㉛ 관자재 보살을 잘 따르는 정취 보살
선재 동자가 허공에서 날아오는 정취보살을 보고, 그의 발에 엎드려 절 하고 합장하며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저에게 보살도를 말하여 주옵소서.”
정취보살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으니 이름이 ‘보문 속질행’ 이니라.”
뒤늦게 절을 하고 정취보살님 옆에 딱 붙어 서 있던 보리가 말했다.
“보문 속질행?”
선재 동자가 이번에도 보리를 옆으로 슬쩍 밀면서 대답했다.
“넓은 문, 빠른 행.[普門 速疾行] 빨리 걸어서 모든 곳에 두루두루 다닌다는 뜻이야.”
보리가 알 듯 모를 듯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선재 동자가 다시 정취 보살에게 물었다.
“거룩하신 이여, 어느 부처님에게서 그 법문을 얻었으며, 떠나오신 세계는 여기서 얼마나 멀며, 떠나오신 지는 얼마나 오래되었습니까?”
그 질문이 마치 죄를 조곤조곤 따져 묻는 것 같이 들린 보리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리고 입속말로 중얼거렸다.
‘저 오빠 왜 저래, 꽈배기 과자를 먹었나 왜 꼬는 거야?“
정취 보살이 손을 저었다.
“그것을 다 알려주기는 어렵지만, 동방 묘장 세계의 보승생 부처님 계신 데로부터 이 세계에 왔으며, 그 부처님 처소에서 법문을 얻었다. 그러므로 나는 모든 하늘의 별과 달을 가릴 만큼 큰 광명을 쏘아, 중생들의 고통과 번뇌를 소멸시키고 근심 걱정을 여의며 근성과 욕심을 미리 알아 그것을 이해시켜 적절한 방편으로 지혜롭게 해결해 주러 부르지 않아도 허공을 날아다니지.”
보리가 선재 동자 귀에다 대고 소곤거렸다.
“어찌 됐든 우리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허공에서 쌩 날아왔다는 건 대단한 일이야. 내가 관자재 보살님 앞이라 가만히 있었지만, 깜짝 놀라게 하였어. 그리고 어떻게 관자재 보살님 옆에 딱 붙어있지? 두 분은 서로 짝꿍인가?”
보리가 소곤거린다고 해도 옆 사람이 다 들릴 정도로 말을 해, 정취보살이 하하하! 웃었다. 그리고 보리의 귀에 대고 큰 소리로 말했다.
“나는 관자재 보살님의 왕 팬이야, 그래서 화엄경 약찬게를 염송할 때 ‘관자재존여정취’ 라는 말을 아주 좋아하지. ‘여’ 라는 것은 더불어서 함께 하거나, 잘 따른다는 뜻인데 팬이라면 꼭 해야 하는 게 있거든. 따라서 아침에 일어나 항상 기도를 하면서 ‘신묘장구대다라니’를 외워. 내가 관자재 보살님께 드리는 수행 겸 마음의 표시라고 할 수 있어!”
보리가 선재를 돌아보며 말했다.
“어머나! 그거 어렵지 않아요? 무슨 말인지도 잘 모르겠던데….”
“다라니는 진언들보다 길긴 하지만 자꾸 하면 어렵지 않아, 너 해 볼래?”
“글쎄…, 길어서 자신 없는데….”
보리가 뒤로 주춤 물러나자, 정취 보살이 보리의 손을 잡았다.
“자, 천천히 내 입 모양을 쳐다보면서 따라 해봐.”
보리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정취 보살을 쳐다보았다.
“나모라 트나 트라 야야, 나마흐 아르야, 바로기테 새바라야.”
“어? 이거는 어느 나라 말이예요? 우리나라는 나모라 다나다라 야야 나막알야 바로기재 새바라얀데.”
정취 보살이 말했다.
“아아, 이거는 산스크리트어로 부처님 시절의 말씀이야. 하다 보면 노랫가락처럼 운율이 재미있어. 자자 다시, 보디 사트바야 마하 사트바야, 마하까루 니까야, 옴 사르바 바예소, 트라나 가라야... 잘 못 따라 하네. 내가 종이에 적어줄게. 보리도 매일 기도하듯 암송해.”
“마하까루 니까야... 흐흐흐, 우리나라 말로 ‘미숫가루 내꺼야’로 들리네…. 흐흥. 오빠는요?”
