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학교폭력을 폭로하는 미투가 최근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유명 스포츠인과 연예인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십 수 년이 흘러도 잊히지 않고 더욱 기억이 또렷하게 남아 있다는 피해자들의 증언은 폭력이 던져주는 수모와 아픔이 얼마나 크고 깊은 것인지를 말해준다.

부처님께서는 남을 괴롭히거나 죄없는 사람을 모함한 죄업에 열 가지 재앙이 따른다고 하셨다. 이를 요약해 전하자면 “살아서 못 견딜 고통을 받고/몸을 다쳐서 불구자 되며/저절로 병이 들어 괴로워하고/낙담하여 정신이 혼미해지네. 항상 남에게 모함을 받고/혹은 관청의 형벌을 받으며/재산을 송두리째 잃게 되고/친족들과 멀리 떠나 산다. 가진 집은 모두 불타고/죽어서는 지옥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법구비유경』 ‘도장품’

학교 폭력은 단순한 사안이 아니다. 경제적 불평등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이 내놓은 연구결과다. 몇 해 전 캐나다 맥길대의 프랭크 엘가 박사팀은 ‘학교폭력과 살인, 소득 불평등의 관계’에서 “소득불평등 지수인 지니계수가 10% 악화되면 학교 폭력 피해경험은 2.9%, 가해 경험은 2.5%, 가해와 피해 중복 경험은 4%씩 증가한다”고 발표했다. 쉽게 말하자면 소득격차가 클수록 학교폭력 경험률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에서는 학교폭력이 사회적 이슈가 될 때마다 가해자 격리, 처벌을 중심으로 한 학교폭력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이 실효를 거두진 못하고 있다. 땜질식 처방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전히 학교폭력은 개선되고 있지 않다.

사실 학교폭력에 대한 원인을 우리 사회가 스스로 잘 알고 있다. 과도한 입시경쟁, 성적 위주의 줄 세우기, 학교와 학생 학부모간 소통의 부족, 인권교육 부재 등이 학교폭력을 야기하는 주요인이다. 그 중에서도 인권교육의 부재는 매우 심각한 부작용을 낳는다. 남을 괴롭히는 행위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청소년들이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은 결국 학교의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가장 기본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인권교육을 등한시 한 학교 현실이 폭력행위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앞선 『법구비유경』의 말씀은 폭력의 문제와 관련해 중요한 가르침을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 남을 괴롭히는 행위가 단순하게 흥밋거리로 치부될 수 없다는 점이다. 살아 있어도 병으로 고통 받으며 살아야 하는 삶이 어찌 가벼울 수 있겠는가? 손에 채찍을 든 자는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열 가지 재앙을 삶 속에 품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마치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을 몸속에 가두고 사는 것이다.

남을 괴롭히면 열 가지 재앙이 따른다는 부처님의 말씀은 인과의 법칙이다. 인권과 생명존중의 사상도 엄밀히 말하면 인과의 법칙과 연관돼 있다. 평화와 안락을 가르치는 불교계가 앞장 서 폭력을 근절하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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