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리나라의 문학계에 낭보가 전해졌다. 스웨덴 한림원에서 올해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등을 쓴 한강 작가를 선정, 발표한 것이다. 한강 작가가 우리나라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된 것이다. 한림원에서는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은 규칙에 맞서고, 작품마다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다. 신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에 대한 독특한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그의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되었다”고 선정 이유를 밝히고 있다.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 되면서 그에 관한 미담도 하나 둘 전해지고 있다. 그 중 하나는 그가 대학에 재직하던 시절, 그에게 배운 제자에 관한 이야기이다. 2010년대 초반에 그의 ‘소설창작론’을 들으며 사제의 인연을 맺은 제자는 앞을 볼 수 없는 중증 시각장애인이다. 점자나 컴퓨터의 음성인식기능을 이용해 책을 읽어야 하는 등 어려움에 놓여 있을 때 작가가 많은 배려를 해주어 뜻 깊은 학교생활을 했다고 한다. 그 시기 발표한 장편 《희랍어 시간》에 나오는 시력을 잃어가는 남자인 희랍어(그리스어) 강사와 말을 잃어버린 여자 수강생이 교감을 통해 ‘인간의 상실과 고통, 희망’의 순간들을 찾아가는 얘기로 둘의 대화가 이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그 제자가 발을 헛디뎌 추락하여 다쳤을 때 작가가 병원에 찾아가 위로하며 치료비를 전하기도 하고, 이후 장애인 극단 등의 일자리의 주선이나 장애인들이 만든 공연을 함께 보기도 했단다. “늘 흔들리지 않으시고 변함없이 좋은 분”이라고 한 제자의 말에서 잃어버린, ‘스승의 길’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자신의 철학을 가지고, 제자들의 보이는, 보이지 않은 결핍을 어루만지고, 그들에게 끊임없이 희망을 주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최근에 출간된 윤종영의 시집 《당신이 일으킨 물결의 가장자리에서》에서도 사제 간의 대화를 통해 스승의 길을 모색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고등학교 국어 교사로 재직하고 있는 시인은 교내 시낭송 대회를 준비하게 된다. 몇 명이나 참가할까 하고 고민하고 있을 때 한 제자가 찾아와 선생님의 시 ‘봄밤’을 낭송하겠다고 한다. 그 제자는 “길은 여러 갈래로 뻗어 있었다/ 내가 가야 할 길을 알지 못했을 따름이었다”라는 구절이 마음에 들어 선택했다고 한다. “꼭 자기 얘기 같다”는 말을 덧붙이기까지 했다. 제자를 통해 자신의 말, 자신의 시가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주는지를 깨닫게 된 것이다. 또한 스승의 날이 지난 어느 날, 시인은 한 졸업생이 사온 화분을 받게 된다. 학생 때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 제자가 대학에 가서 자격증을 취득하자 화분을 사들고 찾아온 것이다. 취업하면 다시 찾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총총히 떠났다. 그는 제자가 사온 화분에 이름을 써놓고 애지중지 키우게 된다. “학창 시절 화초의 이파리 한 잎만큼도 받지 못했을 관심을/ 몇 배로 키워 돌려준” 제자를 통해 자신을 성찰하게 된다. 제자들에게 좀 더 차별 없이, 좀 더 많은 사랑을 주어야겠다고 다짐을 한 것이다. 제자들을 통해 잃어버린 ‘스승의 길’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스승의 길’을 규정짓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철학을 가지고 제자들의 보이는, 보이지 않는 결핍을 보듬고, 그들에게 희망을 지속적으로 주어야 한다는 것, 여러 갈래의 길을 두고 그들이 가야 할 길을 고민하게 하고, 제자들에게 차별 없이 사랑을 주어야 한다는 것은 시대를 초월한, 불변의 진리라 할 수 있다.

-세명대 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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