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한국인 최초 고등판사였던 이찬형(1888~1966)은 법관이 된지 10년째 되던 해 독립운동을 했다는 죄목으로 어느 젊은이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다. 그런데 그것이 오심임이 밝혀지자 양심의 가책과 삶에 대한 회의를 품고 ‘엿 장수’를 하며 참회의 길에 나섰다. 38세의 늦은 나이에 금강산 도인으로 알려진 석두화상의 제자가 되어 원명이라는 법명을 받았다. 신계사 법기암 토굴에서 한번 앉으면 일어날 줄을 모를 정도로 치열한 수행에 매진해 깨달음을 얻었다. 1931년 44살 때의 일이었다. 늦깎이 제자가 토굴을 부수고 나왔다는
입하(立夏)는 날씨가 점점 더워지면서 봄이 끝나고 여름을 알리는 시기이다. 보리가 익을 무렵의 서늘한 날씨라는 뜻으로 맥량(麥凉), 맥추(麥秋)라고도 하며, 초여름이란 뜻으로 맹하(孟夏), 초하(初夏), 괴하(槐夏), 유하(維夏)라고도 부른다. 입하란 ‘여름이 든다’라는 뜻으로 여름의 시작이다. 입하부터 보통 초여름의 날씨를 보이기 시작하는데 봄은 저 멀리 물러나고 산과 들 초목에는 푸르는 신록의 계절로 여름이 시작되었음을 알린다. 해충도 많아지고 잡초가 여기저기 왕성해지니 잡초제거에 바쁜 시기다.사월(巳月)은 입하와 소만이 있어
만해 한용운(1879~1944)은 일제의 온갖 회유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지조를 지키며 국가와 민족을 위해 살다 생을 마감하였다. 무엇보다 만해는 은유와 상징, 비유와 역설을 통하여 보다 높은 정신적 차원에서 일제에 대한 저항의식을 표출하였는데, 그 결과물이 불후의 시집 《님의 침묵》이다.성북동 ‘심우장(尋牛莊)’은 만해가 말년(1933~1944), 조선 총독부가 보기 싫어 북향으로 짓고 살았던 곳으로, 이 택호는 소[自性]를 찾는다는 뜻이다. 만해는 원적에 드는 날까지 이곳에서 사상을 심화시키고 선(禪)을 깨치기 위하여 몸과 마
비구니 승잔법 불공계 아홉 번째는 습근주계(習近住戒)이다. ‘습근주’는 빨리어 ‘삼삿타(saṃsaṭṭha)’의 번역으로 PTS(The Pali Text Society)에서 발간한 사전(Pali-English Dictionary)에는 ‘mixed with’, ‘associating with’, ‘joined’ 등으로 영역하였으며 좋지 않은 사람과 어울린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조문은 다음과 같다.“만약 비구니들이 서로 친근하게 주(住)하고, 악행(惡行)을 행하고, 악성(惡聲)이 들리고 악명성(惡名聲)이 퍼져서 비구니 승가를 괴롭히고
한류를 넘어 월드스타가 된 사람들이 우리 차문화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여기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 현대 사회에서는 아래로부터의 문화전파의 빈도가 높아졌다고 하지만, 소위 셀럽들이 향유하는 문화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은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 문화·예술·스포츠 전반에 걸쳐서 우리는 차산업문화를 알릴 수 있는 소재를 찾아야 한다. 그런 아이디어를 내는데 정부를 비롯하여 차산업문화와 관련된 모두가 나서야 비로서 진정한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하동세계차엑스포와 같은 행사는 의미가 있다. 다만,
24절기 중 6번째 봄의 마지막 절기인 곡우(穀雨)는 곡식을 깨우는 비를 뜻한다. 농사에 좋은 날씨를 기원하는 의미로 아주 중요한 절기이다. 곡우 무렵이 되면 못자리를 마련하고 본격적으로 농사철이 시작된다. 그래서 “곡우에 모든 곡물이 잠을 깬다”,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 자가 마른다”, “곡우에 비가 오면 풍년든다”, “곡우가 넘어야 조기가 운다” 등과 같은 다양한 속담이 전해져 내려온다.“곡우 지나 개복치 무서워라”라는 말도 있다. 이는 곡우가 지나면 개복치가 나타나는데 개복치는 물고기 중에서도 매우 위험한 고기로서 독성을 지
포트넘은 2015년에 엘리자베스 여왕이 역대 최장 재위의 기록을 갈아치우자 이를 기념하기 위한 기획에 착수했다. 그 결과, 영국의 식민지였던 케냐 홍차를 중심으로 블렌딩한 ‘퀸스 블렌드(Queen’s Blend’)를 내놓았었다. 1952년 공주였던 엘리자베스가 병에 걸린 아버지를 대신해서 영연방 국가인 케냐에 방문한 적이 있다. 이때 아버지 조지 6세가 사망했고, 거기서 바로 여왕에 즉위했다. 이를 아이디어로 활용해서 여왕이 되어 처음 마신 홍차라는 뜻으로 만든 것이 아닌가 싶다.2020년 기준으로 전 세계 차 생산량은 약 650만
