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4일, 정부는 국민정신건강을 직접 챙기겠다고 발표했다. ‘마음이 건강한 사회, 함께하는 나라’라는 기치를 내걸고 정신의료서비스의 획기적 개선 등 5년간 2조 원을 투입하겠다는 내용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정신건강의 수요는 늘고 정신건강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작금의 사회에서 많은 국민들이 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 결코 개인적인 문제만은 아니라는 점에서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이에 앞서 지난 2016년에는 국민의 정신건강을 위해 인문학법이 제정되었다. 인간 존엄을 바탕으로 국민의 자율성과 창의 존중을 기본이념으로, 인간의 가치와 인문정신문화를 진흥하겠다는 목적에서였다. 또한 역사문화유산 관광과 독서활동, 전통문화 교육 수강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인문정신 함양 활동 등을 장려했다. 진정한 인간다움, 스스로 내면을 들여다보고 인간 존엄을 성찰할 수 있도록 돕는 인문학이 정신건강에 매우 이롭다는 사실을 많은 국민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 네잎 클로버를 찾아 책갈피에 꽂아 놓고 간직하던 기억이 난다. 네잎 클로버는 행운을 상징한다. 행운이 찾아오면 정신건강이 좋아지고, 그것은 항상 충만한 행복감으로 이어지곤 했다. 니체는 말했다. “생은 길섶마다 행운을 숨겨 두었다”고. 그 행운은 소풍 때 풀숲을 뒤지던 보물찾기보다도 인문정신문화를 함양한 사람이 훨씬 더 찾기 수월하리라 생각한다.

중국 송나라 불교서적인 『전등록』에서, ‘땅으로 인해 넘어진 자는 땅을 딛고 일어나야 한다’는 말이 있다. 땅에서 넘어진다는 것은 다름 아닌 마음이 넘어진 것이며, 마음을 딛고 일어서려면 고뇌를 극복해야 한다. 고뇌를 푸는 데는 함양된 정신문화가 매우 큰 도움이 된다. 또한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인문정신문화 진흥은 사람의 정신건강과 행복을 유도하는데도 매우 큰 보탬이 된다.

인류가 생존해오는 동안 생활 속에서의 문제를 해결해온 과정 또한 매우 진화했다. 불을 발견하고 바퀴를 발명하고 인쇄와 전화기에 이어 인터넷 사용까지 가능한 세상이 되었다. 나아가 4차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인간의 삶과 일의 연결 방식은 초지능과 초연결, 초융합으로 바뀌었다. 이는 전 세계가 하나의 나라처럼 되었고, 가족과 혈연을 뛰어넘어 편리한 지구촌 시대가 도래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문명의 이기가 그토록 발달하고 인문정신문화도 진흥되었지만, 국민의 행복수치를 보면 그리 달갑지 않다.

유엔에서 발표한 ‘2020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세계행복지수는 153개국 중에서 61위였다. 2015년 47위, 2017년 56위, 2019년 54위였다가 전년 대비 7단계나 하락했다. 보고서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개인의 행복에 높은 영향을 주는 것은 문명의 이기가 아니라, 건강하고 자연적인 환경을 보존하고 유지하는 것이 더 먼저인 것으로 평가됐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개인의 행복과 웰빙을 높이는 요소로 분석됐다. 생활의 편리함이 개인의 정신건강에 행복감으로 바뀌지 못하는 것은 각 개인의 마음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봐도 무방한 이유다.

원효 대사께서 수행 중 말씀하신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가 같은 맥락에서 떠오른다. 행복은 각 개인의 깨달음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신축년(辛丑年), 소의 해다. 소는 우직하고 온순하여 인간들에게 매우 친숙한 동물이다. 불가(佛家)에서는 소를 진리의 상징으로 여긴다. 사찰에 많이 그려져 있는 심우도(尋牛圖)는 자신의 본성을 발견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는 지혜를 얻는 과정이 사실적으로 표현돼 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고 이해하는 눈을 가질 때 깊은 공감의 즐거움, 곧 행복감이 저절로 느껴진다. 깨달음을 얻으면 자연히 행복해진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우리 모두의 행복, 그리고 각자의 행복을 위해서 자신이 깨달음을 얻는 방법을 선택하고 외부의 도움도 받는다면 행복지수는 한층 더 높아지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방법론으로 인문학의 길을 함께 걸어도 좋고, 진리의 소를 찾기 위해 홀로 산길을 걸어도 좋으리라. 독일의 어느 시인은, 행복한 사람만이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스스로 깨달음을 얻는다면 다른 사람까지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 또한 보시(布施)의 한 방편으로, 나도 행복하게 하고 너도 행복하게 한다. 이처럼 ‘함께 걷기 혹은 홀로 걷기’가 오늘의 삶을 더욱 행복하게 하는 ‘진짜’ 행복론이 아닐까.

-전남도청 관광정책팀장 ㆍ관광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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