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태고종 총무원이 5월 26일 오후 2시 한국불교전통문화전승관 3층 법륜사 대웅보전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와 합동 간담회를 갖고 종단현안과 불교문화유산정책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날 통합간담회는 ‘여시아문(如是我聞) 신수봉행(信受奉行)’이란 대주제 속에 진행됐다고 한다. 도출된 의견을 현실화하고 실천하자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이 자리에는 종단에서 총무원장 상진 스님, 중앙종회의장 시각 스님, 호법원장 구산 스님 등 3원장을 비롯해 교육원장 재홍 스님, 행정부원장 능해 스님, 전국시도교구종무원장협의회 의장 지허 스님과 태고총림 선암사 주지 승범 스님, 봉원사 주지 현성 스님 등 본산급 사찰 주지, 지역 종무원장과 3직 소임자, 중앙종회 각 분과위원장 및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서는 김민석 상임선거대책위원장과 김영배·위성곤·이수진·곽상언·박희승․김동아·김성욱 등 선대위 불교본부 소속 의원들이 동참했다.
종단 현안과 현실적 문제들이 지적된 이날 간담회는 무엇보다 특정 종단 중심으로 편중된 불교문화유산 지원책의 균형집행을 촉구한 데 이목이 집중됐다. 실제로 총무원은 이와 같은 내용을 최근 발간해 배포하고 있는 ‘2025 국민을 위한 정책 자료집’에도 담았다. 총무원은 이 자료집을 통해 “‘국가유산법’ 등 관련 법령에 국가유산 유형별 비율과 특성을 반영해 인사와 예산, 조직을 배분하는 ‘비례성 원칙’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이를 이날 석상에서 공개적으로 전국종무원장협의회 의장 지허 스님이 지적했다고 한다. 지허 스님은 “문화유산에는 유형유산도 있고, 무형유산도 있다. 대부분 유형유산은 조계종을 중심으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사람이 중심으로 지원되는 무형유산에 대해서는 정부가 매우 인색하다”고 지적하며 “살펴보면 유·무형 문화유산 모두 태고종에 대한 지원은 매우 열약하고 차별이 심하다”고 토로했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문화유산으로서 영산재를 염두에 둔 스님은 균형에 맞는 문화정책의 시행이 중요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도하는 불교문화 관련 정책과 예산이 특정 종단, 특히 대한불교조계종에 편중되고 있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이는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조계종은 한국불교의 대표적인 종단으로 행세하고 있지만 조계종만으로 한국불교가 구성돼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태고종은 한국불교의 법맥을 잇고 있는 적통이자 전통종단이다. 전통의 유서깊은 종단으로서 한국불교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오고 있음에도 문화정책에 대한 지원은 현저히 부족한 실정이다.
문화재의 보존 및 관리, 사찰의 문화행사 지원, 불교문화 콘텐츠 개발 등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예산이 특정 종단에 집중되는 것은 문화의 다양성과 종교의 공공성을 해치는 중대한 문제다. 특정 종단에 편중된 정책은 종단 간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할 뿐 아니라, 국민의 세금으로 운용되는 공적 예산의 정의로운 분배라는 기본 원칙에도 위배된다.
특히 태고종은 조계종과 마찬가지로 고려와 조선시대를 아우르는 전통을 이어온 한국불교의 정맥이며, 전국적으로 수많은 사찰과 신도들을 기반으로 활발한 전법교화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정책의 사각지대에 머물러야 하는 현실은 유감스럽기 그지 없다. 종단 간 형평을 무시한 정책은 결국 한국불교 전체의 신뢰를 훼손하고, 국민의 공감대를 얻지 못한 채 문화 정책의 지속 가능성마저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 이번 대통령 선거를 통해 새로이 출범할 정부는 이 점을 인식해 균형있는 지원제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