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객 수 100만 명을 돌파한 이승만의 다큐멘터리 영화 이 진짜 ‘건국전쟁’이 되고 말았다. 지난 2월 29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을 서울 한복판인 ‘송현광장’에 짓겠다는 의견을 표명하면서부터다. 사실 이승만의 에 불교 이야기는 한 장면도 안 나온다. 그런데도 이승만의 이 진짜 ‘건국전쟁’이 된 것은 뭣 때문일까. 그러잖아도 화쟁(和諍)과 원융회통(圓融會通)이라는 화합사상으로 꾹꾹 눌러 참고 사는 불교인들의 자존감을 뿌리부터 흔들어놓았기 때문이다. 한국불교의 적통장자종단인 한국불교태
흙이 되기 위하여/ 흙으로 빚어진 그릇/ 언제인가 접시는/ 깨진다. // 생애의 영광을 잔치하는/ 순간에/ 바싹/ 깨지는 그릇, / 인간은 한 번/ 죽는다.// 물로 반죽되고 불에 그슬려서/ 비로소 살아 있는 흙,/ 누구나 인간은/ 한 번쯤 물에 젖고/ 불에 탄다.// 하나의 접시가 되리라./ 깨어져서 완성되는/ 저 절대의 파멸이 있다면, / 흙이 되기 위하여/ 흙으로 빚어진/ 모순의 그릇.- 오세영의 〈그릇〉 전문 한 달 전 즈음 한국시단의 거목인 오세영 시인을 모시고 저녁 식사를 했다. 이날 저녁은 올해 〈한국불교신문〉 신춘문예
3월 20일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는 춘분(春分)이다. 음과 양의 기운이 서로 반씩이어서 춥고 더운 정도 또한 같다는 날이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것은 지나침과 모자람 그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는 가운데에 덕(德)이 존재한다는 것으로 중용의 뜻이 있다.▷봄과 가을은 낮과 밤의 길이가 비슷해서 어느 한쪽에 기울지 않은 계절이다. 공자는 자신이 서술한 노나라 역사서의 제목을 《춘추(春秋)》라고 지었다. 균형 잡혀 있음을 제목에 담은 것이다. ‘춘추필법’이라는 말도 여기서 생겨났다. 《춘추》와 같이 엄정하고 비판적인 태도로
김제이(시인)아파트에 살며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는 일은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다. 엘리베이트를 타고 내려가다 다른 사람이라도 만나면 나도 모르게 쓰레기봉투를 뒤로 감추고 한발 물러서게 된다. 날이 따듯해 지면 더 곤혹스럽다. 하루만 안 버려도 냄새가 나고 날파리가 생긴다.음식물쓰레기가 귀하던 시절이 있었다. 예전 시골에서는 쌀뜨물 한 바가지 밥알 한 톨을 버리지 않았다. 모두 돼지의 먹이로 썼다. 지금도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해 일부는 가축의 사료로 만든다고는 하지만 각종 이물질이 섞여 있고 부패하기 쉬워 쉽지 않은 일이라 들었다.
우리는 해외여행을 하기 위해서 비행기를 자주 이용한다. 비행기는 머나먼 외국으로 가기 위해서 어떤 이동 수단 가운데 으뜸으로 손꼽히고 있다. 비행기에 탑승하고 이륙 후 우리는 비행기 아래로 무한정 펼쳐진 구름들을 보며 상념(常念)에 젖기도 한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이유로는 무한한 자연의 신비로움을 느껴서 일 것이다.우리들이 자연의 신비한 변화를 예를 들 때면 흔히 물을 비유하곤 한다. 바로 액체 성분이었던 물이 더운 기운을 만나면 기체가 되어 증발하여 구름의 형태가 되었다가 이 구름이 추운 기운을 만나면 빗물이 되어 온 산하대지를
바야흐로 눈으로 뒤덮이던 산하대지는 예전보다 빠르게 초봄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겨울이 더 이상 예전과 같은 동장군의 맹위를 떨치지는 못하지만 소시민의 입장에서 봄을 기다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가운데서 가장 큰 이유를 꼽는다면 따뜻함과 함께 다가오는 봄의 전령사들을 기다리는 일일 것이다.지금 반도의 가장 남녘땅인 제주도 산방산은 그야말로 노랑 물감으로 온통 터치한 캔버스처럼 유채꽃이 금색물결을 이루고 있고, 불보종찰 통도사에는 강렬한 선홍빛 홍매화가 참배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으며, 경주 보
