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년 한국불교의 정통법맥을 이어온 대승교화종단인 한국불교태고종에는 다른 종단과 달리 총무원에 전법사부가 있다. 태고종단의 종헌·종법 ‘제5장 종단의 구성’에는 “승려[출가승려와 전법사(재가승려)] 및 신도(재가자)의 육부대중으로 구성한다”고 되어 있다. 사부대중이라는 말에 익숙해진 불자라도 육부대중이라는 말은 생소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국내 불교종단은 대부분 남녀 승려인 비구와 비구니, 남녀 신도인 우바새(거사)와 우바이(보살) 등 사부대중(四部大衆)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태고종 교단은 승단으로 ①②남여 출가승려, ③④남여 전법사가 있으며, 재가집단으로 ⑤⑥남여 신도가 있다. 이 가운데, 태고종의 전법사는 구족계가 아닌 십선계와 대승보살계를 수지하고, 삭발염의를 하지 않았지만, 정부 및 종단에서 인정하는 성직자로서 사찰 경영이 가능한 남녀(기혼자도 가능)를 말한다.

전법사(傳法師)란 사전적으로 ①제자에게 법맥(法脈)을 전해 준 스승, ②부처의 가르침을 전파하는 사람의 의미를 가진다. 태고종의 근본 소의경전인 『금강경』에서 말하는 “어떤 선한 남자나 선한 여인들이 이 금강경 가르침 가운데 단지 몇 구절만이라도 수지독송하고 있다가 나중에 도움이 필요한 다른 사람을 위해 설법한다면 말이다. 그 복덕이 우주를 채울 만큼 많은 갖가지 보석칠보들을 보시한 것보다도 더 낫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사람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법을 성취할 것임을 알아야 한다. 아울러 이 가르침이 펼쳐지는 곳 또는 펼쳐졌던 곳에는 삼세의 부처들께서 나타나 수지독송하는 제자들을 소중하게 지키며 성장시켜 나갈 것이다”라고 한 그 선한 남자와 여인들이다.

전법사는 출가승려들과 더불어 세존께서 말씀하신 가장 높고 가장 훌륭한 부처님과 보살이 되는 길을 걷는 사람들로 보리심과 보리행을 통해 지혜를 얻어서 전하는 사람들의 스승인 샘이다. 아상, 인상, 수자상, 중생상 등을 가진 중생심에서 벗어나 그 어디에도 머물러 상을 내지 않는 보살로서 살아갈 것을 서원하는 전법사는 출가승려들과 함께 어쩌면 말법시대를 정화할 수 있는 청정수와도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전법사 제도는 태고종에서 출가하지 않은 재가자들도 전법교화와 포교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지난 2002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성직자로서 전법사의 경우, 삭발하지 않고 머리를 기르며 결혼할 수도 있으며, 특별한 연령제한도 없으며, 다른 종단과 달리, 재가승려로서의 지위를 가지므로 그 위상도 높다. 이미 천여 명을 훌쩍 넘어선 전법사 가운데는 주지를 맡은 ‘교임’이나 출가승려나 교임의 부인으로서의 이른바 ‘안보살’도 적지 않다. 여신도들을 가족처럼 맞이하는 개신교의 목사 사모가 하는 역할을 하는 ‘안보살’의 경우, 현대인의 신앙생활에 최적화된 제도로서, 계율적으로 ‘은처’ 등으로 의혹이 뒤따르는 여타 종단의 문제점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훌륭한 제도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태고종은 가정을 돌보며 수행과 교화를 하는 유발승 즉 전법사제도라는 미래지향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출가자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 현 시점에서 전법사제도는 사회활동은 물론 결혼이나 가정생활에 지친 현대인에 대한 교화활동에 효과적이며 특히 은퇴자를 비롯해 고학력 엘리트 지성인 영입에 도움이 된다.

실제로 지난 1월 25일에는 현직 교수, 공무원을 비롯하여 전문직 및 박사학위 소지자 등이 다수 포함된 제13기 졸업생 56명을 배출했다. 이날 태고종 총무원장 호명스님은 종단의 포교와 대중 교화를 이끄는 전법사들이 지난 1년간 갈고 닦은 실력과 굳은 신임, 원력으로 포교현장에서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전법포교에 매진해 줄 것을 당부했다. 향후 한국불교의 미래가 될 태고종 전법사들의 활약상이 기대된다.

-나마스떼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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