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망대해에서 배가 난파되자 비구 5명이 포낭(包囊: 가죽에 바람을 채운 구명정 같은 것)에 목숨을 부지한 채 표류하고 있는데, 나찰이 나타나서 그 포낭을 내놓으라고 한다. 비구들이 안 된다고 하자 절반만 달라고 하고, 다음에는 절반의 절반만 달라고 해도 계속 거절당하자 마지막으로 조금만 떼어 달라고 조르지만 비구들은 완강하게 안 된다고 한다. 포낭을 조금이라도 떼어주면 바람이 빠져서 모두 익사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계율이 깨지면 계율 전체가 깨지기 쉽다는 것으로 지계(持戒)바라밀을 강조한 비유이다.

승단에는 수행자들이 지켜야 할 비구계 250개, 비구니계 348개가 있다. 그중 승속을 불문하고 지켜야 하는 대표적인 불교의 계율은 불살생(不殺生)·불투도(不偸盜)·불사음(不邪婬)·불망어(不妄語)·불음주(不飮酒)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계율을 온갖 파리·모기나 병균들로부터 소의 피부를 지키는 소가죽 껍데기에 비유하셨다.

계율은 속박이거나 참으면서 억지로 지켜야 할 대상이 아니라 마땅히 실천해야 할 것을 실천하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행하지 않음으로써 개체를 보존하고 서로를 해치는 참담한 결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참회가 사후적인 과보의 정화라면 계율은 악업을 짓지 않도록 하는 예방적인 것이다.

조선시대 무학 대사의 제자였던 함허 스님은 자신의 『현정론(顯正論)』에서 조선 초기 종단 폐합과 사찰토지 몰수 등 억불책에 대해 불교의 가르침이 유교와 근본적으로 같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불교의 오계(五戒)와 유교의 오상(五常)을 비교, 불살생은 인(仁, 惻隱之心)·불투도는 의(義, 羞惡之心)·불사음은 예(禮, 辭讓之心)·불음주는 지(智, 是非之心)·불망어는 신(信)이라고 했다. 지계바라밀은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하지 않고〔己所不慾 勿施於人〕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것이다.

자기 목숨과 재산, 가족과 진실을 유린당하는 것을 좋아할 사람(생명체)이 어디 있겠는가? 역지사지하는 마음은 모든 성현들이 권면했던 존재 방식이다. 예수님의 산상보훈 중에서도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누가복음 6장 31절)는 가르침은 인간 공동체 생태계에서 보편타당한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일러 황금률(黃金律,Golden Rule)이라고도 한다. 다만, 『초발심자경문』중 「계초심학인문」 첫 구절은 ‘수오계십계등(受五戒十戒等)하고 선지지범개차(善知持犯開遮)하라’고 하여 계를 지키고 범하고 열고 막는 것을 지혜롭게 행하여 계율이 또 하나의 족쇄가 되지 않도록 하라고 충고한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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