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54명 사망. 지난달 1일 미얀마에서 군부쿠데타가 발생한 이후, 지난 5일까지 유엔이 집계해 발표한 사망자 숫자다. 미얀마 군부의 철저한 언론통제로 현재, 몇 명이 죽었는지 정확한 집계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외신에 의하면 부상자도 수천 명이 넘는다고 한다.

4.19 민주혁명과 5.18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수백 명의 생목숨이 꽃으로 져간 ‘피’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우리이기에, 미얀마의 현 사태는 절대로 남의 일 같지 않다. 군부쿠데타를 반대하는 민주화 평화시위대를 향해 정조준 실탄사격을 하고, 군화발과 곤봉으로 무참히 짓밟고, 민주인사를 야간에 불법 체포해 감금하고 고문하다 죽게 만드는 미얀마 군경의 야만적 행위를 지켜보면서, 인간의 폭력과 야만성의 끝은 어디까지인지, 생명은 왜 생명인지, 회의감마저 든다.

미얀마는 오랜 불교국가다. 부처님의 비폭력과 자비의 정신으로 무엇보다 소중히 여겨야 할 인간의 목숨을 권력이라는 탐심 하나 때문에 무참히 살육하는 저들의 행태를 보면서, 미얀마가 과연 불교국가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하지만 아무리 군부가 국민을 자기들 뜻대로 길들이려고 해도 불법(不法)으로 불법(佛法)을 이길 순 없다. 며칠 전에는 미얀마 스님 혼자 큰 도로에 앉아 총칼을 들고 평화 시위대를 향하는 군경을 막아선 장면을 보았다. 그 스님에겐 부처님법으로 무장한 용기가 있었던 것이다. 잔인한 군경의 총부리를 두려워하지 않고 민주주의를 외치는 평화시위대의 앞줄에도 언제나 미얀마 스님들이 서 있다. 미얀마 스님들은 알고 있다. 불법(不法)으로 불법(佛法)을 절대 이길 수 없음을. 우리나라 불교계도 어떤 방식, 어떤 형태로라도 미얀마 국민과 스님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미얀마 민주화를 위해 국제적 압박과 협력을 해야 한다. 불교가 불교를 살리지 않으면 누가 불교를 살리겠는가.

 

저작권자 © 한국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