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짐 히크메트(1902~1963)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여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류시화 엮음,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오래된 미래, 2005)

 

 

대표작이 뭐냐는 질문을 받으면 들려주는 시이다. ‘아직 쓰여지지 않은’ 미래의 시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 바람을 갖고 있으면 업적이나 성과와 무관하게 초발심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말을 덧붙인다. 권위나 명예의 갑각을 내던지는 모험의 과정은 불안하긴 하지만 ‘아직 항해되지 않은 바다’와 ‘불멸의 춤’이 있는 ‘가장 먼 여행’으로 나의 삶을 전환시켜준다. 그곳에서 나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이다. 그러므로 ‘할 수 없고, 알 수 없고, 갈 수 없는’ 지점에 닿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무언가’가 태어나도록 돕는 일이 될 수 있다. 이때의 절망이야말로 ‘진정한 여행’으로의 초대일 것이다.

-시인ㆍ노작홍사용문학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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