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의 차이야기】 우리 차를 세계로 알릴 수 있는 방법은?

31. 우리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세계인

‘차~발전법’ 시행규칙에 반영

세계적 수준의 제다장인 많아

우리 수제 녹차의 잠재력 대단

지난 10년 고품질 차 수요 늘어

여의나루 한강공원 선착장 부근의 야경.
여의나루 한강공원 선착장 부근의 야경.

 

한류를 넘어 월드스타가 된 사람들이 우리 차문화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여기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 현대 사회에서는 아래로부터의 문화전파의 빈도가 높아졌다고 하지만, 소위 셀럽들이 향유하는 문화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은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 문화·예술·스포츠 전반에 걸쳐서 우리는 차산업문화를 알릴 수 있는 소재를 찾아야 한다. 그런 아이디어를 내는데 정부를 비롯하여 차산업문화와 관련된 모두가 나서야 비로서 진정한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하동세계차엑스포와 같은 행사는 의미가 있다. 다만, 행사를 위한 행사가 아니라 진정한 개최 목적을 달성하는 그런 엑스포가 되기를 기원하는 바이다.

올림픽과 월드컵 그리고 국빈만찬을 비롯하여 다양한 세계적인 행사들이 우리나라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우리는 TV 등을 통해서 거의 매일 듣고 있다. 그만큼 우리의 국력이 성장했음을 알 수 있다. 환율에 따라 조금씩 변동은 있지만 자고 일어나보니 어느새 우린 선진국이 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개발도상국은 물론 중진국적인 인식을 우리가 가지고 있을 수는 없다. 차산업문화 역시 그렇다. 차산업문화에서는 개발도상국에 지나지 않지만 바로 선진국인으로서의 인식을 바로 수용해서 체득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관계자 모두의 인식공유가 필요하며 차문화산업의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 어떤 마음 자세를 가지고 지켜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협의가 필요하다.

여하튼 우리는 얼마든지 중요한 국제행사를 개최할 수 있는 국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 이벤트들에 맞춰서 부대행사로서 티타임 즉 차를 마실 수 있는 시간과 장소로서의 자리를 마련하는 것은 어떨까? 오프닝을 비롯한 주요행사에서 오찬 또는 만찬 때, 우리의 ‘차’를 제공해야 한다. 단 한 번의 연출을 위한 차 제공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마치 법으로 정한 것처럼 우리의 명품 차를 제공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런 내용이 우리의 차산업문화발전법의 시행규칙 등에라도 반영되면 좋겠다.

우리의 술로 건배를 하는 것도 좋다. 그 경우에는 우리의 차를 함께 마실 수 있게 하는 등의 고안을 하면 문제가 없을 듯 싶다. 지금처럼 전통음료로 그칠 것이 아니라 오찬 모임 역시 커피나 탄산음료 대신 차를 공급해야 한다. 우리 차문화 산업의 발전과 우리 차의 대중화를 위해서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반드시 실행해야 할 부분이다.

새로 나올 '영화 차를 말하다' 2집.
새로 나올 '영화 차를 말하다' 2집.

 

‘일본녹차’라고 하면 다도(茶道) 즉 꿇어앉아서 큰 사발에 녹차 가루를 넣고 물을 부어 대나무 솔차선으로 휘저어 마시는 맛차(말차: 抹茶)를 생각한다. 그러나, 다도는 일부 일본인만의 취미생활일 뿐이다. 대부분의 일본인은 녹차를 우려 마시거나 그조차도 어려워서 바로 마실 수 있게 RTD(Ready-to-drink : 유리병이나 캔, 페트병에 들어있는 음료) 형태로 마신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마저도 별 인기를 끌지 못한다. 왜 그럴까?

스타벅스 등에서 파는 녹차라떼 등의 판매량이 느는 것에 힌트가 있을까? 하동, 보성, 제주 등의 다원을 찾다 보면, 요즘 녹차를 만드는 우리 장인들은 홍차나 백차, 청차를 가리지 않고 잘 만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직은 배우는 중이고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라 조금 아쉬운 점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구례 고차수의 공현식 명인이나 광양 무향차의 백남기 명인을 비롯한 일부 제다장인들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의 차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우리 수제 녹차의 잠재력은 대단하다. 일본의 찐 차와 다르게 덖은 차의 구수한 맛은 그냥 우렸을 때 그 강점을 충분히 발휘한다. 녹차는 홍차와 다르고 우유와의 상생력에서 보다 떨어진다. 우리 녹차는 그냥 우리 좋은 물에 홍우경 작가가 만든 백자 K-pot을 비롯하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도공들의 차 도구에 우려 마시는 게 정말 최고인 듯하다.

프랑스의 예에서 봤듯이, 우리 역시 지난 10여 년간 고품질 차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차에는 카페인이 적고 카데킨, 테아닌 같이 커피 속에 없는 성분이 들어있어 이들이 카페인의 인체 내 흡수를 줄여준다. 따라서 같은 한잔을 마셔도 차를 마셨을 때 흡수하는 카페인양이 최종적으로 더 적다. 테아닌은 신경전달물질이며 인지능력 향상, 집중력 강화에 도움을 주며, 긴장 완화를 통해 몸과 마음에 여유를 준다.

커피는 날카롭게 정신을 깨우고, 차는 편안하게 정신을 맑게 한다고 보면 된다. 21세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커피일까, 우리의 녹차일까? 하지만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국민건강과 함께 우리 농업 보호를 위해서라도 차에 대한 수요를 지속적으로 그리고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방법이 모색되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도 있다. 코로나 시대 영국 국민이 겪는 경험은 비단 영국인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세계인의 공통적 일상과 다르지 않다. 팬데믹으로 각종 스트레스가 쌓여가기만 하는 요즘, 일상으로 돌아가는 어쩌면 평상심을 되찾게 해주는 우리 차 한 잔의 여유를 찾아봐야 한다. 우리뿐만이 아니라 전세계인들이. 전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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