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예수재(豫修齋)는 윤달이라는 특별한 시기에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고, 공덕을 쌓으며 내일의 행복을 기원하는 한국불교의 소중한 전통문화다.‘예수’란 ‘미리 닦는다’는 뜻으로,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면서 지은 죄업(罪業)을 참회하고, 공덕(功德)을 쌓기 위해 스스로 행하는 자기성찰의 의식이다. 죽은 뒤 남의 빚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산 몸으로 내가 주인이 되어 ‘금생(今生)의 마무리’와 ‘내세(來世)의 준비’를 동시에 이루는 자각적 수행이기도 하다. 불교는 삶과 죽음을 단절된 현상이 아니라 연기(緣起)의 흐름으로 본다. 죽음은 끝
불기 2569년 을사년(乙巳年) 새아침이 밝았다. 새로운 기대와 희망은 가슴 설레는 일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지난 해의 시련과 아픔을 딛고 도약과 발전을 위한 결의를 다지며 새해를 맞는다. 하지만 여느 해와 달리 올해는 새해를 맞는 감회가 기쁘지만은 않을 듯하다. 전세계 인류의 평화를 위협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이스라엘과 중동의 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인류의 평화를 깨뜨리는 전쟁상황은 해를 넘겼다고 해서 쉽게 끝날 것 같진 않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전쟁종식을 위한 메시지를 연일 날리고 있으나
올여름은 날씨가 여느 해 보다 더 무더웠다. 열대야가 30일이나 지속됐다. 에어컨을 돌리지 않고서는 잠들 수 없는 나날들이 이어졌다. 점점 더 진행되는 지구 온난화라고 하니 내년에는 “작년 여름이 더 시원했다”라고 말할 것만 같다. 모두들 예언자가 된 것처럼 그런 말들을 한다. 그런데 기후 환경 위기를 극복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그렇다면 여름이 지금처럼 무덥지 않았던 시절에 친자연적으로 살았던 우리 선조들의 삶은 어떠했을까 궁금해진다.더웠던 계절이 지나고 이제 다시 입추와 말복이 지나고 처서가 성큼 지나갔다
사회적 분노의 극단적 발현이라 할 수 있는 ‘증오 범죄’가 좀체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증오 범죄’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장소와 시간에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안겨줍니다. 따라서 ‘증오 범죄’에 대한 예방차원의 대책들이 다각도로 마련돼야 한다는 여론이 높습니다. ‘증오 범죄’의 원인과 동기는 사회에 대한 분노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극단적인 분노와 증오를 줄여주는 게 중요한 예방책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분노를 다스리는 데 부처님은 어떻게 말씀
사람의 일상생활이 늘 즐거움만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현실은 항상 희로애락(喜怒哀樂)이 함께 공존합니다. 희로애락은 예기치 않게 찾아와 인간을 울리기도 하고 웃게도 만듭니다. 이것이 일반적인 인간의 삶입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늘 즐거움이 있기만을 바랍니다. 이것은 당연한 심리입니다. 누가 즐거움 보다 슬픔을 가까이 두려 하겠습니까?사람이 견디기 힘든 고통 중의 하나는 가까운 사람에게 배신당했을 때라고 합니다. 인류사회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중요시합니다. 친숙한 관계망이 형성될 때 더욱 즐겁고 기쁜 일들이 만들어지기 때문
요즘 들어 힐링 프로그램이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복잡다단한 세상을 살다보면 본의 아니게 쉽사리 몸과 마음이 지치는 일이 많다. 병원이나 약에 의존하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마음의 평안을 얻기 위한 방법으로 힐링에 의지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서점에서도 명상서적이나 심리학 종류의 책들이 많이 읽히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현대인들의 심리적 스트레스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정신질환 유병율에 따르면 연간 18%에 가까운 사람들이 정신장애를 앓고 있다. 성인인구 1백 명 중 18명이 정신
세손 시절 정조대왕은 도성 주변의 풍경을 노래한 ‘국도팔영(國都八詠)’에서 태고사(太古寺)에 대해 ‘대은암의 서쪽이요 태고사의 동쪽으로는/시냇가의 한 길이 온통 고운 단풍뿐인데/짐짓 삼추의 야박한 서리 이슬을 혐오하여/능히 이월의 번화한 붉은 꽃을 이루었도다[大隱巖西太古東 緣溪一路盡明楓 故嫌霜露三秋薄 能作繁華二月紅]’라고 읊었다.태고사는 고려말 태고보우 국사가 중흥사 주지로 있으며 절의 동쪽에 태고암을 창건하고 ‘태고암가’를 지은 곳이다. 태고보우 국사가 입적한 후에는 태고비가 이곳에 세워졌다. 지금도 태고사에는 원증국사탑비(보물
근래엔 선진국가의 척도가 사회적 소수자(小數者)와 약자(弱者)를 위한 정책수립과 국민적 포용이 어느 정도로 이루어지고 있느냐에 있다고 한다.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란 인종, 민족, 언어, 종교,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다수의 사람들과 구별되고 사회적 영향력이 매우 미흡한 사람들을 일컫는다. 사회적 소수자들은 사회적 약자에 해당한다. 사회적 약자가 그렇듯이 주류에 포함되지 않을 뿐 아니라 다수 사람들의 편견과 억압 등으로 극심한 불평등을 겪는다. 사회적 소수자라 하면 이주민, 난민, 탈북자, 성소수자, 장애인 등이다.우리나라도 선진의
