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마음의 불꽃을 식히는 지혜

틱낫한 글

허우성・허주형 역

운주사

값 15,000원

틱낫한 스님의 《화》가 20여 년 만에 새롭게 번역・출판됐다.

원서에 충실하면서 불교적 느낌도 잘 살려낸 이번 번역서는, 스님이 전하고자 하는 가르침까지 생생하게 담았다.

화, 절망, 좌절감 등에서 벗어나 나와 상대가 행복해지는 방법에 대한 가르침도 가득한 이 책에서 스님은 화를 어린아이와 같은, 돌보아야 할 대상으로 파악한다. 한발 더 나아가 ‘화’도 우리의 일부라고 본다. 우리는 어딘가 아파올 때, 아픈 부위에 우선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살펴본다.

“당신의 화를 아주 부드럽게 안아주세요. 화는 당신의 적이 아니라, 당신의 아기와 같습니다. 당신의 위나 폐와 같습니다. 폐나 위에 무슨 문제가 있을 때마다 버리려 하지는 않지요. 당신의 화도 마찬가지입니다.”

틱낫한 스님은 이 책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에서 행복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자유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자유는 정치적 자유가 아니라 화, 절망, 질투, 미망 등 마음 작용으로부터의 자유”라고 말한다. 이런 마음 작용은 일종의 독이고, 이런 독들이 우리 마음에 있는 한 행복할 수 없다 설파한다.

현대인들은 ‘화(분노)’를 촉발, 촉진시키는 사회에 살고 있다. 인간의 욕망을 부추기는 물질주의, 이기심, 무한경쟁 속에서 바쁜 일상을 보내지만, 현대인에겐 행복해야 할 권리도 있다.

수행자는 화와 고통이 생기는 즉시, 이것들을 잘 돌보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다. 반면 수행을 하지 않는 사람은 화의 에너지가 나타날 때 화에 압도되어 지배당하기 쉽다.

현대인의 고통과 불행의 주요 원인은 상대가 아니라 바로 우리 속에 있는 화의 씨앗이다. 자신의 고통에 대해 상대를 비난할 필요도 없다.

틱낫한 스님은 1926년 베트남에서 태어나, 열여섯 살에 출가했다. 1961년 미국으로 건너가 프린스턴대학교와 컬럼비아대학교에서 비교종교학을 공부했다. 베트남 전쟁이 발발하자 전 세계를 돌며 반전평화운동을 전개했고, 이로 인해 베트남 정부로부터 귀국 금지 조치를 당했다.

스님은 불교의 사회적 실천과 불교를 서양에 알리는 데 앞장섰으며, 고국인 베트남의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수많은 보트피플을 구출했다. 또한 1982년 프랑스 보르도 근처에 플럼빌리지(Plum Village)라는 명상 공동체를 세웠다. 이 공동체는 이후 세계적인 명상 공동체로 발전했다.

틱낫한 스님은 불교 심리학과 서양 문화의 이해에 대한 탄탄한 기초를 바탕으로, 편안하고 독특한 불교 수행법을 개발했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할 수 있는 걷기 명상, 편안한 환경에서의 식사 명상, 누운 자세에서 휴식하며 하는 명상 등 삶의 매 순간을 명상과 접목했다. 이런 모습은 플럼빌리지의 명상 챈트에서, 서양 사람과 동양 사람이 함께, 동양의 불교 의식 도구와 서양의 악기 첼로가 함께, 쉽고 편안한 염불 소리가 함께 어우러지며 아름다운 하모니로 피어난다.

그리고 스님은 처음 출가했던 베트남 ‘후에’ 근처의 뜨히에우 사원에서 생의 마지막을 보내기 위해 2018년 베트남으로 영구 귀국했다. 스승에게 배운 참여불교의 사명을 전세계에 전하기 위한 70년간 활동을 마무리하고, 2022년 1월22일 95살의 나이로 입적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무언가-화(분노), 좌절, 절망 심지어는 사랑까지도-에 얽매여 있으면 자유롭지 못하다. 진정으로 살아 있기 위해, 진정으로 행복하기 위해, 진정으로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기 위해서, 우리는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길은 마음챙김 수행에 있다.

이 책 《화》를 통해 ‘화’의 본성을 이해하고 ‘화’에서 자유로워지며, 자신은 물론이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모두가 행복에 가까워지기를 기대한다.

-신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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