㊿ 덕생 동자와 유덕 동녀

 

선재 동자와 보리가 묘한 이름의 꽃문 성에 다다르자, 덕생 동자와 유덕 동녀가 산삼을 가지고 서로 주고받으며 놀고 있었다.
선재 동자와 보리가 합장하고 예를 갖춘 뒤 물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희는 선지식을 찾아서 수행하고 있습니다. 두 분, 동자님과 동녀님을 뵙고 보살도와 보살행을 여쭈라 해서 찾아왔습니다. 부디 가르쳐 주십시오.”
덕생 동자가 얍! 하면서 산삼을 유덕 동녀에게 보낸 뒤, 선재 동자에게 말했다.
“으응, 너희들 왔구나. 기다리고 있었어.”
그러자, 유덕 동녀도 얍! 하면서 산삼을 덕생 동자에게 보내고, 까르르 웃더니 보리를 쳐다보았다.
“네가 동생이구나. 보리라고 했지?”
보리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아니, 이름을 말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알았지?
그때, 산삼 놀이를 멈추고, 덕생 동자가 선재 동자와 보리에게 두 손을 뻗어 눈앞에 한 아이가 울고 있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아이는 눈물을 훔치며 산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무엇이든 궁금하면 못 참는 보리가 물었다.
“저 아이는 왜 울면서 산으로 가고 있는 걸까요?”
덕생 동자가 말했다.
“저 아이는 수트람이라는 아인데 지난 여름에 폭우로 물난리가 나서 집이 무너졌단다. 그 바람에 아빠는 허리를 다쳐서 병원에 있고, 엄마와 동생도 같이 병간호하고 있는데, 집을 다시 지어야 할 돈이 없어서 저렇게 울면서 다니는 거야.”
보리는 다시 속으로 생각했다. ‘그럼, 돈을 구하러 다녀야지. 산에는 왜 가는 거야? 이상하네….’
그 마음을 알아차린 유덕 동녀가 보리에게 말했다.
“맞아, 돈을 구하러 동네로 가지 않고 산으로 간 이유는, 사람들이 다 같이 물난리를 겪다 보니 도와주지 않고 어린 수트람을 구박했지. ‘야! 우리도 먹고 죽을 게 없는데 너 꿔줄 돈이 어디 있어! 너네 아빤 학교 선생이라면서 집 고칠 돈도 없는 거야?’. 하고 말이야. 근데 사실은 수트람의 아빠는 학교 선생님으로 아주 덕망이 높고, 많은 사람을 도와줬는데도 다들 어려워지니까 서로 몰라라 하고 외면한 거지.”
보리가 용기를 내어 덕생 동자에게 물었다.
“그런데요, 유덕 동녀님께서는 제가 말씀도 안 드렸는데 제 마음을 알아차리고 저 아이 수트람의 모습도 어떻게 보여주신 거예요?”
덕생 동자와 유덕 동녀가 똑같이 하하하 웃으며 말했다.
“우리들은 묘한 신통력과 자제력, 그리고 방편과 환술로 중생들에게 복과 지혜를 나누어주지. 쉽게 말하면 요술을 부려 도와주고 덕을 베푼 뒤, 그림자처럼 사라지지. 지금도 수트람에게 비싼 산삼을 줘서 집을 짓게 해 주려고….”
선재 동자와 보리는 감동하여 두 손을 가슴에 얹어 견심 합장을 하고 고개를 숙였다. 역시 선지식인 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다시 장면이 바뀌어, 수트람은 돈이 없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게 너무 슬펴 자신도 모르게 깊은 산속까지 들어와 버렸다. 날은 벌써 어둑해지고, 어디가 어딘지 잘 몰라 당황한 아이 앞에 짠! 하고 바위 동굴이 나타났다. 동굴 안은 낙엽이 깔려 있어 푹신하고 따뜻했다. 수트람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 지면서 피곤했던지 잠이 쏟아졌다. 다음 날 아침,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눈을 떠 보니 그의 가슴에 산삼이 놓여있었다. 그때 산신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수트람아, 그건 산삼이라는 건데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말고 병원에 계신 아빠에게 갖다 주어라. 그러면 아빠가 다 해결할 것이야. 가는 도중 절대로 사람들에게 말하면 안 돼.”
수트람은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큰절을 올렸다.
“산신 할아버지, 감사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이 산삼이면 우리집을 지을 수 있나요?”
산신 할아버지가 말했다.
“그럼, 덕생 동자와 유덕 동녀가 좋은 약효를 많이 넣어 줘, 효험이 있어서 몇 배로 비싸게 팔릴 거야.”
덕생 동자와 유덕 동녀는 페이지를 넘기듯, 한 달 뒤의 장면을 보여주었다.
수트람은 부모님과 함께 새로 지은 집에 있었다. 산삼은 아빠가 아는 선생님을 통해 비싼 값을 받고 팔았으며, 그 돈으로 병원비와 집수리비를 마련하였다. 그런데 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 수트람의 집으로 사람들이 몰려왔다.
“야, 수트람. 너만 잘 살기냐? 우리한테도 산삼 캔 곳을 알려줘. 다 같이 물난리를 겪었는데 왜 너희 집만 잘 된 거야!”“맞아 맞아, 우리한테도 산삼 있는 데를 가르쳐줘.”
그 순간. 덕생 동자가 소리쳤다.
“아이고! 큰일났다. 그 생각을 못 했네. 모두 다 어려웠을 텐데…. 그럼 산삼은 없으니까 산 전체를 금으로 만들어 버릴까? 이얍!”

