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질 듯하면 종교와 관련된 대형 사건이 터진다. 이번에는 일명 JMS라 불리는 기독교복음선교회에서 벌어진 것이다. 3월 초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가 업로드되면서 종교의 이름 아래 벌어진 추악함이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총격해 살해한 사건을 계기로 통일교와 일본 정계의 유착이 일본은 물론 한국 사회에도 큰 충격을 던졌다. 두 집단의 유착은 뿌리 깊었다. 기시다 내각에서 통일교와의 관계가 드러난 이들이 적지 않았다. 기시다 총리는 지지율이 급락하자 통일교와 관련 있는 7명의 각료를 교체했으나, 파동은 쉬 가라앉지 않았다. 일본 통일교는 일본정부에 의해 해산 수순을 밟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가운데 러시아정교회의 수장인 크릴 총대주교는 젊은이들을 전장으로 내모는 데 앞장섰다. 누구보다 평화를 염원하며 전쟁에 반대해야 할 종교단체의 수장이 전쟁을 미화하고, 침략자 푸틴 정부를 감싸는 행태를 보였다.

이런 소식들을 접하면서 드는 생각은, 그들이 말하는 것이 과연 종교인지 의심스러우며, 종교로서 존재할 의미가 있는지 짙은 회의감에 젖는다. 겉으로는 비슷하지만 속은 딴판이라는 뜻의 ‘사이비(似而非)’라는 이름표를 붙여야 하지 않을까. 해당 종교가 그 사회에서 인정받을지라도 행위가 옳지 않다면 사이비라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

종교의 교리가 잘못된 것인지를 따지는 일은 해당 종교 내부의 사안이다. 한 종교 안에서도 다양한 분파가 존재하는 것은 인간 개개인의 개성과 사회문화적 조건의 다양성에 기인하는 것이다. 개신교 내의 이단 논쟁은 주도권 다툼 또는 신흥세력을 견제하는 양상을 띠는 경우가 많다. 한때 순복음교회는 주류 개신교로부터 경계의 대상이었으나 지금은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많은 종교의 교리는 때로 현재의 상식과 과학지식, 이성을 넘어서기도 한다. 그래서 일부 과학자들은 종교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나아가 반종교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그러나 과학으로서 인간과 세상을 설명해내지 못하는 영역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이들은 종교에 대해 겸손한 태도를 보이며, 거룩한 가르침에 귀를 기울인다. 종교는 인간의 역사와 함께해오면서 삶을 지탱해주는 기둥이었고, 그것이 문화와 전통으로서 이어지고 있다.

JMS와 일본 통일교 등이 문제가 되는 것은 반사회․반인륜의 범죄행위를 저지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교라는 이름으로 방어벽을 치고, 신도들을 미혹해 정상적인 판단 능력을 흐리게 하는 방법을 쓰기에 들추어내기가 쉽지 않다. 일부 종교집단은 정치권력을 이용해 자신들의 문제를 장막 뒤에 감추는 유착의 길을 걷기도 한다.

종교가 세상의 근심거리가 되었다는 진단은 진부하다. 우리 사회의 고질병이 된 지 오래다. 종교에 대한 호감도는 해가 지날수록 떨어지고 있다. 종교에서 발생하는 반종교적 행위가 가장 큰 원인이다. 지난해 12월 한국리서치가 발표한 ‘2022 종교인식조사’를 보면, ‘종교 없음’이라는 응답이 51%였다. 4년 전 같은 내용의 조사에서는 무교의 비율이 48%였는데, 그 사이 3%포인트가 늘어난 것이다. 또 비종교인의 61%가 ‘호감 가는 종교가 없다’고 답했다. 종교 기피 또는 반종교 감정을 드러낸 것이다. 이 조사에서 불교에 대한 호감도가 이웃종교에 비해 가장 높게 나타났는데,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100점 만점에 47.1점으로 낙제 수준이다. 불자들 스스로의 불교 호감도는 68.2점. 1년 전의 74.3점에서 5.2점 떨어졌다.

JMS와 같은 추악한 그들 때문에 세상에 온기를 불어넣는 종교까지 매도되는 것이 가장 나쁜 경우이다. 지금 종교가 내놓을 답은 명확하다. 본래면목을 더욱 드러내는 일이다. 정상의 경로에서 벗어나지 않았는지 성찰해야 한다. 자비와 사랑, 평화, 온생명을 향해야 비로소 종교이다. 어긋났다면 뒤돌아가는 길 말고는 달리 길이 없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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