사이채(문학평론가)‘바쁜 직장인’, ‘놀 시간 없는 초등학생’, ‘손주 돌보미 할머니’ 등등, 언제부터인가 떼어놓을 수 없는 고유명사처럼 느껴지는 현상이 늘어난다. 세상이 복잡다단해졌으니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이라고는 하지만 씁쓸한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거기에다 소란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으니 우리는 정신 없이 하루하루 산다. 그야말로 살아낸다. 필자만 해도 하루에 서너 가지 종류의 일을 한다. 해치워야 한다고 할까. 그러니 우스갯소리로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라고 푸념할 때가 있다. 바쁘지 않으면 불안하
요즘 4월에 있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거짓말이 횡행하고 있다. 서로가 거짓말을 한다며 국민은 아랑곳 않고 뻔뻔하게 공격하는 행태가 점입가경이다. 금방 드러날 거짓말을 태연히 하는 걸 보면 그 이중성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거짓을 진실인 양 위장해 사람을 속이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이같은 위장은 오래가지 못하고 오히려 패가망신의 원인이 된다. 이에 대한 교훈을 담은 일화를 설봉의존(雪峰義存, 822~908)선사에게 찾아볼 수 있다.설봉의존 선사는 침체일로를 걷던 중국 선종에 다시금 활기를 불러일으켰던 인물이다. 선사는 자신
입춘(立春)이 지나 경칩(驚蟄)을 앞둔 시점이다. 해마다 이 무렵이면 나목(裸木)에서 신록(新綠)이 돋길 바라게 되고, 그래서인지 책장에서 윤대녕의 소설집을 꺼내서 읽게 된다. 젊은 날의 애틋한 사랑에 보내는 서간문인 〈상춘곡〉은 선운사 주변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화자는 ‘4월말쯤 벚꽃이 피면 그때 다시 만나자’는 여자의 말에 벚꽃이 피기를 기다리다 문득 편지를 쓴다.화자는 선배인 화가 인옥의 전시회에서 한 화가가 외는 《법성게》와 《천수경》을 고즈넉한 기분으로 들으면서 10년 전 봄 선운사 석상암에서 문지방에 목을 걸고 자
이지범 / 북한불교연구소 소장부처님 당시에도 물과 연관된 다툼이 잦았다. 부처님이 교화에 나선 지 5년째 되는 해, 샤까족과 꼴리야족 사이에 일어난 물싸움이 대표적이다. 인도 북부의 작은 로히니 강을 사이에 두고, 평화롭게 살던 두 부족에는 그해 여름 백 년만의 가뭄으로 생존을 위한 다툼이 생겨났다.로히니 강물을 사용하던 양측 두 농부의 다툼은 급기야 부족 전체의 전쟁으로 비화하였다. 두 부족의 용감무쌍한 장군들이 코끼리 부대와 칼과 창으로 무장한 병사들이 앞다투어 로히니 강 언덕으로 모여들었다. 전운이 감도는 로히니 강가에 부처님
2024년 1월 31일 새벽 3시, 카타르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컵 사우디와의 16강전이 전후반 90분을 마치고 추가시간이 1분이 남은 시간이었다. 그때까지 한국은 후반 1분에 터진 사우디 공격수 압둘라 라디프의 선제골을 만회하지 못해 패색이 짙은 그야말로 절대 절명의 순간이었다. 이대로 경기가 끝나면 한국은 16강전에서 탈락함과 동시에 1940년 이후로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의 기회도 얻지 못할 뿐 아니라 36년 동안 이 대회에서 사우디를 이기지 못하는 불명예를 안게 되는 벼랑 끝에 서게 된 상황이었다.한편
얇은 사(絲) 하이얀 고깔은/고이 접어서 나빌레라./파르라니 깎은 머리/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두 볼에 흐르는 빛이/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빈 대(臺)에 황촉(黃燭) 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버선이여,/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깊은 마음속 거룩한 합장(合掌)인 양하고,/이 밤사 귀또리
음력 1월 1일 설날은 한국과 동아시아에서 매우 중요한 민속 명절이다. 설날은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명절이며, 1월은 사계절 12달을 시작하는 첫 달이다.예로부터 우리나라는 한 해의 시작인 설날에 조상님께 차례를 올리며 떡국을 먹었다. 떡국에 들어가는 가래떡의 하얀색은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시작하려는 뜻이며, 긴 모양은 무병장수를, 동전 모양으로 썰어낸 떡은 재복(財福)을 기원한다.지방마다 떡국 모양이나 조리법은 약간씩 차이가 있는데, 개성 지방은 눈사람 모양으로 빚은 조랭이떡국, 북부 지방은 만두가 듬뿍 들어간 떡국, 남부 지방
