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평론 창간 25주년 심포지움
8월 23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신승철 박사 ‘뇌과학과 불교’ 발표
“이야기하는 ‘나’ 너머에서 보고, 듣고 있는 자가 무엇인지를 자각/관(觀)해야 한다는 것이 대승의 진정한 가르침이다.”
신승철 블레스병원장(정신의학과 전문의, 연세대 외래 교수)은 8월 22일 오후 1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불교평론〉 창간 25주년 심포지움에서 ‘뇌과학과 불교-본다(見)는 것을 중심으로’란 주제의 논문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최근 명상법이 인류사회에서 큰 관심을 모으게 되면서 신 원장이 발표한 ‘뇌과학과 불교’는 이날 집중적인 주목을 받았다.
신 원장은 이 논문에서 먼저 “마음(정신)이란 것은 어떻게 생기는 것이냐의 문제에 대해서 많은 연구자는 뇌 신경회로에 활동전위가 흐르면서 마음이란 것은 창발적으로 생성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고 운을 떼고 “뇌연구에서 불교적 관점의 이해나 검토를 한 것은 인지(인식) 영역에 제한된 편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우리가 뇌과학과 불교적 이해와의 관련성을 찾는다면, 가령 전오식(眼識 耳識 鼻識 舌識 身識)이 구조적으로나 기능적으로 뇌의 어느 회로를 거쳐 어떻게 작동되는지를 밝히는 범위 정도의 일이 된다”는 신 원장은 “신경학과 철학자들 가운데는 마음이란 것의 실재를 믿지 않는다는 주장도 상당하다”고 했다.
신 원장은 “뇌과학의 대표적 연구라 볼수 있는 본다는 것[見]을 중심으로 뇌과학적 지견을 가늠해보려 한다”면서 본다는 것의 전통 불교적 입장(불교인식론)과 그 맥락에서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 간단한 비교검토를 시도했다.
그 결과를 토대로 신 원장은 “뇌과학에서 본다는 일은 우리의 눈은 10여 대의 각기 다른 기능을 가진 사진기들이 계속 ‘풍경’을 찍어대는 것이다”면서 “사진기들은 시간 차이를 두고 정보를 여러 경로를 통해 상위 단계로 전송한다. 영화는 1초에 20여 장의 정지된 화면을 연속으로 돌리게 되어, 하나의 동영상으로 보이게 한다. 우리의 뇌는 영화의 동영상 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각기 ‘풍경’을 찍어낸다”고 비유했다. 이는 실제로 밖의 사물이 연속해서 바뀐 게 아니고 우리 마음 안의 인지(인식)이 찰나로 나타났다가 찰나로 사라짐을 의식하지 못한 채 대상 경계가 마치 지속적으로 실재하는 것처럼 그렇게 보는 것이라는 것이다.
신 원장은 “대승불교는 시각적 봄을 실제로 보는 것이 아니라고 하며 시각적 봄에 대한 자각을 촉구한다”며 “시각적 봄이라는 가능한 봄을 통해 그 봄 자체를 보는 것, 다시 말해 시각 인식의 주체를 주의 깊게 각찰(覺察, 觀)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이 삶의 주인공은 ‘누구’가 아니며 무엇인지를 알아차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곧 ‘나’ 너머에서 보고, 듣고 있는 자가 무엇인지를 자각하라는 대승의 가르침이라는 것이다.
한편 이날 〈불교평론〉 창간 25주년 심포지움은 제1부에서 ‘불교와 과학, 그 멀고도 가까운 거리’ 장회익 서울대 명예교수, ‘불교와 화학’ 강종헌 서울대 교수, ‘양자물리학과 불교’ 양형진 고려대 교수, ‘진화생물학과 불교’ 전중환 경희대 교수의 발표가 있었고 제2부에서 ‘뇌과학과 불교’ 신승철 연세대 외래교수, ‘천문학과 불교’ 강승환 종교과학커뮤니케이터, ‘지구과학과 불교’ 김태원 인하대 교수의 발표가 있었다.
-김종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