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에서 곡식을 심은 후, 많은 곡식을 수확해서 대광주리에 가득 담아 두었습니다. 그런데 농부가 이듬해에 다시 곡식의 씨앗을 뿌리고 경작을 하지 않는다면 이처럼 많은 곡식을 다시 얻을 수 있겠습니까, 없겠습니까?”
“다시 곡식을 얻을 수 없습니다.”
“도를 닦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괴로움과 즐거움, 그리고 은혜와 사랑을 버리고 탐하는 것이 없게 되면 마침내, 다음 세상에 다시 태어나지 않을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됩니다.”
“과연 그렇습니다.” 《나선비구경(那先比丘經)》
서늘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니, 하나둘 수확을 시작한다. 추수를 마친 농부들은 다음 해의 씨앗을 준비하고, 광주리 가득한 곡식을 보노라면 마음이 절로 푸근해진다.
가을이다. 추석이다. 햇곡식과 햇과일을 조상님께 올리는 시절이다. 곡식 한 알에도 도를 닦는 마음, 감사한 마음을 가지며, 풍성한 수확을 기뻐하자. 그리고 다음의 풍성한 수확을 위해 또 하나의 ‘불종자’를 갈무리하자.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