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조류 살처분 중단 호소
생명 경시 풍조 이젠 멈춰야해
부처님도 동물 생존권 존중
코로나19도 생명 경시로 발생
“자비의 종교인 불교계가
생명존중운동에 더욱 앞장서야”

 

이번 겨울에도 어김없이 조류독감(Avian influenz, AI)이 발생했다. 또한 어김없이 AI에 걸린 조류(닭·오리)들에 대한 대량 살처분이 이뤄졌다. AI나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이나 구제역(Foot and Mouth Disease, FMD) 등이 발생하면 방역당국은 ‘예방’을 목적으로 병에 걸린 가축은 물론, 주변 농장에 있는 ‘쌩쌩한’ 가축까지 대량 살처분을 실시한다.

가축전염병이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는 된다. 또한 그런 가축전염병이 인간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공감도 한다. 그러나 ‘예방’을 목적으로 주변 반경에 있는 ‘쌩쌩한’ 가축들까지 싸잡아 대량 살처분하는 것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생명을 ‘가장 중요시’ 하는 불교계가 가축들의 ‘예방적 살처분’을 중단하라고 강력히 호소하고 나섰다.〔불교의 계율 중에 가장 첫 번째 계율이 ‘살생하지 말라’ 즉, 불살생(不殺生)이다. 개신교(기독교)의 경우 십계명 가운데 여섯 번째 계명이 ‘살인하지 말라’이고, 천주교(가톨릭)는 다섯 번째 계명에 ‘사람을 죽이지 마라’는 계명이 나온다.〕 백련사와 금륜사, 법룡사, 법명사, 상불사, 벽선암, 봉덕사 등 26개 사찰과 명상의집자애, 바른불교재가모임, 불교생명윤리협회, 불교환경연대, 불광미디어,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정의평화불교연대, 참여불교재가연대 등 불교시민사회단체들이 지난 2월 18일 정부를 향해 “조류독감 살처분 지침 철회 호소문”을 발표하고 실천운동에 나선 것.

맞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어떠한 이유로도, 어떠한 생명이라도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된다. 그것이 불교를 비롯한 모든 종교의 기본 계율(계명)이다. 이번에 불교계가 이렇게 ‘조류독감 살처분 지침을 철회해 달라’고 강력한 호소문을 발표한 것도 정부(혹은 인류)의 반생명적 행태를 고발하고, 불자와 국민들에게는 생명 중시 사상과 가치를 더욱 강조하기 위함이다.

불교계의 이 같은 바람과 심정은 ‘호소문’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고통 속에서 조류독감으로 농가들이 이중의 어려움에 처해 있다. 정부는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라 감염되지 않았음에도 감염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발병 농가로부터 최대 3km 내에 있는 모든 농가에 대해 지체 없는 예방적 살처분 지시를 내렸다. 지난해 11월 26일 조류독감이 발병한 이후 70여 일 동안 무려 2,600만 마리가 넘는 닭과 오리 등이 살처분 되었다. 감염되어 죽인 닭보다 감염되지 않았는데도 죽인 닭이 3배 이상 넘었다. 이러한 일괄적 살처분 정책은 생명을 도외시하고, 행정적 입장만을 고려한 무자비한 정책이다. 정부는 반생명적 살처분을 즉각중단해야 한다. …(중략)…살처분 정책은 반생명적으로 동물권과 동물윤리에도 반한다. 유네스코 세계 동물권리 선언문에는 ‘인간이 다른 동물 종의 존재할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모든 종이 상생할 수 있는 바탕이므로 인간은 동물을 관찰하고 이해하며 존중하고 사랑하도록 배워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고, 본문 조항에는 ‘모든 동물은 태어나면서 부터 평등한 생명권과 존재할 권리를 가진다’(제1조), ‘모든 동물은 존중받아야 한다’(제2조), ‘어떤 동물도 잘못된 처우나 잔인한 행위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제3조)고 규정하고 있다. …(중략)…또한 붓다는 당시 신에게 올리는 제사를 위해 짐승들을 잡아 바치는 관습에 대해 반대하면서 생물과 동물의 생명권을 존중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른 길을 걸어가는 위대한 선인들은 여러 가지 염소, 양, 소 등을 죽이는 그러한 제사에는 동참하지 않노라’ 하며 바른 길을 걸어가는 위대한 선인들은 동물을 죽이지 않고 ‘규칙적으로 음식을 보시하는 것에 동참’하는 살생하지 않는 제사를 권했다.(제사의경 S3:9)”

『법구경』에서도 “살아 있는 생명은 폭력에 떨고 죽음을 두려워한다. 내가 두려워하듯 남도 그러하니 그 누구도 괴롭히지 말라. 모든 존재는 폭력을 두려워하고 생명을 소중히 여긴다. 내가 소중히 여기듯 남도 그러하니 그 누구도 해치지 말라”는 말이 나온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아직도 멈추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발병의 가장 큰 원인도 인류의 이 같은 반생명적, 반윤리적 행위 때문이었음을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이 기회에 정부도 가축전염병에 대한 ‘예방적 살처분’만 고수하지 말고, 미국이나 일본처럼 감염되기 전에 백신을 먼저 맞히는 등 다른 대책은 없는지 깊이 궁구해보아야 할 것이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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