비구니 승잔법 불공계 일곱 번째는 진사삼보계(瞋捨三寶戒)로 다툼으로 인한 화를 참지 못하여 말하기를 ‘나는 부처님을 버렸다. 나는 법을 버렸다. 나는 승가를 버렸다. 나는 계를 버렸다. 그래서 다른 [외도] 수행자 그룹에서 범행을 닦을 것이다.’라고 말하면 승잔법을 범하게 된다는 조문이다. 비구니가 삼보를 버렸다고 말하는 것은 엄밀하게 비구니 계체(戒體)를 상실하게 된 것이지만 본 조문은 다툼 때문에 순간적인 진심(嗔心)이 일어나 우발적으로 내뱉은 말이라고 판단하여 다른 비구니들로부터 세 번 충고 받을 동안 그렇게 말한 사실을 버리
한암 선사(1876~1951)의 법호는 한암, 법명은 중원이다. 자신의 다른 이름처럼 차디 찬 바위(寒岩) 같은 삶을 살았던 한암은 21세 때 금강산을 유람하던 중 기암과 절벽의 형상이 꼭 부처가 아니면 보살의 얼굴을 닮은 모습에 매료되어 장안사 행름 선사에게 출가하였다. 출가 후 제방 선지식을 찾아 구도의 길에 올랐던 한암은 근대 한국 선불교의 중흥조인 경허선사(1849~1912)를 1899년 가을 김천 청암사 수도암에서 친견하였다. 경허로부터 《금강경》 설법을 듣던 중 한암은 “무릇 형상 있는 것은 모두 허망한 것이니, 만일 모
한국 선불교의 중흥조 경허성우의 법을 계승하고 선지종풍을 진작시킨 만공월면(1871~1946)은 미륵부처가 업어주는 꿈을 꾸고 나서 식구들 몰래 출가의 꿈을 키웠다. 14세 때, 동학사로 출가하여 진암(眞巖)의 문하에서 행자생활을 하였던 만공은 10월 동학사를 찾아온 경허를 따라 가 서산 천장사에서 12월 8일 태허를 은사로, 경허를 계사로 하여 사미계를 받고 월면이라는 법명을 받았다.천장암에 들른 한 어린 스님이 “모든 것은 하나로 돌아가는데, 그 하나가 돌아가는 곳이 어딘가”(萬法歸一 一歸何處)가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이 물
선교를 두루 섭렵해 대흥사 13대 강맥을 이은 초의의순(1786~1866)은 시ㆍ서ㆍ화ㆍ 차에 뛰어나 4절이라 불렸다. 15세에 나주 운흥사의 벽봉민성을 은사로 출가한 후 20세에 대흥사 완호윤우로부터 구족계를 받고 초의(艸衣)라는 법호를 받았다. 초의라는 법호를 내린 것은 초의의 귀기어린 천재성과 번득이는 재주를 완곡하게 감추어 주려는 의도였다고 한다.초의에게 차와 선은 별개의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차 한 잔을 마시는 데서도 법희선열(法喜禪悅)을 맛본다고 하였다. 이는 차 안에 부처님의 진리(法)와 명상(禪)의 기쁨이 다 녹아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春分)은 24절기의 네 번째 절기이다. 춘분은 봄 춘(春)과 ‘나눌 분(分)이라는 한자어로 ’봄을 나눈다‘는 뜻이 있다. 농가에서는 춘분이 되면 한해 농사를 점쳐 보기도 하는데 동쪽에 해가 뜰 때 푸른 기운이 감도는 구름이 있으면 그해 보리농사가 풍년이고 그러나 이런 푸른 기운이 돌지 않고 구름이 없으면 만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역병이 돈다고 하였으며 춘분에 비가 오면 환자가 드물다고 하였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춘분에는 맑고 쾌청한 날씨보다 구름이 많이 끼고 해가 잘 보이지 않는 흐린 날씨가 좋
비구니 승잔법 불공계 중 세 번째는 사독계(四獨戒)이다. 이는 비구니 혼자 해서는 안 되는 4가지를 규정하고 있으며 조문은 다음과 같다.“어떠한 비구니라 하더라도 혹은 혼자서 촌락 내에 들어가거나, 혹은 혼자서 강을 건너가거나, 혹은 혼자서 야외박(野外泊)하거나, 혹은 혼자서 무리에서 떨어지면 이 비구니 또한 처음부터 죄가 되는 법을 범하는 자로서 퇴거되어야 하고 승잔이다.”본 조문은 한 비구니가 다른 비구니들과 다투고 난 후 다른 마을에 있는 친척집으로 간 것이 제계의 인연담이다. 만약 비구니가 혼자서 이런 독단적인 행동을 하게
1662년에 영국 해군력이 필요했던 포르투갈은 캐서린 브라간자(Catherine Braganza) 공주를 영국 왕 찰스 2세(Charles Ⅱ)와 정략 결혼시킨다. 여기서 찰스 2세는 맞다. 지금 엘리자베스 2세의 황태자로 고 다이애나 비의 남편, 찰스 3세의 ‘선임’격으로 약 360년 즉 6갑을 넘어서 계승한 왕호가 맞다.여하튼, 브라간자 공주는 결혼 지참금으로 영국이 해군력을 안빌려줄 수 없게 인도 서해안의 항구도시 봄베이(Bombay)라는 통큰 선물과 함께 자신이 마실 차를 잊지 않고 가져왔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정략 결혼
어머니가 선승으로부터 대승경을 받는 태몽을 꾸고 태어난 소요 태능(1562∼1649)선사는 13세에 백양산에 놀러갔다가 그곳의 수려한 경치에 매료되어 출가를 결심하여 진대사(眞大師)로부터 계를 받았다. 이어 부휴대사로부터 경과 율장을 배운 후, 묘향산의 서산대사를 찾아가 법을 구하였다. 공부가 전혀 진전이 없자 선사는 스승에게 떠날 결심을 말씀드리고 하직인사를 드렸다. 그러자 스승은 그 자리에서 “그림자 없는 나무를 베어다/ 물속의 거품을 모두 태우다니/ 어허 우습다, 소를 탄 사람아/ 소를 타고 소를 찾는구나(斫來無影樹 銷盡水中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