기회가 있었다. 순천 조계산 주봉 장군봉이 사천왕으로 태고총림 선암사를 외호하고 있는 선암사는 3무의 전설과
최소 54명 사망. 지난달 1일 미얀마에서 군부쿠데타가 발생한 이후, 지난 5일까지 유엔이 집계해 발표한 사망자 숫자다. 미얀마 군부의 철저한 언론통제로 현재, 몇 명이 죽었는지 정확한 집계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외신에 의하면 부상자도 수천 명이 넘는다고 한다.4.19 민주혁명과 5.18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수백 명의 생목숨이 꽃으로 져간 ‘피’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우리이기에, 미얀마의 현 사태는 절대로 남의 일 같지 않다. 군부쿠데타를 반대하는 민주화 평화시위대를 향해 정조준 실탄사격을 하고, 군화발과 곤봉으로 무참히 짓밟
춘분(春分)이 어느덧 코앞으로 다가왔다. 살을 에는 추위는 물러갔지만 일교차가 심해 자칫 감기에 걸릴 위험이 높다. 요즘 감기에 걸리면 다른 시기와 달리 불편한 게 이만저만 아니다. 코로나19 확진자로 오해받기 쉬울 뿐 아니라 이러한 땐 몸도 마음도 푹 지치게 마련이다. 사람은 행복의 조건 중 하나로 건강을 꼽는다. 건강이 무너지면 행복 또한 지킬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강은 행복과 긴밀한 상관관계를 갖는다. 건강한 사람은 신체활동에 있어서 적극성을 띤다. 무엇보다 신체활동은 인간의 불안감과 우울증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
입학시즌이다. 한국불교태고종도 지난 3월 3일 중앙승가강원 입학식을 시작으로, 4일엔 전법사교육원 입학식이, 8일엔 동방불교대학 입학식이 차례로 봉행됐다. 총무원장 호명 스님을 비롯한 각급 기관장 스님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불교전통문화전승관 1층 대회의실에서 거행된 입학식을 지켜보면서, 입학에 임하는 학인 스님들과 예비 전법사들의 눈망울이 학구열로 초롱초롱 빛나는 것을 보았다. 기쁜 일이다.중국 고전 관자(管子)에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말이 나온다. “일 년의 계획은 곡식을 심는 것이 제일이고, 십 년의 계획은 나무를
꿈은 무의식중의 현상이다. 그러므로 꿈을 꿀 때 의식은 끊어져 있다. 무의식과 의식은 빛과 어둠처럼 동거가 불가능하다. 의식한다는 것은 이미 무의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난밤에 꾸었던 꿈을 깨서 선명하게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 무의식중의 사건이 의식의 표면 위에 비추어지는 것이다. 꿈은 꿈을 꿀 때만 존재하는 것이므로, 꿈속의 나는 이미 사라지고 없다. 사라진 꿈속의 내가 꿈의 기억을 의식에게 배달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지방과 단백질 덩어리인 뇌가 뉴런의 전기적 화학적 작용을 통해 시냅스 말단조직 어디에 꿈의 기억을
우리의 속담에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 또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는 말이 있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그 상황을 즐겁게 그리고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는 말로 이해된다. 요즈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입장에서는 이와 같은 속담이 딱 어울리는 때가 아닐까 싶다. 지금은 코로나19의 전염병으로 인하여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사람들이 미증유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시대이다. 때문에 자의든 타의든 간에 다양하고 일정한 제약으로 인하여 각자의 행동에 일부분 불편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입장은 참으로 안타깝다.그러나 이러한
가 다시 숨 쉬게 됐다. 한국불교태고종 총무원장 호명 스님은 지난 2월 5일과 8일 중앙지(방송사) 종교담당 기자단 및 교계기자단을 상대로 각각 신년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년 여 동안 휴간상태에 있던 를 3월호부터 정상 발행한다고 전격 발표했다.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는 일제강점기인 1924년 7월 권상로 스님이 창간한 우리나라 최고의 불교전문잡지다. 이후, 일제의 강압과 재정난 때문에 1931년 5월 제83호를 끝으로 권상로 스님이 일선에서 물러나자 한용운 스님이 이어받아 1933년 제108호까지
