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태고종 제28대 총무원장 선거가 4월 18일 실시돼 상진 스님이 당선됐다. 이번 총무원장 선거는 한결 성숙한 종단의 선거문화를 보여줬다고 평가된다. 우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엄중하고 깨끗한 선거를 치르기 위해 남다른 열정과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이다. 선거관리위원장 구산 스님은 입후보자 자격심사가 이뤄진 자리에서 “역대 어느 선거보다 깨끗하고 공명정대한 선거를 만들겠다는 각오로 각종 흑색선전과 비방을 철저히 단속하고 부정한 행위는 선거 이후라도 책임을 물어 당선무효까지 시키겠다”고 선관위의 의지를 엄중하게 피력했다.이러한 선관
며칠 전 내린 비에 꽃잎이 흐트러졌다. 때아니게 바람까지 거칠다. 봄이려니 했는데 낙화가 분분하다. 분홍의 꽃잎이 마치 눈처럼 흩날리는 풍경을 보았다. 가슴이 뛴다. 절정의 시간이 찰나처럼 지나가듯 꽃의 시간은 짧고, 그 시간이 가는 것이 내내 아쉽다. 짧은 인생에서 봄의 정취를 만끽하는 일은 복되다. 다시 1년을 기다려야 봄꽃의 황홀함에 겨울 수 있다. 먼지를 뒤집어 쓴 것처럼 부였던 산이 어느 날은 연둣빛이더니 며칠 지나는 사이에 초록으로 갈아입었다. 이제 눈부신 햇살을 받아 저 산은 녹음으로 치달을 것이고, 꽃 진 자리에서 열
도시 문명의 이기를 누리면서부터 봄이 와도 아지랑이를 볼 수 없게 되었다. 어릴 적 필자는 저 멀리 불꽃같이 아른거리는 아지랑이를 보면서 삶이 한낱 꿈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어림짐작할 수 있었다.오현 스님은 ‘아지랑이’라는 시편에서 “끝내 삶도 죽음도 내던져야 할 이 절벽에/ 마냥 어지러이 떠다니는 아지랑이들/ 우습다/ 내 평생 붙잡고 살아온 것이 아지랑이더란 말이냐.”라고 일갈하였고, 공초 오상순은 ‘꿈’이라는 시편에서 “꿈에 나서 꿈에 살고 / 꿈에 죽어가는 인생/ 부질없다 깨려는 꿈/ 꿈은 깨어 무엇하리”라고 노래했다.오현 스
봄이 오면 펼쳐보는 시가 있다. 최영미의 ‘선운사에서’이다.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어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 한참이더군마지막 연의 두 행, ‘꽃이 지는 건 쉬어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은 실로 절창이다. 찰나의 사랑이 영원의 그리움으로 승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시인들이 선운사의 동백꽃을
잊혀질 듯하면 종교와 관련된 대형 사건이 터진다. 이번에는 일명 JMS라 불리는 기독교복음선교회에서 벌어진 것이다. 3월 초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가 업로드되면서 종교의 이름 아래 벌어진 추악함이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지난해 7월에는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총격해 살해한 사건을 계기로 통일교와 일본 정계의 유착이 일본은 물론 한국 사회에도 큰 충격을 던졌다. 두 집단의 유착은 뿌리 깊었다. 기시다 내각에서 통일교와의 관계가 드러난 이들이 적지 않았다. 기시다 총리는 지지율이 급락하자 통일교와 관련 있는 7명의 각
부처님오신날이 올해부터 대체공휴일 제도가 적용된다고 한다. 이에 따라 부처님오신날이 토요일인 올해는 월요일 5월 29일날 하루 더 쉬게 된다. 주무부서인 인사혁신처는 “부처님오신날과 기독탄신일에 대해 대체공휴일을 확대 적용하는 내용을 담은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3월 16일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입법예고 기간은 다음달 5일까지이다. 이러한 내용은 법제처 심사, 차관·국무회의, 대통령 재가 등을 거쳐 관보에 공포될 예정이다. 인사혁신처는 “국민의 휴식권 보장, 중소기업 부담,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2023년 3월 1일은 104주년 3ㆍ1절이다. 전국 각지에서 기념식과 함께 여러 행사가 열렸다. 정의기억연대가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서 제1585차 정기수요시위를 열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서울 용산역 강제징용 노동자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강제징용 배상 해법을 비판했다. 일본의 사죄와 한국 정부의 적절한 대응도 촉구했다.서울광장에서는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과 6ㆍ15남측위원회 주최로 ‘104주년 3ㆍ1절 범국민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94) 할머니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 경제전문가가 말했다. “세상에서 제일 똑똑한 게 누구냐. 돈이거든요.” 그의 말이 내내 걸렸다. 수긍하면서도 동의할 수 없고, 부정할래야 전적으로 부정할 수 없는, 그래서 불편했다. 세상의 모든 것을 돈에 매몰시킨 신자유주의는 우리 생각의 밑바닥까지 지배한다.그러나 세상은 돈이 있어도 얻을 수 없고,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가치들이 아직은 많다. 최근 인기를 끈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재벌가 자녀의 학교폭력과 그것을 덮는 더러운 짓은 돈의 힘이었지만, 끝내는 파멸을 맞는다. 우정, 자비, 사랑, 친절,
