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이라는 코로나의 기나긴 고통의 터널을 지나 희망의 일상을 준비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가슴이 아리도록 슬픈 두 가지 소식이 있었다. 그 하나는 튀르키예와 시리아 접경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7.8의 강진으로 인하여 5만이 넘는 사망자와 20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대참사이다. 팬케익처럼 무너져 내린 건물 앞에서 그 안에 갇혀 있는 가족들의 구조를 바라며 애태우는 시민들의 간절한 표정에 전 세계 국민들은 눈물을 흘리며 한없이 슬퍼했으며, 부족한 인원과 장비에다 영하의 혹독한 날씨 속에서도 한 명이라도 더 구조하기 위해서 사투를 벌이는 구조대원들의 모습에 더없는 격려를 보냈다.

대지진의 골든타임인 24시간을 훨씬 넘긴 260 여 시간이 흘러서 모두들 구조를 포기하고 있을 즈음 기적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무너진 잔해 속에서 한 소녀와 청년을 구조한 것이다. 거의 아무 피해도 입지 않은 청년에게 기자들이 질문했다.

“ 어떻게 그 오랜 시간을 참고 버틸 수 있었습니까?”
“ 그냥, 대원들이 구조해 주리라 믿고 무심히 기다렸습니다.”

순식간에 무너져 내린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암흑 같은 상황에서 자신이 언젠가 구조되리라는 믿음을 가졌다는 청년의 대답에서, 순수한 눈동자와 해맑은 표정으로 구조되는 소녀를 보며, 우리는 크나큰 슬픔 뒤에 오는 기적의 인간승리라는 감동의 드라마를 본다. 이 드라마는 비록 지금은 거대한 자연 재앙으로 겪는 비탄과 절망뿐인 현실이지만 이처럼 인간의 의지로 구조해 내는 생명의 소중함은 어떠한 고난도 극복할 수 있음을, 극복해야 함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제 구조의 순간이 지나고 재난 극복의 시간이 흐를 것이다. 고통의 시간들이 지나고 그 자리에는 보다 안전하고 튼튼한 건물들이 세워질 것이다. 대지진으로 인한 아픈 기억들이 흘러가고 희망의 미래를 맞이할 수 있으려면 더 이상 지하 핵실험이나 해저 터널 공사들은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며 욕심을 버리라고 알려주듯이 이제 인류는 인간만을 위하는 자연과 환경 파괴를 멈추어야 할 것이다.

또 다른 소식 하나는 대만의 큰 스승이신 성운대사의 원적이었다. 아미타불 생활선으로 1967년 개산한 이후 신도 1백만 명, 세계 각지에 200 여개 분원, 170 여개 국제 불광협회 지부를 개설하신 불광산사 성운대사께서 지난 2월 5일 세수 97세로 원적에 드셨다. 성운대사는 달라이라마, 틱낫한, 숭산스님과 함께 세계 4대 고승으로 존경받고 있는 스님이셨다. 또한 성운스님은 인간 속에서 더불어 살며 삶의 현장에서 불교를 실현하는 인간불교를 주창하며 대만불교를 세계적으로 알리신 분이다. 대승불교는 성자가 입적하더라도 그 분께서 설하신 법과 실천의 의미를 그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기에 성운스님의 생전 가르침은 지금의 우리들에게 가슴 벅찬 감동의 물결로 흐르고 있다. 한평생을 대승보살로 사신 성운대사의 삶에서 알 수 있듯, 소중한 진리는 그 어떤 욕심과 분별에서 벗어나 물처럼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흘러가며 많은 이들에게 가르침을 주고 있는 것이다.

지금을 사는 우리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그 소중함을 잃어가고 있는 물은 더운 상황이 되면 기체인 수증기가 되고, 추운 상황이 되면 고체인 얼음이 되고, 적당한 온도에서는 액체인 물의 모습으로써 돌고도는 순환의 진리를 보여주고 있다.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서 이상기온과 기후변화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무명의 중생들이 자신들에게 그 업이 돌아올 줄을 모르고 자연과 환경을 파괴한 결과들이다. 이제 우리들이 시간과 물의 흘러가는 변화의 이치를 알고, 존재가 태어나면 늙고 병들어 죽고 죽으면 그 지은 업에 따라 다시 태어나는 돌고도는 윤회의 진리를 깨달아, 자연과 환경을 소중히 지키고 우리의 후손들에게 밝은 자연 환경을 물려줄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소설가ㆍ 2022년 한국불교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가작 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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