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매가 너 정도 되는 애가 뛰어야 그나마 쳐다보지."
수년 전 남녀공학 중학교에서 기간제 체육교사가 체육대회 계주를 뛰는 여학생에게 한 이야기다. 이 체육교사는 위 발언과 별개 문제로 경찰이 출동하는 일까지 벌어지며 해고됐다.
〈프레시안〉2025. 5. 8.

우리나라에서 외모에 대한 관심과 외모를 가꾸려는 열정은 어렵지 않게 목도할 수 있다. 대중교통 수단인 버스나 지하철엔 성형외과 전문병원 광고판이 즐비하게 붙여져 있다.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고 있는 사회현상이다. 실제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여대생의 절반이 넘는 52.5%가 성형수술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체 82.1%가 지방흡입 등 성형수술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언제부터 우리 사회가 이렇게 외모 위주의 사고가 판치고 있는지 걱정이 앞선다. 우리가 존중해야 할 대상은 잘 생긴 외모나 멀쩡한 허우대가 아닐 것이다. 그 속에 진정으로 담겨 있는 인간 됨됨이가 아닐까.
부처님께서도 외모로 사람을 대하고 평가하는 것을 경계하셨다.
부처님의 제자 가운데 외모가 무척 못생긴 비구가 있었다. 그는 외모 탓에 늘 업신여김과 따돌림을 받았다. 어느 날 부처님이 기원정사에서 설법을 하고 있는데 이 비구가 나타났다. 사람들은 이 비구를 보자 모두 고개를 돌리고 노골적으로 업신여기는 행태를 보였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저 못생긴 비구를 업신여기거나 따돌리지 말라. 얼굴이 잘생겼다고 하더라도 지혜가 없다면 어디다 쓰랴. 저 비구는 비록 얼굴은 못생겼지만 마음이 지혜로운 사람이다. 그러니 외모만 보고 사람을 업신여기지 말라. 모든 번뇌에서 벗어난 저 비구야말로 진정 최고의 장부니라.” ≪잡아함 38권≫ ‘추루경(醜陋經)’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얼굴은 못생겼어도 그 사람의 몸과 행동에서 기품과 향기를 느끼는 경우가 있다. 흔히 얼굴을 가리켜 인격의 투영(投影)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얼굴이 비록 못생겼어도 저 비구의 예처럼 번뇌를 여의고 지혜로 충만하게 가꾸었다면 누구의 손가락질과 비아냥이 대수일까. 오히려 선남자 선여인으로서 무애한 삶을 살아갈 것이다.
진정한 불자들의 얼굴은 지혜로 가꾸어져야 한다. 부처님은 ≪잡아함경 41권≫ ‘월유경(月喩經)’에서 “달처럼 수줍고 부드러우며 겸손한 모습”이 수행자들이 지녀야 할 얼굴이라고 강조하셨다. 부처님은 제1제자로 꼽히는 마하카사파도 탁발을 나갈 때 이처럼 달같은 얼굴을 하라고 당부하셨다. 여기에서 달은 수행을 상징한다 할 수 있다. 달처럼 맑고 고요한 경지가 얼굴에 나타난다면 그게 곧 수행자의 모습이다. 불자들의 얼굴은 바로 이러한 수행자의 얼굴을 닮는 것과 다르지 않다. 꾸미지 않은 그대로의 얼굴, 지혜로 삶을 이루어나가는 얼굴이 참다운 불자의 얼굴이라 할 것이다.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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