애인이여/ 너를 만날 약속을 인젠 그만 어기고/ 도중에서/ 한눈이나 좀 팔고 놀다가기로 한다./ 너 대신/ 무슨 풀잎사귀나 하나/ 가벼히 생각하면서/ 너와 나 사이/ 절간을 짓더라도/ 가벼히 한눈파는/ 풀잎사귀 절이나 하나 지어 놓고 가려한다.위 시는 미당 서정주의 ‘가벼히’이다. 이 시편의 모티브는 아마도 부처님의 일화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수행공동체를 둘러보다가 이전에 없던 나무로 잘 지어진 요사채를 보고서 아난존자에게 물었다.“저 집은 누가 지은 것이냐?”“목수 출신의 수행자가 지은 것입니다.”“당장 저 집을 허물어
4월 18일 실시되는 한국불교태고종 제28대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우려했던 일들이 현실이 되고 있다. 총무원 집행부를 음해하거나 비방하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해 올리거나 선거를 혼탁하게 하려는 모욕과 명예훼손 성격의 글들을 SNS를 통해 의도적으로 퍼뜨리려는 시도들이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이글들을 이용해 일부 교계 인터넷매체는 마치 큰 문제라도 생긴 양 보도함으로써 향후 선거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적이 걱정이 앞선다.때마침 총무원 규정부가 규정부장 명의로 공고문을 내 이같은 행위에 대해 단호히 대처할 것임을 시사하고
최근 3년이라는 코로나의 기나긴 고통의 터널을 지나 희망의 일상을 준비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가슴이 아리도록 슬픈 두 가지 소식이 있었다. 그 하나는 튀르키예와 시리아 접경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7.8의 강진으로 인하여 5만이 넘는 사망자와 20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대참사이다. 팬케익처럼 무너져 내린 건물 앞에서 그 안에 갇혀 있는 가족들의 구조를 바라며 애태우는 시민들의 간절한 표정에 전 세계 국민들은 눈물을 흘리며 한없이 슬퍼했으며, 부족한 인원과 장비에다 영하의 혹독한 날씨 속에서도 한 명이라도 더 구조하기 위해서 사투를 벌
최근 필자는 소설집 《검은 입 흰 귀》와 장편소설 《염주》를 출간했다. 소설집에 실린 의 주인공 명정 스님은 벗이라곤 붓밖에 없는 화승(畵僧)이다.“불화를 그릴 때는 꿈속에서도 불보살님을 만났다. 꿈속에서 명정은 불화를 그리다가 불화 속으로 들어가곤 했다. 영산회상도 속으로, 아미타후불도 속으로, 비로자나후불도 속으로, 약사여래후불도 속으로, 지장시왕도 속으로, 관세음보살도 속으로 들어가 자신은 사리지고, 그리하여 종내는 그림만이 오롯하게 남게 됐다. 단청을 그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꿈을 꿀 때마다 명정은 단청 속
“법은 인간이 만든 것이므로 인간중심적인 편향성을 띨 가능성이 있다. 야생동물의 권리는 흔히 부차적인 중요성을 부여받곤 한다. 그러나 우주에서 인간과 동물은 동등한 위치에 있다.”“우리가 절멸 위기종을 지키고자 힘쓰는 이유는, 그들이 인간과 마찬가지로 이 지구상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인간의 이익이 자동적인 우위를 차지하지 않으며, 인간은 제 이익과 무관하게 비인간 생명체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위에서 인용한 문장은 생태주의자의 주장이 아니다. 세계적인 종교지도자의 권고도 아니다. 영성활동가나 이상주의자의 생각도 아니다
지난 2월 6일 새벽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발생한 지진으로 수만 명의 인명과 각종 피해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것과 관련 한국불교태고종 총무원은 즉각 지진피해돕기를 위한 전용계좌룰 만들어 종도들의 적극 동참을 독려하고 나섰다. 그러자 포교원장 법경 스님이 1백만 원을 희사하는 등 제방의 종도들이 제각각 성금을 내며 튀르키예와 시리아가 하루빨리 지진피해로부터 벗어나길 기원했다.그런데 한 가지 아쉬움을 던져주고 있는 것은 지진피해돕기 성금모금 창구가 종단 내에서도 여럿 개설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생들의 아픔과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이들의 구
현 보살이 “입춘법회 때 주셨던 휴대폰 보조배터리가 혹시 남아 있느냐”고 물었다. 몹시 떨리는 목소리였다. 왜냐 물으니 튀르키예로 보내겠다는 것이었다. 해마다 마산 신도가 휴대폰 보조배터리를 한 박스씩 보내주는데, 올해는 다행히 많이 남아 있다 하니 아이처럼 기뻐한다. 길거리에 즐비하게 늘어진 시체 사이사이로 울부짖는 가족들, 영하 10도의 혹한 속에 사상자를 찾는 구조요원들의 기사가 매일 보도되니, 그 참담함에 목소리라도 확인되고 소통이 된다면 작은 것이지만 도움이 되고 싶었다.필자도 작년에 돌이킬 수 없는 큰 산 하나를 잃었다.
