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승가강원
전법사교육원
동방불교대학
차례로 입학식 봉행
“공부는 남이 하는 것 아냐
죽어라 공부해서
종단의 동량이 되길“

 

입학시즌이다. 한국불교태고종도 지난 3월 3일 중앙승가강원 입학식을 시작으로, 4일엔 전법사교육원 입학식이, 8일엔 동방불교대학 입학식이 차례로 봉행됐다. 총무원장 호명 스님을 비롯한 각급 기관장 스님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불교전통문화전승관 1층 대회의실에서 거행된 입학식을 지켜보면서, 입학에 임하는 학인 스님들과 예비 전법사들의 눈망울이 학구열로 초롱초롱 빛나는 것을 보았다. 기쁜 일이다.

중국 고전 관자(管子)에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말이 나온다. “일 년의 계획은 곡식을 심는 것이 제일이고, 십 년의 계획은 나무를 심는 것이 제일이며, 평생의 계획은 사람을 심는 것이 제일”이라는 뜻에서 (사람의 평생을 백 년이라고 하기에)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말이 생겨난 것이다.

실제로 그렇다. 곡식은 일 년이면 다 자라지만, 하나를 심으면 하나밖에 수확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매년마다 새로 심어야 한다. 반면, 나무는 곡식에 비해 자라는 기간이 오래 걸리지만, 일단 자라면 다시 심지 않아도 해마다 많은 열매를 수확할 수 있다. 때문에 하나를 심으면 열을 수확하는 것을 두고 나무라고 한 것이다. 하지만 나무를 심는 것보다 훨씬 더 큰 것이 사람이다. 사람은 평생(백 년) 동안 씨 부리고 수확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10여 년 전 ‘눈 푸른 외국인 출가 수행자들이 던지는 인생 화두’라며 『공부하다 죽어라』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다. 예일대학교에서 서양철학과 영문학을 전공한 뒤, 하버드대학교 대학원에서 비교종교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현각 스님 등 하버드, 예일, 코넬, 소르본, 제네바, 오하이오 대학 등을 졸업한 전도양양한 서양의 젊은 지성 11명이 왜 안락한 삶을 포기하고 출가 수행자가 돼 구도의 길로 나섰는지를 감동적으로 들려 준 책이었다. 그 때문인지 이 책은 스님들은 물론이고 ‘삶이 절박한’ 사람이면 누구라도 한 권쯤은 사서 읽어 본 베스트셀러가 됐다.

정찬주 작가가 쓴 또 다른 동명의 책도 있다. ‘공부하다 죽어라’ 법문으로 유명한 혜암 스님(대한불교조계종 전 종정, 해인총림 방장)의 수행기를 불교문학 전문작가인 정찬주 씨가 취재해 『공부하다 죽어라』라는 또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낸 것이다. 이 책 역시 출가자를 포함한 우리가 왜 공부해야 하는지, 왜 공부하다 죽어야 하는지를 혜암 스님의 삶을 거울삼아 살펴보도록 하고 있다.

맞다. 공부는 평생 해야 한다. 그리고 죽어라고 해야 한다. 평생 동안 죽어라고 공부해도 ‘진정한 의미’의 나(참나)를, 참나의 삶을 깨닫고 가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

부처님께서도 열반에 드실 때까지 제자들에게 공부할 것을 당부하고 당부했다. 부처님께서 열반을 앞두고 하신 게송(168)은 “일어나라! 방일하지 말라. 바른 삶을 살아라. 담마에 따라 사는 사람은 이 세상과 저 세상에서 행복하게 산다”라는 말씀이었고, 또 다른 게송(169)은 “바른 삶을 살아라. 그릇된 삶을 살지 말라. 담마에 따라 사는 사람은 이 제상과 저 세상에서 행복하게 산다”라는 것이었다.

여기서 ‘일어나라’는 말은 ‘힘써 노력하라. 활동하라. 공부하라’는 뜻으로 새길 수 있다. ‘방일하지 말라’ 역시 ‘게으르고 태만하게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열심히 공부하라’는 뜻으로 새길 수 있다. 이 두 게송은 한 마디로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항상 공부하며, 바른 삶을 살아야 행복하게 (열반의 삶을) 살 수 있다는 가르침에 다름 아니다.

이번에 중앙승가강원과 전법사교육원과 동방불교대학에 입학한 학인 스님들과 예비 전법사들은 부처님의 이 마지막 유훈(게송)을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두 눈 부릅뜨고, 정말로, 공부하다 죽는다는 자세로 공부에 임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한국불교의 동량이 될 수 있고, 우리 종단의 미래가 될 수 있다.

종단 역시 이들이 종단의 동량이 되고 한국불교의 미래가 될 수 있도록 끊임없는 지원과 관심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 종단의 위상이 예전보다 못한 것엔 ‘교육 부재’에도 큰 원인이 있다. 종단의 우선 사업이 무엇이 먼저인지를 살펴 임하되, 백 년 앞의 종단을 위해선 백년지대계에도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총무원장 호명 스님도 입학식 격려사 등을 통해 “뜨거운 학구열과 절차탁마로 입학생 모두가 우리 종단의 희망이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공부는 남이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한다. 공부는 또한 남이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스스로 하는 것이다. 결실의 그날까지 학인 스님을 비롯한 예비 전법사 모두, 정말로, 공부하다, 죽을 정도로, 열심히, 공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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