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6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우리나라 불교 성보 중 가장 으뜸가는 작품을 꼽으라면 필자는 서슴없이 반가사유상을 꼽을 것이다. 그 한 작품만으로도 우리 민족은 한국인으로서 충분한 자부심과 자존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헌데, 그 원형이 간다라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다지 많지 않다.

다른 종교적 관점에서 볼 때 불상(佛像)을 우상으로 매도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그들은 왜 불상을 우상으로 생각하게 됐을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그리스⦁로마 미술 신상조각에 대해선 매우 고상하고 세련된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짙다. 반대로 불상에 대해선 미적 차원보다 기복신앙의 주체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필자의 짐작엔 일부 종교인들의 그런 정서가 불상을 우상으로 여기게 된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불상을 처음 만든 곳은 현재 파키스탄 지역에 속하는 고대 간다라 지역이었다. 그곳에서 처음으로 부처님을 인간의 모습으로 표현하기 시작하면서 불상조각이 만들어진 것이다. 때문에 서양미술의 근간을 기독교 사상이라고 볼 때 동양미술의 근간은 불교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태동지가 바로 간다라였던 것이다. 불교에서 간다라가 중요한 것은 그 때문이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도 사실은 간다라의 사유상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그 미적 표현이 절정을 이룬 것이 바로 우리나라의 반가사유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대목에서 되새겨보고 싶은 것이 있다. 소승불교를 공부하는 사람들 가운데 대승불교가 부처님의 근본 말씀에서 벗어난 것처럼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다. 부처님 열반 후 경전 결집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부파불교가 생겨나고, 그 혼란 과정에서 부처님이 설하신 절대적 진리의 근본으로 돌아가자는 취지에서 대승불교가 일어난 것이다.

그리스 신상 조각들은 대부분 순백색의 대리석에서 우러나오는 아름다움과 우아함을 강조하는 것이 대체적이다. 하지만 그런 해석은 르네상스 이후 서양학자들의 우월감에서 나온 것에 다름 아니다. 연구 결과 그리스 신상 조각에도 동양미술과 불교미술 속에 들어 있는 우주만물의 기본색이 입혀져 있음이 밝혀졌다. 이로 미뤄볼 때 고대 동서양 사상과 종교는 모두 우주론적 원리와 질서를 따랐고, 그리스 또한 그들의 주요 신들을 표현할 때 그런 관념을 주입한 것으로 판명됐다.

간다라에서 부처님이 인간 형상으로 처음 조성된 건 부처님 열반 후 500여 년이 지난 뒤였다. 간다라에서 유식론 철학을 세운 무착과 세찬은 절대적 진리에 다가가는 방편의 한 예로 '바라봄'을 말했다. 이는 부처님의 형상을 ‘바라보면서’ 부처님께서 설하신 절대적 진리를 생각하고, 그 생애를 반추하며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라는 의미였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그리스 조각처럼 미적 대상으로 생각지 않고 우상으로 여기게 된 것은 불자들부터 불상 자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반성해본다.

부처는 ‘최상의 깨달음’을 이룬 자를 말한다. 즉, 우주만물의 법칙과 자연과 일체가 된 자를 가리키는 것이다. 간다라 미술에 보면 부처가 법 바퀴를 굴리는 부조가 많다. 법륜을 굴릴 수 있는 권한은 우주의 지배자, 세상의 통치자밖에 없다. 따라서 우주의 바퀴를 돌린다는 것은 우주만물의 법칙이 불변이라는 뜻이며, 돌아간다는 것은 모든 게 영원한 것은 없고 변화하고 순환하기 때문에 그 질서에 순응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즉, 애착과 집착, 고착된 생각을 갖지 말고 바퀴의 중심인 절대적 우주만물의 질서와 변하되 변화하지 않는 세상에서 유연한 생각을 갖고 살라는 뜻이다.

되돌아보면 불상이 간다라에서 처음 만들어지고 그곳에서 대승불교가 일어난 가장 큰 원인은 각기 다른 종교와 문화, 민족, 언어, 관습이 서로 만나 이해하고 융합하였기 때문이다. 현재 간다라는 이슬람을 믿는 종교인이 대부분인 파키스탄에 위치하고 있다. 때문에 파키스탄과 한국은 불교와 이슬람 문화가 소통하는 가장 친밀한 통로가 될 것이다. 더 나아가 글로벌 시대, 모든 종교의 보편적 원리와 사상은 같다는 것을 알리는 기회가 되기도 할 터이다. 이를 위해서도 불교와 이슬람의 공통분모이자, 대승불교의 고향인 간다라 파키스탄에 한국불교가 회향하는 길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면 어떨까.

불상 조각은 한 마디로 모든 종교는 들어가는 입구에서 보면 다른 것 같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똑같다는 진리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 불교인들도 이런 점을 생각하며 간다라 사유상과 반가사유상을 같이 사유해보면 훨씬 더 심오한 불법의 진리를 느낄 것이다.

-파키스탄 간다라문화예술협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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