선재 동자가 보리를 흘겨보며 종주먹을 대면서 말했다.
“나도 할 거야, 매일 매일 한다고. 그리고 너, 다라니로 장난치면 안 돼! 벌 받아”
“알겠어. 미안해 오빠, 그리고 죄송해요, 보살님.”
괜찮다는 듯, 정취 보살은 씩 웃어주고 아주 빠른 속도로 종이에 써 내려갔다
❀산묘장구 대다라니❀
나모라 트나트라 야야 나마흐 아르야 바로끼테 새바라야 보디 사트바야 마하 사트바야 마하 까루 니까야 옴 살바 바예소 트라나 까라야 다샤맘 나마흐 스크르 트바 이맘 아르야 바로끼테 새바라야 타바 니라깐타 나마흐 흐르다야 마바르타 이샤미 사르바타 사다남 슈밤 아조염 사르바 부타남 바바마르가 미슈다깜 탄냐타 옴 아로께 아로까 마티로까 티크란테 헤헤하레 마하모디 사트바 스마라 스마라 흐르다야 꼬루꼬루 까르마 사다야 사다야 두루두루 비얀테 마하 비얀테 다라다라 다린나레 새바라 짜라짜라 마라 비마라 아마라 무르테 에혜헤 로께 새바라 라가 비싸비 나싸야 나베 싸비싸비 나샤야 모하짜라 비싸비 나사야 호루호루 마라호루 하레 파드마 타바 사라사라 시리시리 수루수루 무트바야 무트바야 모다야모다야 메이트리야 니라깐타 까마사 다르샤남 프라흐르 다바 나마흐 스바하 시트바야 스바하 마하시트바야 스바하 시트바예게 새바라야 스바하 니라깐타야 스바하 바라하 무카심하 무카야 스바하 파드마하 스타야 스바하 짜끄라유 끄타야 스바하 샨카 샤프타네 보다나야 스바하 마하라 꼬타 다라야 스바하 바마사깐타 디사 스티타 끄르 싸지나야 스바하 뱌그라 짜르마 디바 사나야 스바하 나모라 트나트라 야야 나 마흐 아르야 바로끼테 새바라야 스바하
보리는 종이를 받아들고 정취보살의 빠르고도 정확한 글씨체에 감탄했다.
“우와아! 정말 잘 쓰시네요.”“응, 이 신묘장구 대다라니는 나라마다 읽고 쓰고 외우는 방식이 조금씩 달라, 내가 매일 외우는 방식은 망월사 스님이 가르쳐주신 대로 하고 있단다. 그러니 보리야, 너도 나중에 누군가가 틀렸다고 하면, 그렇게 배웠다고 말하면 돼. 모든 게 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거라 진언을 두고 서로 다툴 필요는 없으니까.”
보리는 자기도 모르게 아까 했던 말이 생각 나, 미안한 마음에 고개가 숙어지면서 정취 보살님이 존경스러워졌다.
선재 동자도 같은 마음으로 고개를 숙이며 합장하였다.
“네, 명심하겠습니다.”
정취 보살도 그들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나는 관자재 보살님의 은혜로 늘 같이 더불어 살고 있음을 기쁘게 생각하고 있단다. 그래서 굳이 말씀을 않으셔도 알아서 관음 보살님이 원하시는 곳으로 빠르게 달려가지. 그래서 사람들이 ‘관자재존 여정취’로 불러주는 것을 진심으로 감사하게 느끼고 있어. 이 모든 것은 관음 보살님의 은덕이므로 아침마다 엎드려 기도하며 간절한 마음으로 ‘신묘장구대다라니’를 염송하는데, 너희들도 함께 염송하면 많은 은덕이 있을 거야. 또 내가 늘 축복해 줄게. 하지만 나는 이 모든 것을 평등하게 한꺼번에 비추고, 자비심으로 법문하지만, 모든 장애를 없애지는 못해. 다시 말하면 해탈은 하였으나 지혜 경계를 다 알지 못하므로, 저 남쪽의 타자발지 성의 대천신에게 보살도를 물어보도록하여라. 특히 그 성에는 모든 문에 빗장이 없다.”
선재 동자와 보리는 한없이 존경하는 마음으로 공손하게 합장하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며 인사하였다.
-2022년 한국불교신문 신춘문예 동화부문 입상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