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스크리트어 원본을 토대로

 

위없는 지혜

에드워드 콘즈 지음

최필영 옮김

사유수

값 25,000원

에드워드 콘즈(1904~1979)의 《위없는 지혜》가 이번에 한국의 독자들을 위해 번역 출간됐다.

《금강반야바라밀다경》과 《반야바라밀다심경》에 따라붙는 ‘지혜의 완성’은 산스크리트어로 ‘프라즈냐(prajna)’라고 불리며 특별하고도 직관적인 지혜를 뜻한다. 문자적 의미는 ‘넘어서 건너간’을 뜻하며, 이는 ‘넘어서 가는’ 혹은 개념과 한계, 어떤 종류의 경계를 ‘초월하는’ 지혜를 가리킨다. 그러므로 반야바라밀다의 지혜는 곧 의식의 궁극적 완성이다.

40여 년 전 처음으로 발간된 이 책은 획기적인 출판물이었다. 서구의 독자들로 하여금 불교 경전 중에서도 《금강경》과 《반야심경》이 가장 빛나는 경전으로 인식되는 것에 동의를 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서구 사회에 불교와 그 경전들을 소개하는 일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이가 바로 에드워드 콘즈(Edward Conze)다. 그는 불교 경전에 대한 광범위한 해설로 가능한 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경전들을 번역했다.

평생 <반야바라밀다> 문헌 연구에 헌신한 콘즈는 동양적 사상과 문화를 배경으로 탄생한 불교가 서양인의 사고로 어떻게 인식될 것인가를 고민했다. 또 경전 번역과 관련해 경전의 내용을 곡해 없이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겼다. 그렇기 때문에 산스크리트어 원전을 영역하는 일은 어떠한 깨달음을 직접 전달하는데 목적을 두기 보다는 정확한 용어 해설에 집중했다. 깨달음이란 꾸준한 수행을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는 특별한 경지이며, 꾸준한 수행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언어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콘즈는 초기의 원전 《팔천 송 경전(Sutra of 8000 Lines)》 번역을 시작으로 모든 현존하는 반야바라밀다경의 번역물을 요약된 형식으로 출판했다. 이는 지금까지도 학계에서 표준적인 해석본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의 번역이 인정받은 이유는 이전에는 없었던 경전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고 경전의 참뜻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갖도록 해주었다는데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간행된 수많은 《금강경》과 《반야심경》 번역 또는 해설본이 있음에도 콘즈가 저술한 이 책이 돋보이는 이유는 우리나라에 소개된 번역본이 주로 한역본(漢譯本)을 토대로 했으나 이 책은 산스크리트어 원전을 토대로 번역해냈기 때문이다.

이 책을 번역한 최필영 역자는 “콘즈의 번역 속에는 분명히 서양인의 눈으로도 볼 수 있는, 금강경의 보다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한 단서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금강경과 반야심경이라는 두권의 경전에 대해 콘즈는 연역적 논리를 통해, 서양의 방법론으로 해설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양 학문의 방법론에 익숙한 오늘날의 젊은 세대에게 반야바라밀경을 해독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에드워드 콘즈는 독일 쾰른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고 본대학와 함부르크대학에서 박사 후 연수과정을 거쳤다. 1933년 히틀러 집권기에 영국으로 돌아가 30년 동안 옥스퍼드와 런던대학에서 심리학, 비교종교학, 철학을 가르쳤다.

-김종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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