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크리스마스 어떻게 보내셨나요?

크리스마스트리에는 화려한 전구들이 반짝이고 있고 TV와 라디오에선 캐롤송이 울려 퍼진다.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바뻐 보였는데 아마도 선물을 사서 아이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가기로 하고, 연인을 만나기 위해 약속 장소로 가기도 하는 것 같았다. 이처럼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고 기쁨을 주는 크리스마스, 그럼 크리스마스는 누구에게나 기쁨을 주는 날일까? 물론 아이들이 더 좋아할 것이다. 선물을 받으려고 착한 일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산타할아버지가 굴뚝을 타고 오진 않더라도 선물을 기대하면서 내가 컸고, 우리 아이들이 꿈을 키웠고, 또 작년에 태어난 손주도 크리스마스를 기다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 부모님들도 크리스마스를 좋아하실까? 그분들에게 크리스마스는 어떤 의미일까?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신지 벌써 8년째, 엄마는 매번 크리스마스를 혼자 보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전에는 생각지 못했는데 지금은 생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해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나는 우리 아이들과 즐겁게 보낼 계획만 짰는데 올해는 혼자 있을 엄마가 생각난 것이다. 곧장 짐을 싸면서 할머니한테 간다고 하니까 딸이 케잌 쿠폰을 보내줬다. 집에 있는 샴페인도 챙기고 아파트 과일 상가에서 평소에 비싸서 손이 안 가던 과일도 대뜸 사 버렸다. 크리스마스는 왠지 비싼 과일을 먹어도 용서될 거 같았기 때문이다. 엄마한테 줄 김장 김치도 챙기고, 반찬도 만들어서 차 트렁크에 모조리 실었다.

케잌은 하얀 트리 모양이었는데 이런 케잌도 있냐고 깜찍하다고 하셨다. 낮에는 복지관에서 공부도 하고 이웃 할머니들과 어울리며 국수도 끓여먹고 운동도 하니 외로운 걸 모르다가 저녁 먹고 밤이 깊어질수록 허전하다고 하신다. 오늘은 니가 오니 너무 좋다고 자꾸 웃으셨다. 거실에 작은 상을 차리고, 촛불을 키고, 엄마와 샴페인을 마셨다. 보통 친정에 오면 늘 친구들을 만나러 나갔는데 오늘은 엄마랑 있겠다고 하니 고른 이를 내보이면서 올해는 최고의 크리스마스라고 함박웃음을 보이신다. 이렇게까지 좋아하실 줄 미처 생각지 못했다. 마침 이모한테 전화를 드렸더니 이모도 혼자 계시는데 서울이라 멀어서 못 오신다고 하셔서 내년에는 같이 모이자고 했다. 언니, 오빠와도 통화를 했더니 엄마랑 둘이 있는 공간이 마치 통화 한 모든 사람들이 한 자리에서 같이 샴페인을 마시고 얘기를 하는 느낌이었다. 거실에 따뜻한 온기가 넘쳐 곧 꽃들이 피어날 듯 하였다.

생각해보니 크리스마스라서 복지관은 문을 닫았을 것이고 같이 어울리던 동네 할머니들은 다들 가족들과 보낼 것 이라는 생각에 평소의 저녁보다 더 쓸쓸히 계셨던 엄마! 더 빨리 이런 생각을 하지 못한 게 죄송할 뿐이었다. 늦은 시간까지 아버지 얘기도 하고 앨범을 보면서 옛 추억을 끄집어내니 어리고 철없는 내가 아직도 그 집에 남아있는 느낌이었다.

이 글을 쓰는 나도 언젠가는 혼자가 될 거이다. 보통 남자보다 여자가 5.8년을 더 산다는 통계가 있으니 나 홀로 크리스마스를 보낼 때가 있을 것이다. 그땐 엄마와 보낸 이 시간이 생각이 나겠지 아마 마음 한편에선 ‘아이들이 오려나’ 하고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올해 크리스마스엔 꼭 부모님 댁을 방문해 보길 추천한다. 과일은 비싼 과일이 아니어도 좋고 샴페인 대신 소주를 사가고 좋다. 우리 엄마처럼 천진난만하게 웃는 부모님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내 부모가 기뻐하면 덩달아 나도 기뻐진다는 걸 바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불교신문 2025년 신춘문예 동시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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