삽화=서연진 화백.
삽화=서연진 화백.

 

유덕 동녀가 말릴 새도 없이 덕생 동자는 환술로 금산을 만들어 버렸다. 산 전체가 금이 되어버리자, 온 동네가 환하게 밝아지고 사람들은 금을 캐러 산으로 몰려들었다. 하지만 서로 금을 캐고 차지하려다 보니, 발로 차고 밀치며 넘어뜨리지 않나, 마치 전쟁이 난 것처럼 악을 쓰며 소리 지르고 서로를 때렸다. 그 모습을 보고 유덕 동녀가 말했다.
“저들은 욕심이 넘쳐 배려와 자비를 잃어버리고 더불어 덕도 베풀지 않는구나.”
그리고는 다시 손을 들어 환술을 바꾸니 황금산은 모래와 먼지가 되어 사방으로 흩어졌다. 사람들은 금산이 모래산이 되는 것을 보고 허탈감에, 엉엉 울며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유덕 동녀와 덕생 동자는 다시 손을 모아 이번에는 연꽃 숲과 맑은 샘을 피워 싸움에 지친 사람들의 얼굴을 닦아주기 시작했다. 그들은 차츰 마음이 편안해지고 맑아져, 수트람을 비롯해 서로에게 미안하다고 화해를 청했다. 덕생 동자가 말했다.
“여러분, 지금 똑똑히 보셨지요. 탐욕은 모래와 같이 붙잡을수록 흩어지고, 덕은 꽃과 같아 나누면 더욱 많이 자라고 피어납니다. 그러니 서로 나누고 베푸는 것이 덕의 아름다움을 만드는 것입니다.”
유덕 동녀도 덕생 동자의 손을 잡으며 외쳤다.
“우리가 여러분들에게 보여드린 요술, 즉 환술은 방편일 뿐 참된 구원은 사람들이 스스로 자비심을 내어 남들을 배려하고, 지혜롭게 마음을 쓰다 보면 덕이 점차 쌓여서 그게 재산이 되는 것입니다. 덕이 많아지면 아무것도 두려워할 게 없어요. 모든 욕심과 시기심, 질투심은 다 허망해져, 해가 뜨면 달이지듯 사라지게 된답니다. 하지만 이것은 하루아침에 되지 않아요. 늘 남들을 내 몸처럼 보살피고 이웃을 사랑으로 감싸다 보면 저절로 익숙해지는 거지요. 은혜를 알고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유덕 동녀의 말을 듣고 사람들은 수트람의 집에 가서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
“수트라 선생님, 저희의 생각이 짧았습니다. 그동안 돌봐 주시고 베풀어주신 은혜도 모르고 너무 모질고 야박하게 굴었어요. 너무 죄송합니다.”“
"저도 선생님을 돈 없다고 무시한 거 잘못했습니다. 다 우리를 위해 돈을 쓰셨는데, 그것도 모르고 비웃은 거 미안합니다.”
“용서해 주세요. 너무 죄송합니다. ”
사람들의 참회 소리에 서로의 얼굴들이 더욱 밝고 맑아지자, 동네는 금산 보다 더 환해진 모습으로 빛이 났다.
덕생 동자와 유덕 동녀는 이제야 할 일이 끝났다는 듯이 선재 동자와 보리를 돌아보며 말했다.
“자, 이제 왜 덕을 베풀어야 하고 몸에 스며들어 지녀야 하는지 알겠지? 이게 바로 보살도라는 거지. 그러면 다음으로 미륵 보살님과 문수 보살님을 친견하도록 해.”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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