이번 겨울에도 어김없이 조류독감(Avian influenz, AI)이 발생했다. 또한 어김없이 AI에 걸린 조류(닭·오리)들에 대한 대량 살처분이 이뤄졌다. AI나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이나 구제역(Foot and Mouth Disease, FMD) 등이 발생하면 방역당국은 ‘예방’을 목적으로 병에 걸린 가축은 물론, 주변 농장에 있는 ‘쌩쌩한’ 가축까지 대량 살처분을 실시한다.가축전염병이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는 된다. 또한 그런 가축전염병이 인간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코로나 시국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국 대학과 초중고교에서 비대면 졸업식이 개최되고 있다. 졸업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도전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상급학교로 진학하기도 하고, 대학 졸업생들은 사회진출의 첫발을 내딛는다. 우리 종단의 동방불교대학도 3월 2일 졸업식을 갖는다. 이러한 졸업시즌을 맞아 친한 지인과 가족들은 선물을 통해 그들의 새로운 출발을 격려하고 축하한다. 선물은 당사자에게 값져야 한다. 값진 선물이란 비싼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비록 금액으로는 얼마 되지 않는 초라한 물건이더라도
망망대해에서 배가 난파되자 비구 5명이 포낭(包囊: 가죽에 바람을 채운 구명정 같은 것)에 목숨을 부지한 채 표류하고 있는데, 나찰이 나타나서 그 포낭을 내놓으라고 한다. 비구들이 안 된다고 하자 절반만 달라고 하고, 다음에는 절반의 절반만 달라고 해도 계속 거절당하자 마지막으로 조금만 떼어 달라고 조르지만 비구들은 완강하게 안 된다고 한다. 포낭을 조금이라도 떼어주면 바람이 빠져서 모두 익사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계율이 깨지면 계율 전체가 깨지기 쉽다는 것으로 지계(持戒)바라밀을 강조한 비유이다.승단에는 수행자들이 지켜야 할 비구
이 세상의 모든 이치는 왕복(往復)의 원리다. 비행기도 왕복표가 있고 기차도 왕복표가 있다. 왕복이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왕복을 다시 일상생활에서 살펴보자. 이른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 저녁에 잠자리에 들어가는 것도 왕복이다. 집에서 직장에 갔다 다시 집에 돌아오는 것도 왕복이며, 학생이 학교에 갔다 집에 돌아오는 것도 왕복이다. 수없이 떴다 감았다 반복하는 눈도 왕복이며, 들숨과 날숨을 이어가는 숨도 왕복의 연속이다.그러므로 우리의 생사도 마찬가지다. 태어났으니 죽는 것은 기정 사실이다. 갔으면 다시 오고, 왔
지난 1월 14일, 정부는 국민정신건강을 직접 챙기겠다고 발표했다. ‘마음이 건강한 사회, 함께하는 나라’라는 기치를 내걸고 정신의료서비스의 획기적 개선 등 5년간 2조 원을 투입하겠다는 내용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정신건강의 수요는 늘고 정신건강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작금의 사회에서 많은 국민들이 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 결코 개인적인 문제만은 아니라는 점에서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이에 앞서 지난 2016년에는 국민의 정신건강을 위해 인문학법이 제정되었다. 인간 존엄을 바탕으로 국민의 자율성과 창의 존
한국불교태고종 총무원장 호명 스님은 지난 2월 5일과 8일 종교담당 기자단과 신년기자회견을 갖고 불기 2565년 종단의 주요현안과 계획을 설명했다. 지난 2019년 6월 임기 시작 후 기자들과는 처음 갖는 신년기자회견이어서 많은 기자들이 참석해 태고종의 현안과 앞으로 나아갈 길을 듣고 물었다. 기자들의 관심이 가장 많이 집중된 것은 역시 태고총림 선암사 문제였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이 ‘선암사 전통야생차체험관 건물철거 소송’과 관련, “실질적으로 사찰이 누구 것인지 실제 모습을 근거로 판단해야 한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지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