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공주는 제71회 백제 문화제 준비로 한창이다. 작년에는 공주보를 막아 황포 돛단배를 띄웠고, 반짝이는 물비늘을 배경으로 미르섬과 공산성을 잇는 배다리를 설치하여 관광객들에게 출렁이는 금강을 걸어서 건너는 멋진 경험을 선물했다. 밤하늘에 불꽃 축제가 펼쳐지면 금강의 물비늘도 백제의 역사를 재현하는 듯 형형색색으로 꿈틀거렸다. 많은 관광객이 찾는 백제 문화제는 공주시민에게 추억이고 설렘이고 자부심이다.

그런데 며칠 전(9월 15일 자 YTN) 뉴스에서 세종보를 두고 환경부와 세종시가 충돌하는 기사가 보도됐다. 환경부 장관은 “세종보가 개방된 상태에서 생태계가 복원되는 측면이 있어 다시 보를 가동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하였고 세종시장은 “시민 협의 없는 세종보 가동 중단을 반대하는 공개 토론을 요청하면서 1년간 시험가동”을 제안했다. 환경부 장관을 앞세운 환경 단체는 금강 본류는 농업용수로 쓰이지 않아 가뭄 대비 논리가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세종시장을 앞세운 시민은 수자원 확보와 친수공간 활용, 재해 예방을 위해 보를 가동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뉴스를 접하면서 몇 년 전 공주보를 두고 시민들과 환경 단체들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일이 떠올랐다. 환경 단체들은 녹조라테를 언급하며 철거를 주장했고, 농민들은 공주보를 설치하면서 강바닥을 파냈기 때문에 철거하면 금강으로 흘러드는 지천들이 급속도로 마르고 지하수위도 낮아져 시설하우스나 농축산업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보존을 주장했다.
갈등이 심화하자 ”MBC 피디수첩“은 공주보 인근 마을 농민들을 찾아가 물 사정을 취재했다. 농민은 예년보다 지하수가 잘 나오지 않아 농사는 물론 가축들의 음용수를 퍼 날라야 하는 고충을 설명했으나 PD수첩은 직접 수도꼭지를 틀어 지하수가 잘 나오는 것을 방영하면서 물 부족 현상은 없다고 보도했다. 당시 틀어놓은 수도꼭지를 손으로 막았다가 떼니 가늘게 흐르던 물줄기가 굵어졌다는데, 기자의 요구대로 시연했던 농민은 왜곡 보도될 줄 몰랐다고 분노했다.

실제 공주보의 건설비는 1,051억 원이고, 예산 시민을 위해 예당저수지까지 물길을 잇는 공사비 1,100억 원, 합쳐서 2,150억 원이 소요됐다고 한다. 또한 공주보를 설치하면서 보 위에 함께 설치한 공도교는 공주시와 우성면을 잇는 다리로 하루 평균 3,500여 대의 자동차가 다니는데 그 다리로 인하여 우성면 사람들이 공주시를 오가는데 20분 정도 빨라졌다.

공주보를 해체하려면 532억 원이나 든다는데, 전 정권이 많은 돈을 들여 건설한 보를 다음 정권이 다시 많은 돈을 들여 부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금강 본류는 농업용수로 쓰이지 않는다는 환경 단체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물길은 연결되어 있고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지천이 모여 이루는 금강의 바닥이 낮으면 지천은 금세 고갈되고, 지하수의 수위도 낮아진다. 결국 물 부족으로 인근 농민들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녹조는 모내기 철 비료 과다 살포가 원인으로 밝혀졌으니 농민들을 계몽하고 수문을 여닫으며 탄력적으로 조절하면 될 일 아닌가.

정치인들은 정권이 바뀌면 전 정부가 한 일이 잘못되었음을 증명하기 위해 열을 올리는데 보수와 진보가 협력하고 상생하는 길은 없는 것일까. 이념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정치 말이다.

백제 문화제가 며칠 남지 않은 오늘, 금강에 나가보니 물 수위가 낮고, 군데군데 모래톱도 드러나 있다. 올 백제 문화제 때는 반짝이는 물비늘도 황포돛배도 배다리도 볼 일은 요원할 것 같다. 금강은 말없이 흐르며 주변을 살리는데, 이념을 추구하는 정치인들은 사회를 시끄럽게 한다.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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