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분(春分)이 어느덧 코앞으로 다가왔다. 살을 에는 추위는 물러갔지만 일교차가 심해 자칫 감기에 걸릴 위험이 높다. 요즘 감기에 걸리면 다른 시기와 달리 불편한 게 이만저만 아니다. 코로나19 확진자로 오해받기 쉬울 뿐 아니라 이러한 땐 몸도 마음도 푹 지치게 마련이다. 사람은 행복의 조건 중 하나로 건강을 꼽는다. 건강이 무너지면 행복 또한 지킬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강은 행복과 긴밀한 상관관계를 갖는다. 건강한 사람은 신체활동에 있어서 적극성을 띤다. 무엇보다 신체활동은 인간의 불안감과 우울증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건강을 앞세운 활동적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행복감을 더 많이 느낀다는 연구결과가 이를 잘 말해준다. 즉, 건강은 사회적 활동성을 높여주고 이는 행복감과 직결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신체지수에 따른 건강이 참된 건강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단순히 몸이 튼튼하다고 해서 건강하다고 말할 수 없다는 얘기다. 건강엔 반드시 정신적 건강이 수반돼야 한다. 정신적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건강은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 이를 경계하는 부처님 말씀이 『유교경(遺敎經)』에 나온다. 내용은 이렇다.

“이미 계(戒)에 머물게 되었으면/오관(五官)을 잘 거두어/오욕(五慾)에 들어가지 말게 하라. 이를테면 소치는 사람이/회초리를 쥐고 단속함으로써/소가 남의 논밭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는 것과 같다. //만약 오관을 제멋대로 놓아 버리면/오욕뿐 아니라 가는 곳이 끝없어/마침내는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그것은 사나운 말과 같아서/단단히 재갈을 물리지 않으면/그 수레에 태운 사람을/구렁텅이에 내동댕이칠 것이다. //도둑의 침해를 받으면/그 침해가 한 생에 그치지만/오관의 화는 여러 생에 미치어/그 해독은 매우 무겁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은/스스로 자제하여 오관에 따르지 않고/도둑을 붙들 듯하여/함부로 날뛰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이 오관도 그 주체는 마음이다./그러므로 너희들은/마땅히 그 마음을 다스려라.

흐트러진 마음은 두렵기가/독사나 맹수보다 더해서/큰 불길이 치솟아 일어나는 것도/그것에 비길 바가 못 된다. //그것은 마치 꿀 그릇을 든 사람이/꿀만 보고 좋아서/이리저리 날뛰기만 하고/깊은 구렁을 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 (중략) 이 마음을 놓아 버리면/모든 착한 일을 잊어버리게 되지만/그것을 한 곳에 모아 두면/이루지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부지런히 정진하여/자기 마음을 항복받아야 한다.”

여기에서 계를 건강에 비유하면 부처님의 말씀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오관과 오욕에 빠지지 않으면 건강을 해치게 될 위험에 직면하지 않는다. 반대로 오관과 오욕에 빠져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면 건강을 크게 잃게 된다. 따라서 지혜 있는 사람은 건강과 마음을 잘 조화하고 다스려 무엇이든 성취하고 큰 행복감을 누리게 된다는 가르침이다.

일기가 고르지 못한 환절기를 맞아 건강에 유념할 일이다. 이러한 때 마음을 잘 다스려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것도 지혜로운 삶일 것이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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