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의 차이야기】 홍차 아카데미 문기영 원장을 만나다 ②

30. 영국 왕실이 홍차를 알리는 방법

포트넘과 합작 브랜딩화해 띄워

케냐 외화소득 1위 상품은 홍차

실수로 치마 밟고 차대접 풍속도

우리 차밭·찻집, 젊은 발길 늘어

말차 사발을 뒤집어 놓은 것 같은 아이슬란드의 오름.
말차 사발을 뒤집어 놓은 것 같은 아이슬란드의 오름.

 

포트넘은 2015년에 엘리자베스 여왕이 역대 최장 재위의 기록을 갈아치우자 이를 기념하기 위한 기획에 착수했다. 그 결과, 영국의 식민지였던 케냐 홍차를 중심으로 블렌딩한 ‘퀸스 블렌드(Queen’s Blend’)를 내놓았었다. 1952년 공주였던 엘리자베스가 병에 걸린 아버지를 대신해서 영연방 국가인 케냐에 방문한 적이 있다. 이때 아버지 조지 6세가 사망했고, 거기서 바로 여왕에 즉위했다. 이를 아이디어로 활용해서 여왕이 되어 처음 마신 홍차라는 뜻으로 만든 것이 아닌가 싶다.

2020년 기준으로 전 세계 차 생산량은 약 650만 톤이다. 이중 약 300만 톤을 우리 이웃에 위치한 중국이 생산한다. 그 뒤로 인도, 케냐, 스리랑카가 있다. 순서로는 그렇지만 여기서 한가지 알아둬야 할 것이 있다. 중국의 녹차와 인도의 홍차 생산량 대부분은 자국 즉 중국인과 인도인이 녹차와 차이 등으로 소비한다. 까닭에 차 생산량이 아니라 수출량으로 보면 세계 1위는 케냐가 된다.

아프리카 케냐의 외화소득 1위 상품 역시 놀랍게도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커피’가 아니라 바로 홍차이다. 대부분 생산지가 표시되지 않은 티백제품의 대부분은 케냐산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 여러 가지로 블랜딩되었기 때문에 우리가 잘 알지 못할 뿐이다. 그런 영연방 케냐의 홍차산업을 영국 왕실과 포트넘이 합작해서 브랜딩화해서 띄운 것이다. 왕실도 좋고 포트넘도 좋고 케냐의 홍차도 판로가 넓어진 샘이니 괜찮은 윈윈(win-win) 전략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차문화산업이 얼른 배워야 할 점이다.

세계 차 생산량 가운데 6대 다류의 비율을 보면 홍차50%-녹차36%-흑차7%-청차5%, 백차·황차2%의 순이다. 이 중 홍차를 제외한 대부분의 차가 중국에서 생산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우리나라 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녹차의 생산량은 4,061톤이다. 2020년 기준으로 보면 겨우 전 세계 생산량의 0.0624%를 차지한다. 대단히 미미한 수준이지만, 강진·김해·남원·보성·제주·하동 등의 차 산업은 분명히 양적·질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아울러 우리나라 차 시장이 많이 성장하고 발전하고 있는 것은 차 관련 박람회뿐만이 아니라 시골의 차밭과 찻집을 찾는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부쩍 늘고 있는 것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아직 매우 부족하다고 차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전한다. 우리 차문화 산업의 발전을 위한 정부를 포함하여 차농, 제다장인, 유통상인을 비롯한 차인들의 다양한 노력과 협력이 모색되어야 하는 시점이 된 것이다. 하지만 차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 협력이나 화합은 왠지 차산업문화와는 안 어울리는 단어가 되어가고 있는 듯해서 마음이 아프다고 몇몇 전문가는 전한다.

녹차색의 불사조와 같은 아이슬란드의 오로라.
녹차색의 불사조와 같은 아이슬란드의 오로라.

 

17세기경부터 영국 런던과 교외 지역에는 여성을 포함한 다양한 계층이 즐기는 좀 고급스런 놀이공원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보통 ‘플레져 가든’(Pleasure Garden)이라고 불리우는 놀이공원이 점차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공원에 마실 나온 남자가 숙녀에게 관심이 있으면 실수인 척 치마를 밟는다고 한다. 신사로서 사과의 뜻으로 차를 대접하겠다고 제안한 것이 유행이 되어 ‘티 가든’(Tea Garden)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점차 상승세를 타더니 1765년 라넬라그 가든의 로텐다(Ranelagh Garden Rotunda)홀에서는 9살 음악 신동 모차르트의 연주회를 비롯해서 다양한 공연과 실내행사가 이뤄지는 장소로 발전했다. 물론 이 자리에서는 애프터눈티까지는 아니어도 ‘차’가 제공된 것은 충분히 알 수 있다.

여하튼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끄는 그런 핫(hot)한 장소와 행사에서 차를 마시게 되면서 차는 왕실과 귀족을 넘어 점차 서민에게 친숙한 음료로 되어 갔다. 결국 대중화에 성공한 홍차는 세계대전에 참전한 병사들에게는 급식으로 지급되었다. 그리고, 전쟁의 폐허 위에서도 복구를 돕는 아낙네들의 손에 홍찻잔은 쥐어졌다. 그렇게 영국 사람들이 찾는 사랑받는 음료가 되었다. 왕실에서 시작되어 결국 영국 국민의 음료가 된 홍차. 이처럼 영국은 홍차의 나라가 된 것이다.

우리에게는 홍차의 여왕 엘리자베스 버금가는 인기를 가진 우리의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음악이 있다. K-movie, K-drama와 K-pop 등 인기절정을 달리는 송강호·윤여정 등의 한류스타들이 있다. 이미 BTS, Blackpink를 비롯하여 몇몇 한류스타는 한류를 넘어 월드스타로 자리잡고 있다. 586세대가 비틀즈를 보고 열광하던 때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가 우리의 월드스타를 보고 감동의 메시지를 받고 있다. 이런 추세에 더불어 우리의 전통문화 즉 우리의 정체성을 갖게 하는 우리의 문화를 세계에 확산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다시 피드백되어 한류의 세계화에 더욱 기여할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우리의 차산업문화와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까닭에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그러했듯이, 우리의 월드스타들이 우리의 차를 마시고 우리의 전통적인 찻집 등을 방문한다면 어떨까? 전법사

저작권자 © 한국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