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회의, 원로의원
막대한 권한 갖고 있어
권한 큰 만큼 위의 갖고
종단 중심 역할 하며
종도의 사표가 돼야
때론 종단 발전 위해
고언·충언도 마다 않길
한국불교태고종 제6대 원로회의가 지난 7월 10일 개원했다. 23명의 재적 의원 가운데 16명이 참석한 이날 개원회의에서 원로회의는 전 총무원장인 호명 스님을 상반기 의장으로, 수석부의장과 차석부의장엔 전 호법원장 지현 스님과 총무원 전 행정부원장 성오 스님을 선출했다.
원로회의는 말 그대로 종단 어른 스님들의 회의체로서 종단의 중심 역할을 맡고 있다. 원로회의법에 의하면 원로회의는 △종정 추대권을 비롯해 △종헌개정안 인준권 △중앙종회가 결의한 중앙 3부원장(총무원장, 중앙종회의장, 호법원장) 불신임 인준권 △종단 비상 시 중앙종회 해산 제청권 △중앙종회 해산 시 중앙종회 권한 대행권 △중앙종회에서 부의한 종단 중요정책의 조정권 △승정 추대권 △대종사 법계 특별전형에 대한 승인권 등 막중한 권한을 갖고 있다. 또한 원로회의에서 인준받지 못한 사항은 중앙종회가 재심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사실상 상원 기능도 갖고 있다.
이처럼 원로회의에 막중한 권한을 부여한 것은 단순한 권한 행사를 넘어 종단 안정과 발전에 중심적이고도 필수적인 역할을 해달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 때문에 상반기 의장으로 선출된 호명 스님도 인사말에서 “태고종 제27대 총무원 집행부가 종단 화합과 발전의 기틀을 마련했고, 현 제28대 집행부가 종단 위상 제고를 위한 광범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며 “잘한 것은 칭찬하고, 잘못된 점은 꾸짖어 종단이 바르게 갈 수 있도록 이끄는 게 원로의원 스님들의 역할이다”고 강조했다. 호명 스님은 또 “종단을 반석 위에 세우기 위해서는 종도들의 관심과 동참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원로의원 스님들이 먼저 마음을 내 종단 불사에 참여하고, 종도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잘 이끌어달라”고 당부했다.
호명 스님의 인사말처럼 원로의원 스님들은 먼저 모든 면에서 종단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 원로의원 스님들이 원로의원 스님들로서의 모범과 종단의 사표가 되지 못할 땐 태고종의 중심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이날 총무원장 상진 스님도 참석한 원로의원 스님들에게 일일이 추대패를 전달한 뒤 인사말을 통해 “금번 6대 원로회의는 중앙과 지방 종무기관에서 오랜 경험과 지식을 두루 겸비하신 새로운 분들이 대거 추대돼 구성 면모를 일신했다”면서 “부디 더 깊고 폭넓은 말씀으로 미래를 향한 종단의 발걸음에 힘이 되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총무원장 상진 스님은 또 “종단은 소납의 취임 이후 보다 더 멀리, 더 높게 나아가고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모쪼록 원로의원 스님들의 높은 덕망과 지혜를 종단과 후학들을 위해 아낌없이 펼쳐주시길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상진 스님의 인사말처럼 원로회의는 이제 단순히 지난날의 유산을 지키는 역할을 넘어 미래를 향한 비전을 제시하고, 종단의 중심자로서 종단의 윤리적 기준과 방향성을 제시하도록 머리를 맞대야 한다. 원로회의에 막중한 권한을 부여한 것도 그 때문이다. 원로회의는 종단사적으로 막중한 권한과 함께 종단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실제로 제26대 총무원장이 중앙종회의 불신임안 의결로 내홍을 겪을 때도 그 사태를 해결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모름지기 종단의 종지와 종풍을 선양하는 일은 어른 스님들에게 달려 있다. 또 승가 안에는 엄격한 위계질서가 존재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에 제6대 원로회의 의원으로 추대되신 스님들은 종단의 큰 어른으로서 수행자의 본분사를 다하며, 후학들에게 큰 본보기가 되어 주어야 한다. 반듯한 종단 분위기는 어른 스님들의 엄중한 위의와 본분사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제 태고종단은 천년의 미래를 준비하는 기틀을 완전히 마련했다.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길에 또 어떠한 어려움과 역경이 있을지 모른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도 산적하다. 그때마다 어른 스님들은 깊은 지혜와 경험으로 종단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왔다.
이 기회에 종도들의 원로회의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원로회의는 단순한 권력기관이 아니다. 종단이 중심을 잡고 잘 헤쳐 나가느냐 마느냐는 원로회의와 원로의원 스님들에게 달려 있다. 종단이 어려울 땐 고언(苦言)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원로의원 스님들 또한 자신들의 막강한 권한을 알고, 종단이 바른 방향으로 흘러가지 못할 땐 스스럼없이 나서서 올바른 길로 나가도록 충언(忠言)도 해야 한다.
-주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