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속담에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 또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는 말이 있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그 상황을 즐겁게 그리고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는 말로 이해된다. 요즈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입장에서는 이와 같은 속담이 딱 어울리는 때가 아닐까 싶다. 지금은 코로나19의 전염병으로 인하여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사람들이 미증유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시대이다. 때문에 자의든 타의든 간에 다양하고 일정한 제약으로 인하여 각자의 행동에 일부분 불편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입장은 참으로 안타깝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을 돌이켜서 생각해본다면 오히려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고 실천하지 못했던 일에 대한 반성과 함께 우리의 일상생활을 새로운 안목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코로나19 시대에 우리가 가장 신경을 쓰고 조심을 하며 가치 있는 경험으로 간주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일상생활에서 일어나고 있는 위생관념에 대하여 재고해보는 것이다. 항상 손발을 씻고 목욕을 하며 음식을 먹고 양치질을 할 때 그리고 상대방과 어울려 대화를 하고 함께 유희를 즐길 때를 생각해보면 오늘날처럼 개개인이 각자의 위생문제에 대하여 깊이 주의를 기울여 조심하는 시절이 없었다.

그러나 좀 더 면밀하게 생각해보면 불교의 전통에서는 일찍부터 이와 같이 위생에 크게 관심을 보이면서 주의를 기울였던 전통이 있었다. 그것도 아주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준수되면서 하나의 아름다운 문화로 정착시켜왔던 경험으로 존속해왔다. 그것은 바로 출가집단의 일상생활에서 기본적인 작법규범으로 전승해온 계율과 청규의 내용에서 찾아볼 수가 있다. 가령 『대비구삼천위의경』에서는 몸을 청정하게 유지하는 것은 바로 대소변을 씻고 손톱 및 발톱을 깎는 것이라고 말하였다. 자기의 몸을 청정하게 유지하는 것은 나아가서 마음을 청정하게 할 뿐만 아니라 자연과 국토의 환경까지 청정하게 유지하는 것으로 전개되었다.

그래서 『문수사리문경』의 보살계품에서는 만약 손톱의 길이가 보리쌀 크기만큼 자랄 때까지 자르지 않으면 계율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말한다. 머리카락의 길이에 대한 언급도 마찬가지였다. 『화엄경』 「정행품」에서는 기타 몸을 청정하게 유지하는 방법에 대하여 소소한 행위에 이르기까지 언급하였고, 대소변을 볼 때의 주의사항과 그 후에 그것을 처리하는 방법과 함께 화장실을 청결하게 활용하는 방법, 양치질을 하는 장소와 경우와 방법과 횟수와 물을 활용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상세하게 규정해두었다. 나아가서 선종의 역사에서는 선원의 청규에서 대중살이에서 지켜야 할 덕목 가운데서도 목욕할 때 주의해야 할 사항을 비롯하여 가사와 발우와 수건을 청결하게 활용하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세세한 위생관념에 대하여 치밀한 규범을 내세움으로써 전염병의 예방은 물론이고 개개인의 몸과 마음에 대하여 철저하게 주의함으로써 수도의 규범을 삼았다. 그래서 용변을 본 이후에 몸을 깨끗하게 씻지 않으면 경범죄에 저촉되는 것으로 규정하였고, 몸을 씻지 않은 채로 선방의 청정한 좌복에 앉거나 삼보 앞에 나아가서 예배해서도 안 되는 것으로 규정하였다. 기타 『십송율』 및 『마하승지율』 등에서도 몸을 깨끗하게 유지하지 않으면 그 자체로 경범죄를 범하게 되는 것을 규정해놓고 있다.

불교의 가르침에서 뿌리 깊이 내려온 이와 같은 전통은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왜냐하면 어느 누가 홀로 살아갈 수 없고 반드시 서로 어울려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회에서 반드시 유지하고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위생관념에 대한 강조가 요즈음처럼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절도 달리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이 모든 사람이 예외가 없이 제한적인 생활 속에서 개인위생에 특별히 신경을 쓰면서 삶을 영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불교의 계율과 청규에서 보여주고 있는 그 고결한 정신과 철저한 방법과 의미 등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그것은 불법에 대한 공부일 뿐만 아니라 나 자신의 몸과 마음에 대한 점검의 기회이기도 하면서 사회의 일원으로서 마땅히 존중해야 할 공공의 규범이기 때문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경우라면 일찍이 여법하게 불법의 전통으로 전승해온 아름다운 규범을 다시 돌이켜 살펴봄으로써 나에게도 이롭고 남에게도 도움이 되는 가르침을 실천하는 길도 될 것이다.

-불교학술원 HK교수·한문불전번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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