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8일 서울 광화문 광장은 부처님의 자비와 평화가 살아 숨 쉬는 성지(聖地)가 되었다. 한국불교태고종이 주최한 영산재와 국제수계대법회가 장엄하고도 질서 정연하게 봉행되면서, 한국불교의 위상과 정신, 그리고 세계 인류를 향한 자비의 메시지가 뚜렷하게 드러난 뜻깊은 행사였다. 종단 스님들과 국내외 불자, 그리고 불교문화를 사랑하는 시민들이 한마음으로 참여해 성공적으로 회향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영산재는 우리 민족이 오랜 세월 동안 이어온 불교의식의 정수이며, 유네스코가 그 가치를 인정한 인류무형문화유산이다. 그 영산재가 도심 한복판, 그것도 광화문이라는 대한민국 상징 공간에서 봉행되었다는 사실은 매우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불교 전통문화의 품격을 대중에게 다시 확인시키는 동시에, 한국불교의 심오한 예술성과 수행 정신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넓은 광장 가득 울려 퍼진 영산회상의 장엄한 법음(法音)은 각박한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잠시나마 고요와 치유의 시간을 선사했다.

아울러 이번 행사의 또 다른 큰 축인 국제수계대법회는 한국불교의 국제적 역할을 한층 강화한 역사적 의식이었다. 해외 각국에서 온 대덕 스님들이 7증사로 참여한 이 법회는, 태고종이 그동안 지속적으로 펼쳐온 국제 포교의 결실이며, 한국불교가 세계적 네트워크를 갖춘 열린 종단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출가자의 감소와 종교 인구의 위축이라는 엄중한 현실 속에서 개최된 이번 수계대법회의 성과는 더욱 크다. 전법의 씨앗을 널리 뿌리고 수행의 맥을 이어가겠다는 종단의 의지가 국제사회에서 분명한 공감을 얻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또한 이번 대법회는 단순한 종교 의식을 넘어, 평화와 화합을 향한 사회적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했다. 세계 곳곳에서 긴장이 이어지고 국내 역시 갈등이 잦은 이때, 불교가 추구해온 자비·지혜·중도의 가르침을 전한 것은 그 시대적 요청에 대한 응답이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관심이었다. 종교를 넘어 한국 문화의 소중한 자산을 지켜내고 함께 향유하려는 시민들의 모습 속에서, 영산재가 단지 종교 의식에 머물지 않고 국민 모두의 문화적 자긍심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처럼 열린 공간에서의 불교문화 축제는 종교 간 소통을 넘어 사회 통합에도 긍정적 역할을 하며, 불교가 국민과 함께하는 종교임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이번 행사가 원만히 회향될 수 있도록 헌신한 총무원장 상진 스님을 비롯한 총무원 소임자들과 직원들, 각시도교구 종무원장과 종도들, 자원봉사자, 행사 관계자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 이들의 정성이 있었기에 행사가 혼란 없이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으며, 불교 의식의 품격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대중 친화적인 참여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세계 곳곳에서 찾아온 수행자들이 편안히 의식을 치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종단의 세심한 배려와 준비도 한몫 했다고 본다.

이번 성공적인 행사 개최를 토대로 종단은 한국불교의 미래와 세계화를 위한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영산재의 가치를 더욱 확고히 하고, 국제수계대법회를 정례화하여 세계 불교 교류의 중심으로 성장시키는 노력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11월 8일 광화문 광장에서 펼쳐진 장엄한 법석은 한국불교의 깊은 뿌리와 미래를 동시에 보여준 역사적 순간이었다. 우리는 이 법회의 성공적 개최를 환영하며, 앞으로도 태고종이 자비와 지혜의 길을 선도하며 한국 사회와 세계를 향해 소중한 메시지를 전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더 많은 이들이 불법(佛法)의 대해에 합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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