불교의 핵심적 가르침에 계(戒)․정(定)․혜(慧) 3글자가 있다. 이를 다른 말로 ‘삼학도(三學道)’라 부른다. 이 삼학도를 배우고 익히는 데 스님들은 평생을 수행정진한다. 3학도 이외 또 다른 중요한 수행법으로는 6바라밀이 있다. 바라밀은 ‘보살도’ 로 풀이된다. 이 여섯 가지 바라밀은 3학도인 계정혜가 세분화된 것으로써 엄밀하게 말하면 이 두 가지 용어는 같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삼학도와 육바라밀은 불교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해도 될 만큼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삼학도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말로도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우리나라 불교 성보 중 가장 으뜸가는 작품을 꼽으라면 필자는 서슴없이 반가사유상을 꼽을 것이다. 그 한 작품만으로도 우리 민족은 한국인으로서 충분한 자부심과 자존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헌데, 그 원형이 간다라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다지 많지 않다.다른 종교적 관점에서 볼 때 불상(佛像)을 우상으로 매도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그들은 왜 불상을 우상으로 생각하게 됐을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그리스⦁로마 미술 신상조각에 대해선 매우 고상하고 세련된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짙다. 반대로 불상에 대해선 미적 차원보다 기복신앙의
지난 3월 19일, 뮤지컬 ‘싯다르타’ 공연을 보기 위해 서울을 다녀왔다. 이번 행사는 한국불교태고종 전국비구니회가 전관 대관을 하게 되면서 인연이 되었다.뮤지컬 ‘싯다르타’ 공연은 불교적 소재이지만 종교를 떠나 인간의 근원적인 문제에 대한 화두를 갖고 지금 이순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가는 소중한 시간을 갖게 하였다.뮤지컬 ‘싯다르타’는 고타마 싯다르타의 탄생, 출가, 깨달음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중 싯다르타가 19세 신부를 맞이하던 날, 29세 출가를 결심하던 날, 그리고 기원전 589년 12월 8일,
셈은 정확해야 한다. 셈이 흐리멍텅해서는 살림을 어렵게 만든다. 특히 남의 돈을 만지는 사람이 욕심을 내어서는 범죄자가 될 수도 있으니 살얼음 위를 걷듯 조심해야 한다.요즘의 셈법은 나에게 얼마나 이익이 되느냐를 우선으로 친다. 그런데 스님들의 셈법은 세상의 그것과 다른 면이 있다. 특히 경허 스님의 제자인 혜월 스님의 셈법은 특이했다. 혜월 스님은 1861년에 태어나 1937년에 입적하셨으니, 구한말과 일제 치하를 살았다. 전쟁을 일으킨 일제의 수탈로 굶주림의 시기를 살았던 것이다.혜월 스님을 달리 부르는 별칭이 있는데, ‘개척
새해의 시작이 엊그제였는데, 한 달이 훌쩍 지나갔다. 시간의 빠름을 쏜 살에 비유한 옛말이 한 치의 어긋남이 없다. 새해를 맞으며 법문이나 글에서 자주 인용하는 시가 있다. 학명스님의 ‘몽중유(夢中遊)’인데, 일상의 태도를 다잡게 해주는 가르침이 담겨 있다. 특히 마지막 구절은 등짝에 떨어지는 주장자와 같다. 정신이 번쩍 든다. 이즈음에 찬찬히 새기면서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묵은해니 새해니 분별하지 말게나. 겨울 가고 봄이 오니 해 바뀐 듯하지만 보게나, 저 하늘이 어디 달라졌는가. 우리가 덧없이 꿈속에 살아 가네. 莫道始終分兩頭
며칠째 날씨가 우중충하다. 몸이 오싹해지며 움츠러든다. 약간의 의욕 상실 상태에 빠진다. 긴 겨울의 한 가운데에 있다. 버텨내는 수밖에 없다.우리나라는 1년 중 맑은 날이 더 많지만, 겨울 날씨는 우중충할 때가 꽤 있다. 2020년 한 해 동안 수원 지역의 경우를 보면, 맑은 날은 198일 (54.1%)로 1년 중 절반을 넘었다. 흐린 날은 70일 (19.1%)이었다. 맑은 날이 흐린 날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맑은 날과 흐린 날은 구름의 양(雲量, cloud cover)에 따라 구분한다. 구름이 한 점도 없을 때를 0,
2021년 10월 26일 저녁 7시에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개최된 불교계의 유일한 오케스트라단(團)인 ‘니르바나 오케스트라’의 29회 정기 연주회를 다녀왔다. ‘부처를 노래하다’라는 주제로 강형진단장이 지도하고 있는 동국대학교 힐링 코러스와 함께하는 공연이다. 20여 년 이상 오케스트라단을 이끌어 온 강 단장은 이번 공연 준비가 매우 힘들었다고 한다. 4년 만에 개최되는 공연 준비를 위해 동분서주했던 강 단장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 모습이 상상되어 공연을 모두 마친 후 강 단장이 무대에 올라와서 관객과 연주자, 합창단을 향
이 세상의 모든 이치는 왕복(往復)의 원리다. 비행기도 왕복표가 있고 기차도 왕복표가 있다. 왕복이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왕복을 다시 일상생활에서 살펴보자. 이른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 저녁에 잠자리에 들어가는 것도 왕복이다. 집에서 직장에 갔다 다시 집에 돌아오는 것도 왕복이며, 학생이 학교에 갔다 집에 돌아오는 것도 왕복이다. 수없이 떴다 감았다 반복하는 눈도 왕복이며, 들숨과 날숨을 이어가는 숨도 왕복의 연속이다.그러므로 우리의 생사도 마찬가지다. 태어났으니 죽는 것은 기정 사실이다. 갔으면 다시 오고, 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