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평’·‘공정’·‘정의’ 무너뜨린 LH 직원들
어리석음이 탐심 불러
三毒心 중 가장 무서운 것이 貪心
少欲知足으로 살면 저절로 부자가 돼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나라를 먹어버렸다. 한순간에 국민을 집어삼켜버렸다. ‘공평’과 ‘공정’과 ‘정의’를 무너뜨려버렸다. “이러고도 나라냐”는 탄식이 곳곳에서 들린다. 특히 2030세대의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왜 이리 되었는가. 어쩌다 이리 되었는가. 문(文) 정부가 그리도 부르짖었던 공평과 공정과 정의는 어디로 사라져버렸는가.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꼭 문 정부만 탓할 일도 아니다. 정부와 정권을 꾸짖기 전에 우리 먼저 들여다보자. 결론은 이미 나와 있다. 결국은 ‘우리가 우리를’ 집어삼켜버린 것이다. ‘우리가 우리를’ 그렇게 만든 것이다. 탐심(貪心)이다. 욕망이다. 욕심이다. 이번 LH사건을 통해 우리 국민들은 탐심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 줄을 깨달았을 것이다. 인간의 욕망과 욕심의 끝이 어디인줄 알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탐심과 욕망과 욕심의 끝이 불러오는 것도 무엇인 줄 알았을 것이다.

인간의 탐심은 무지하다. 무지(無知)하다. 인간의 탐심 구조를 살펴보자. 불교에서 탐심은 삼독심(三毒心) 중 하나다. 흔히 말하는 탐·진·치(貪嗔癡)가 그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인간의 삼독심 가운데 탐이 가장 먼저 나온다. 부처님께서도 인간의 독심 중 가장 무서운 것이 탐임을 일찌감치 간파하신 것이다. 그러나 더 근본적으로 들어가면 부처님께서는 탐의 근원을 탐에서 찾지 않는다. 치(癡)에서 찾는다. 모든 탐심과 진심은 치(어리석음)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즉 치·탐·진(癡貪嗔)이다. 인간의 번뇌 구조를 살펴보면 더 자세히 그것을 잘 알 수 있다.

불교적 입장에서 볼 때 인간의 모든 번뇌는 어리석음〔치(癡)〕에서 시작된다. 실제로는 나, 너, 하늘, 꽃, 차, 컴퓨터, 돈이라는 ‘개념’에 불과한데, 그래서 ‘없는 것〔공(空)〕’에 불과한 데 그 개념에 앞서처럼 이름을 붙임으로써 진짜로 존재하는 것처럼 착각하는 것이다. 이것을 실체사고(實體思考)라고 한다. 그런 뒤 인간은 인간이 만들어놓은 그 개념(실체사고)에 가치를 부여하기 시작한다. 돈은 이래서 좋고, 자동차는 저래서 좋고, 컴퓨터는 또 이래서 좋고 등등 개념에 가치를 부여하면서 ‘내 것, 네 것’을 따지기 시작한다. 이것을 가치사고(價値思考)라 한다.

인간의 탐심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한낱 개념에 불과한 것에 이름을 부치고, 가치를 부여한 뒤 ‘내 것, 네 것’을 찾으면서 탐심은 자신도 모르게 더 깊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탐심이 이뤄지지 않으면(채워지지 않으며) 화〔진(嗔)〕를 내게 된다. 이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싸움과 전쟁, 방화(放火), 쿠데타 등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이번에 터진 LH사건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보다 내가 더 많은 재산을 가져야겠다는 어리석음이 탐심을 낳고, 그 탐심이 그를 집어삼켜버리고, 온 나라와 국민들을 먹어버린 것이다. 온 나라와 온 국민을 먹어버린 것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마저 집어삼켜버리고 만 것이다. 지나친 어리석음으로 인해 지나친 탐심을 갖게 되고, 지나친 탐심으로 인해 지탄을 받게 되자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분노를 일으키다가(괴로워하다가) 스스로 생목숨을 끊고 말지 않았는가. 그것도 두 사람이나.

아직도 LH사건으로 인한 탐심의 끝은 어떻게 결말지어질지 모른다. 이제 막 수사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스스로가 스스로를 집어 삼켜버리는 비극은 더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노로 분노를 삭여선 안 된다.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아무리 분노하더라도(괴로워하더라도) 스스로가 스스로의 목숨을 끊어선 절대로 안 된다. 그 또한 어리석음이고, 그 어리석음에서 벗어나겠다는 탐심이므로. 행복의 원리는 간단하다. ‘행복이란 욕망하는 것을 성취(소유)할 때 느끼는 만족감(긍정감)’이다. 그리고 그 만족감은 ‘공평’과 ‘공정’과 ‘정의’에 밑바탕을 두어야 한다. 그것이 동반되지 않는 만족감은 어리석은 탐심에 불과하다.

소욕지족(少欲知足)이라는 말이 있다. 인간이 행복해지려면 자기가 갖고 있는 적은 것들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게 마음처럼 쉽지 않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도 『유교경(遺敎經)』을 통해 수행자들이 지켜야 할 여덟 가지 덕목을 말씀하시면서 소욕(少欲: 스스로 욕망을 절제하는 것)을 첫 번째 덕목으로 내세웠다.

모든 번뇌는 욕망(탐심)을 바탕으로 한다. 그 욕망은 스스로 만족(지족)하지 못함에서 생긴다. 적은 것에 만족하면서 분수를 알고, 욕망을 절제하는 것이 소욕지족의 정신이고, 부자로 살아가는 정신이다. 행복하게 살아가는 지혜다. 『아함경』에도 지족(知足: 족함을 아는 것)이 제일 부(富)요, 무병(無病: 건강한 것)이 제일 이(利)요, 선우(善友: 착한 도반)가 제일 친(親)이요, 열반(涅槃: 고요한 명상)이 제일 락(樂)이라고 했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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