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허스님 글, <지허스님의 차>, 김영사 여덟 번 열두 번 덖은 후 댓잎에 첫눈 내리는 소리로 완성되는 차(茶). 우리 전통 덖음차는 다갈색 구수한 숭늉맛을 지닌, 산골마을 된장 끓이는 은근내와 한겨울 온돌방의 따뜻함을 지니고 있다. 그 은은한 고요를 만날 맑은 눈을 갖추려면 어찌 해야할까. “좋은 차를 만들려면 먼저 좋은 사람이 되야 합니다. 좋은 사람이란 귀한 것을 귀하게 여기고, 아낄 것을 아끼며, 기다릴 때 기다릴 줄 아는 이입니다.”차밭을 가꾸고 차를 만들어 다례를 올리며 50년 다각(茶角) 소임을 맡아온 선암사 지허스님. 스님에 의하면 차를 마시는 것은 마음을 닦는 구도행위이다. 나의 근원을 알고 모든 존재의 실태를 파악해 죽는 것마저 초연해 편안하고 즐거운 순간. 그때 차(茶)와 선(禪)은 하나의 맛, 하나의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이 책은 우리 삶에 뿌리내리고 정신문화를 가꿔온 전통차의 정체와 효능, 자생차 만들기, 차 달이고 마시는 법, 차의 종류와 효능, 다도, 차와 선 등의 다인(茶人)이라면 듣고 싶던 차에 관한 모든 것을 정성어린 사진과 구수한 입담으로 들려주고 있다. 눕지 않은 가장 편안한 자세로 차의 진정한 내용에 몰입해 자기 성품에 따라 즐겁게 차를 달이고 마셔보자. 향(香)과 색(色), 아름다움(美)을 갖춘 그윽하고 구수한 향기가 퍼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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