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일아함경》42권 ‘결금품(結禁品)’에 이런 말씀이 나온다.
어느 날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원정사에서 나라를 다스리는 국왕이 지켜야 할 열 가지 덕목을 말씀하셨다.
“첫째는 국왕으로서 재물에 집착하지 않으며 조그만 일로 화를 내거나 사람을 해치지 않는 것이고, 둘째는 국왕으로서 신하를 비롯한 아랫사람의 충고를 잘 받아들이며 그 말을 따라주는 것이다. 셋째는 국왕으로서 항상 베풀기를 좋아하며 백성들과 함께 즐거워하는 것이고, 넷째는 국왕으로서 바른 법으로 재물을 거두고 그른 법을 쓰지 않으며 법의 집행을 공정하게 해야 하는 것이다. 또 다섯째는 국왕으로서 자기 아내를 잘 보호해야 하며, 여섯째는 술을 적게 마셔서 마음이 거칠거나 어지럽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일곱째는 향락을 멀리하고 정사에 힘써 외적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며, 여덟째는 법에 따라 다스리고 교화하되 형평에 어긋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고, 아홉째는 신하들과 화목하여 다툼이 없어야 하는 것이며, 열째는 병 없이 건강하며 기력이 강성하도록 자기관리를 잘하는 것이다. 만일 국왕으로서 열 가지 법을 성취하면 그의 덕이 세상에 오래 머무르게 되느니라.”
우리나라는 건국 이래 모두 13명의 대통령을 뽑았다. 그러나 이 가운데 한 사람도 행복한 대통령이 없었다. 이승만, 윤보선, 최규하 대통령은 임기 중에 쫓기다시피 물러났고, 박정희 대통령은 부하로 부터 피살됐다.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대통령은 퇴임 후 감옥에 갔고,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은 재임 중 아들을 감옥에 보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은 퇴임 후 스스로 생을 마감했고, 박근혜, 윤석렬 대통령은 탄핵되었으며, 문재인 대통령은 자녀들로 인해 검찰의 조사를 받을 거라 한다.
이런 기록은 우리나라 현대정치사가 그만큼 불행함을 말해준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말하길 대한민국에서 가장 극한 직업이 대통령이라고 한다.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매섭게 휘몰아치던 한 겨울 강추위가 물러나고 다시금 봄을 맞았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이 시점에서 부처님이 제시한 국왕이 지녀야 할 열 가지 덕목은 참고할 만하다. 물론 이 덕목들은 봉건시대의 군주들을 염두에 두었기에 현실 정치에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뜻을 크게 해석하면 오늘날에 적용해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특히 인치(人治)보다는 법치(法治)를 강조하고, 봉건적 지배자이기 보다는 민주적 지도자여야 한다는 가르침은 새겨들을 만하다. 과거의 대통령들이 불행했던 이유가 부처님께서 제시한 이러한 덕목을 몰랐기 때문이 아닐까.
공자의 제자인 자공이 정치에 관해 스승에게 “나라가 잘되는 비결”을 물었다. 이에 공자는 족식(足食)과 족병(足兵), 신(信)이라고 답했다. 족식은 생활의 안정이고, 족병은 자주국방이며, 신은 국가의 공신력을 뜻하기에, 이는 경제적 안정과 튼튼한 국방, 그리고 백성의 믿음을 얻는 것이라 설명하였다. 그러자 다시 자공이 스승에게 물었다. “그 세 가지 중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스승님은 무엇을 버리시겠습니까?” 이 물음에 공자는 “족병”을 버리겠노라 하였다. 자공은 이에 대해 남은 두 가지 중 하나를 더 버려야 한다면 무엇을 버릴지 다시 물었다. 공자는 망설임 없이 “족식을 버리겠다.”라 하였다. 이제 남은 것은 “신”이었는데 공자는 이렇게 말하였다. “나라는 군대가 없어도 존재할 수 있고 경제력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지만, 백성들의 믿음이 없다면 결국 무너지기 마련이다.”
오는 6월 3일은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을 책임질 제21대 대통령을 뽑는 날이다. 새 대통령은 제발 앞서 대통령들이 걸어간 불행의 전철을 다시는 밟지 않고, 부처님이 제시한 열 가지 지도자가 지녀야 할 덕목을 실천하는 그런 사람이 선출됐으면 참 좋겠다.
-통영 보현사 주지ㆍ(사)나누우리 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