우리가 쓰는 역(曆)에는 태양력, 태음력, 절기력이 있다. 태양력은 지구가 태양 주위를 한 바퀴 도는 것을 측정해 날을 세어가는 법칙으로 만들었고, 태음력은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을 한 달로 잡고, 여기에 3년마다 한 번씩 윤달을 넣어 계절의 변화를 맞춘 것이다. 음력은 해의 움직임에 따라 결정되는 계절의 변화와 잘 맞지 않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나온 게 절기력이다. 태양의 고도와 그림자의 길이를 측정하여 만든 1년 24절기를 기준으로 하여 순서대로 적어 놓은 것인데, 절기일에 측정한 해의 길이와 태양의 고도는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이형기의 〈낙화〉에서 인용 눈 내리는 겨울이면 필자가 책장에서 꺼내서 다시 읽는 소설이 있다. 후가사와 시치로의 〈나라야마 부시코(楢山節考)〉이다. 이문열 작가는《세계명작산책》에서 이 작품을 아래와 같이 해설했다.“‘우리는 이런 소설의 출현을 위해 50년을 기다려왔다.’이십여 년 전 내가 처음 〈나라야마 부시코〉를 읽고 난 뒤 받은 느낌도 일본 문단의 그것에 비해 작지 않았다. 그것은 감동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전율이었다. 그때 이미 문학청년이 되어 있던 나는
우리는 살면서 수없이 많은 사람을 만나고 무수히 많은 일을 겪는다. 그런 과정에서 무한한 어려움에 부딪치게 되며, 끝없는 고통을 받는다. 물론 잠시 잠깐의 즐거움도 있지만 이는 상대적인 즐거움일 뿐 근본적으로는 무상한 일들의 연속이어서 괴로운 일인 것이다.부처님께서는 생명 있는 모든 존재들은 사고팔고(四苦八苦)를 겪는다고 설하셨다. 태어났으니 늙고, 늙었으니 병들고, 병들었으니 죽는다는 생로병사의 이치는 그 누구라도 부정할 수 없으며 피해갈 수 없다.또한 한편으로는 사랑하는 존재와 헤어져야 하는 애별리고(愛別離苦), 삻어하는 존재와
하도겸(나마스떼코리아 대표)정말 오랜만에 다시 네팔 현지 봉사를 떠나게 되었다. 중국발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은 우리네는 물론 전인류의 삶을 참 많이도 변화시켜놨다. 감염병 방역으로 인해 해외에는 나갈 엄두도 못내게 하고 실제로도 못나가니 당연히 현지 봉사활동은 꿈도 꿀 수 없었던 3년이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햇수로는 4년 만에 찾아가는 네팔이어서 한편으로 매우 설레인다.산골 오지 마을인 땅띵에도 도로가 들어오고 버스도 다닌다는데.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반길까? 그리고 그때 초등학생이던 어린이들은 이제 질
대한민국은 위대하다. 세계적인 팝아티스트들을 배출하고 있고 영화 예술 분야에서도 국제대회의 대상을 거머쥐는 소식들이 연이어 들린다. 스포츠 분야 역시 손흥민 황희찬 이강인은 세계적 스타로 활약중이다. 이런 우리나라가 자살률에서도 OECD국가 중 1위를 달리고 있다. 2022년 통계에 따르면 10만 명당 자살률은 25.2명으로 OECD에서 가장 높다. OECD 평균이 10.6명인데 비해 2배 이상의 수치다. 그것도 10~30대의 자살률이 높다. 새해 벽두 이런 얘기로 우울하게 만드는 게 아쉽지만 희망을 만들기 위해 불가피 언급하는 것
하루라는 오늘 오늘이라는 이 하루에뜨는 해도 다 보고 지는 해도 다 보았다고더 이상 더 볼 것 없다고알 까고 죽는 하루살이 떼죽을 때가 지났는데도 나는 살아 있지만그 어느 날 그 하루도 산 것 같지 않고 보면천년을 산다고 해도 성자는 아득한하루살이 떼 - 오현스님의 〈아득한 성자〉 전문 위 시편은 2연으로 돼 있다. 1연에는 “뜨는 해도 다 보고 지는 해도 다 보았다고 알 까고 죽는 하루살이 떼”의 삶이 묘사돼 있는 반면, 2연에는 “죽을 때가 지났는데도 살아 있지만 그 어느 날 그 하루도 산 것 같지 않은” 시적 화자의 회한(悔恨
이병두종교평화연구원장이번 겨울에는 어느 해보다 비와 눈이 자주, 많은 양이 내린다. ‘겨울에 눈이 많이 내려야 다가오는 봄에 물이 넉넉해서 풍작을 기대할 수 있다’는 옛날 어른들의 말씀을 떠올리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는데, 그리 편하게 생각할 수만도 없겠다.지난 1월 6일 〈연합뉴스〉가 전한 뉴스에서는 “새해 첫 주부터 지구촌 곳곳에서 이상기후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서유럽 국가들은 수일간 이어진 폭우로 물난리가 났고 북유럽에는 25년 만에 기록적 한파가 닥쳐왔다. 영국에서는 1월 4일부터 밤새 쏟아진 폭우로 전역에 300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