개인이건 단체건 기념일을 두어 특별히 기린다. 걸맞은 의식을 갖추기도 한다. 의미가 없는 날이 있을까마는 기념일을 두는 것은 세상살이의 지혜이다. 불교에서는 기념일을 재일(齋日)로 이름을 붙여 치른다. 정진을 다짐하고 불자임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신도들의 유대감과 소속감을 높여주는 역할도 한다.재일은 축제일이기도 하다. 재일에 담긴 또 다른 의미는 과거를 털어버리고 새롭게 출발한다는 것이다. 축제는 전도(顚倒), 즉 뒤집힘에 그 의미가 있다. 높고 낮음, 길고 짧음, 옳고 그름 등 세속의 가치를 뒤집어 낮은 것이 높아지고, 긴 것과
필자는 최근 《무문관》28칙 ‘구향용담(久響龍潭)’ 대목을 읽다가 이청준 소설가의 작품이 떠올랐다.덕산스님이 가르침을 청하러 왔을 때 마침 밤이 깊어서 용담스님이 “그만 물러가라”고 했다. 덕산스님은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갔으나 너무 어두워서 다시 돌아왔다.“바깥이 깜깜합니다.”용담스님은 지등(紙燈)에 불을 붙여 건네주었다. 덕산스님이 지등을 받으려고 할 때 용담스님은 입김으로 불을 꺼버렸다. 순간 덕산스님은 깨닫고 용담에게 절을 올렸다. 《금강경(金剛經)》에 밝았던 덕산스님은 ‘마음이 곧 부처’라고 주장하는 남종선의 스님들을 교학
2월 6일 새벽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모멘토 규모 7.7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14일 현재 튀르키예 정부는 지진 사망자가 3만5천418명, 부상자가 10만5천505명으로 추가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이번 지진은 1939년 12월 27일 동북부 에르진잔 지진 피해(3만2천968명 사망)를 뛰어넘어 튀르키예에서 일어난 최악의 자연재해가 됐다.튀르키예와 시리아의 강진으로 수많은 사상자 및 부상자와 피해 사례가 속출하자 세계 각국은 긴급구호활동에 뛰어들었다. 지진발생국가와 적대관계에 놓여있는 국가들도 정쟁을 접고 구호물품 전달
지방에 다녀오는 길이다. 늦은 귀갓길, 전철 막차 시간은 다가오는데 길까지 잘못 들었다. 햇살을 쏟아 붓던 오후가 진눈깨비를 퍼붓고 있다. 지금 남산은 숲의 냉대림이다. 일행과 헤어져 막차를 놓치지 않으려고 명동 전철역으로 뛰었다. 계단 아래로 겅중겅중 내려가는 도시의 중력들, 나도 그들 틈에 끼어 있다. 쇼핑백을 양팔에 잔뜩 걸친 외국인들이 계단 밑 외진 곳에서 웅성거리고 있다. 다행히 전철은 끊기지 않았다. 긴장한 탓인지 머리가 아팠다. 커피 한잔 마시면 나으려나 자판기에서 블랙커피를 빼서 마시는데 막차가 들어오고 있다.전철 안
설을 맞아 오랜만에 찾아뵈니 어머니가 많이 늙으셨다. 딱히 지병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머니는 걷는 것조차 힘에 부쳐 하셨다. 생로병사(生老病死)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누구나 늙으면 병이 찾아올 수밖에 없다.우리 주변에는 아픔에 신음하는 사람들이 많다. 불자 중에는 아픈 사람을 보고서 도움의 손길 대신 ‘전생의 업보’라며 혀를 차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러한 견해는 그릇된 견해이다.《열반경》에 이르길, “일체중생이 모두 부처님의 본성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부처님의 10대 제자 중 아니룻다는 눈이 멀었음에도 마음의 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