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광 김동수 열사 1980년 5월 전남도청
시신수습대책위원으로 활동 중 산화
민주주의 지켜낸 진정 아름다운 보살

 

며칠째 날씨가 우중충하다. 몸이 오싹해지며 움츠러든다. 약간의 의욕 상실 상태에 빠진다. 긴 겨울의 한 가운데에 있다. 버텨내는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1년 중 맑은 날이 더 많지만, 겨울 날씨는 우중충할 때가 꽤 있다. 2020년 한 해 동안 수원 지역의 경우를 보면, 맑은 날은 198일 (54.1%)로 1년 중 절반을 넘었다. 흐린 날은 70일 (19.1%)이었다. 맑은 날이 흐린 날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맑은 날과 흐린 날은 구름의 양(雲量, cloud cover)에 따라 구분한다. 구름이 한 점도 없을 때를 0, 구름이 하늘을 완전히 덮고 있을 때를 10으로 한다. 대체로 구름양이 2 이하이면 맑음, 3~5일 때를 구름 조금, 6~7일 때를 구름 많음, 8 이상일 때를 흐림이라고 한다.

날씨는 삼라만상의 한 현상으로서 사람살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사람도 자연의 하나이니 당연지사이다. 추위와 더위는 고통을 준다.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넘어 동사와 열사에 이르게도 한다. 날씨에 따라 옷을 바꿔 입어야 하고, 집의 구조와 모양도 달라진다. 문명과 문화는 날씨를 이겨내려는 사람들의 의지와 지혜의 산물이다. 농작물의 풍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후변화를 ‘기후위기’라고 강하게 표현하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사람들의 심리와 정신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데, 우중충한 날씨는 우울감을 높인다. 금융 부문에서는 일찍이 날씨가 경제적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기울였는데, 역시 돈과 관계된 분야의 연구는 발 빠르다는 것을 씁쓸하게 확인한다.

정신과전문의 최명제는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의 허슬라이퍼 교수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기상조건이 시장가격에 큰 영향을 준다”라고 밝혔다. 허슬라이퍼 교수는 1982년부터 1997년까지 15년 동안 전 세계 26개국의 주가지수와 해당 국가 도시의 일조량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이 흐린 날에 비해서 주식수익률이 높았다. 한 예로, 뉴욕의 맑은 날의 연평 균 수익률은 24.8%인 반면에 흐른 날은 8.7%에 불과했다. 햇빛이 투자자들의 기분을 고조시켜 더 적극적으로 주식을 매수하는 것이라고 한다. 하나금융연구소에서도 날씨와 금융의 관계에 대한 분석 자료를 내놓았는데, 결론은 허슬라이퍼 교수의 연구 결과와 다르지 않았다.

지광 김동수 열사가 있다. 1980년 한국대학생 불교연합회 전남지부장이었던 김 열사는 광주 전남도청에서 시신수습대책위원으로 활동하던 중 5월 27일 계엄군의 총탄에 맞아 숨졌다. 그는 계엄군이 쳐들어와 죽을 수 있으니 학생들은 나가라는 권유를 물리치면서 “내가 날씨에 따라 변할 사람 같소”라고 말했다. 김 열사는 평소 이 말을 즐겨 썼다고 한다. 조선대학교와 장성 서삼초등학교에 세워진 그의 추모비 기단석에 이 말이 또렷하게 새겨져 있다.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는 “김동수 열사는 날씨에 따라 요리조리 쉽게 변화하는 삶이 아니라 이 땅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불가의 생명평화의 사상을 받아 안으며 이를 온몸으로 우직하게 실천해간 진정 아름다운 보살이었습니다”라며 그의 정신을 기렸다.

‘내가 날씨에 따라 변할 사람 같소?’는 극작가 이강백의 희곡 작품으로, 흔들리는 인간의 내 면을 그렸다. 1978년 극단 실험극장이 처음으로 무대에 올렸다. 이 작품에서 청혼을 받은 여인은 “결혼이란 이런 걸까요? 확신을 주세요. 날씨에도 변하지 않는 확신을. 오, 이 맑은 날 저에게 한 방울의 비를 내려주세요! 비를 주세요!” 라고 독백한다. 극은 행복한 결혼을 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내가 날씨에 따라 변할 사람 같소”는 김동수 열사에 이르러 뜨거운 말이 되었다. 우중충한 날씨에 잔뜩 움츠려 있는 요즘 이 말에 힘입어 어깨를 편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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