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 지낼 때 영전(靈前)에 잔 올리는 법
아무리 왕복 거듭해도 중심은 마음에 있어

 

이 세상의 모든 이치는 왕복(往復)의 원리다. 비행기도 왕복표가 있고 기차도 왕복표가 있다. 왕복이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왕복을 다시 일상생활에서 살펴보자. 이른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 저녁에 잠자리에 들어가는 것도 왕복이다. 집에서 직장에 갔다 다시 집에 돌아오는 것도 왕복이며, 학생이 학교에 갔다 집에 돌아오는 것도 왕복이다. 수없이 떴다 감았다 반복하는 눈도 왕복이며, 들숨과 날숨을 이어가는 숨도 왕복의 연속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생사도 마찬가지다. 태어났으니 죽는 것은 기정 사실이다. 갔으면 다시 오고, 왔으면 다시 가는 이치일 것이다. 다만 중생은 분단생사(分段生死)를 하고 보살(菩薩)은 변역생사(變易生死)를 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동정일원(動靜一源)에 있다. 움직이는 동작과 고요한 적정상태는 근원이 하나(마음)라는 뜻이다. 아무리 왕복해도 그 중심은 마음에 있다. 즉, 시계바늘이 360도 도는데 중심축은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중심축은 가만히 있지만 물체는 왕복을 거듭한다. 종체기용(從體起用)이요 섭용귀체(攝用歸體)라는 경구(經句)가 있다. 종체기용이란 체(근본)를 좇아 용(작용)이 일어나고, 섭용귀체란 작용(作用)을 거두어 체로 돌아간다. 이것도 왕복의 원리다.

탑돌이할 때의 우요삼잡(右繞三匝)은 부처님 오른쪽으로 즉, 시계도는 방향으로 세 번 돈다는 뜻이니 종체기용을 말한다. 반대로 시계바늘의 반대방향으로 도는 것은 섭용귀체라, 작용을 거두어 근본 체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생사로 말하면 어머니 태중에서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이 종체기용이요 이 세상을 살다가 업을 거두어 저승으로 돌아가는 것이 섭용귀체다. 그러므로 조상님께 제사를 지내면서 찻잔이나 술잔을 올릴 적에 적정의 근본세계로 가셨으니 제주(祭主)가 시계바늘 반대방향으로 향불에 세 번 돌려 영전에 올린다. 이는 살아 있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다도법에도 적용된다. 가령 말차(작설찻잎을 가루내서 만든 차)를 타서 시계 반대방향으로 세 번 돌려 손님에게 드린다. 그러면 차를 받는 사람도 다완을 받아 마시기 전에 시계방향으로 세 번 돌려서 정중히 마시는 것이 예법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에 담긴 뜻은 차를 다려 드리는 주인도 상대에게 정성을 다해 드린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며 차를 받아 마시는 손님도 그 정성을 받아 “내 생활의 활력소로 삼고 잘 마시겠습니다”라는 무언(無言)의 체용(體用) 의미가 들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이제 수준 높은 문화생활을 향유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삼천위의(三千威儀)와 팔만세행(八萬細行) 즉, 일거수일투족이 마음을 떠날 수가 없으니 모든 것은 마음 하나의 작용이라는 사실을 잘 인식해야 할 것이다. 마음 하나의 작용은 곧 동정일원이란 의미니 잘 새겨 지니기 바란다.

이러한 뜻을 담아 신축년 새해 설날 명절을 맞아 청량국사 화엄경 서문 왕복서(往復序)를 음미해 보았다. 한국불교신문 독자 여러분들 모두 신축년 새해를 맞아 체와 용을 적절히 활용하시어 더욱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누리시고 만수무강하시길 기원드린다.

-담양 용화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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