㉑ 부동 우바이, 부처님을 친견하다

 

불기 2568년, 서기 2024년. 사월 초파일.
부처님의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불교를 믿는 나라들은, 음력 4월 8일을 국경일로 정해 나라 전체가 연등 행사1)를 하고 관욕2)을 하는 등, 축제를 벌이고 있었다. 기원정사에서도 비로자나 부처님과 노사나 부처님, 석가모니 부처님, 용수 보살과 문수 보살, 보현 보살과 사리자 불이 다 같이 모여 앉았다.
“이번에는 산딸기 케이크입니다요. 지금이 산딸기 철이라 아주 맛있다고 그러네요. 흠흠!”
용수 보살이 입꼬리 부근의 팔자수염을 멋들어지게 꼬아 올리며 말했다.
“아! 그런가…. 그러면 한번 먹어보지….”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손가락으로 산딸기 진분홍크림을 슬쩍 찍어 먹으려 하자, 문수 보살이 부처님의 손을 잡았다.
“그래도 생일 케이크는 일단 초를 켜고, 노래를 한 뒤, 촛불을 입으로 불어서 끄신 후에 드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듣고 부처님께서 하하하! 큰소리로 웃으셨다.
“정말 그렇군, 나는 용수 보살님 말씀에는 항상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서…. 깜빡했네. 자! 다들 노래를 부릅시다.”
축하 노래가 끝나고 촛불을 끄자 보현 보살이 산딸기 케이크를 알맞게 잘라 각 부처님 앞에 놓아드렸다. 케이크 한 조각을 집어 맛있게 드시던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음…. 역시 용수 보살님 말씀대로 맛이 좋군요. 이건 향기가 상큼해서 애들 입맛에도 맞을 것 같은데…. 요즘 애들은 누구를 만나고 있소?”
문수 보살이 고개를 숙이고 손을 합장한 채 물었다.
“선재 동자와 보리 말씀인가요?”
비로자나 부처님과 노사나 부처님이 동시에 빙그레 웃으셨다. 용수 보살이 케이크를 한 손 가득 떠서 우물우물 씹으며 말했다.
“그 아이들이야 보이지는 않지만, 부처님께서 뒤로 옹호해주시고, 문수 보살님이랑 보현 보살님이 다 보살펴주시는데 무슨 걱정인가요.”
문수 보살이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제 20번 째 선지식인 부동 우바이를 만나러 갔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환하게 웃으시며 환영한다는 듯이 양손을 벌렸다.
“아…! 선주성에 살고 있는 부동 우바이! 그 여인은 꿈에서까지 나를 닮으려 애썼지. 내 털구멍의 냄새도 향기로워하더니, 마침내 그녀의 몸에서도 금빛 광명이 나고, 입에서는 향기가 뿜어나와, 부동 우바이를 만나는 사람마다 그 광명과 향기를 맡고 마음이 청량해지고 중생들의 번뇌3)를 없애주지. 대단한 선지식인이야,”
“애들, 한번 만나 보고 싶으신가요?”
“역시! 문수보살 님은 내 마음을 잘 알아준다니까…. 또 나를 꼭 닮은 여인이니 부동우바이도 만나보고 싶구려, 또 이참에 다 데려오도록 하시오.”
얼마 후, 문수보살은 신통력으로 그들을 데려왔다. 눈치가 빠른 선재는 곧장 우요4)한 후, 부처님들께 삼배를 올리고, 부동 우바이 역시 금빛 찬란한 광명을 온몸으로 휘날리며 오른쪽으로 세 바퀴 돈 뒤 예배를 올렸다.
다만, 보리는 눈 깜짝할 사이에, 부처님이 눈앞에 있음을 믿지 못해서 절을 올리고 있는 선재 동자의 허리춤을 꼭 잡고 말했다.
“오빠, 오빠! 저기…. 저기 부처님이, 부처님이….”
선재 동자가 보리의 어깨를 잡아 누르며 말했다.
“그러니까, 얼른 절해…. 삼배를, 두 손 모으고…. 합장을 하고….”

삽화=서연진 화백
삽화=서연진 화백

 

선재와 보리가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보고 용수보살이 손뼉을 친다.
“아우! 귀여워. 너무 귀엽다. 저 귀여움을 어떡할 거야. 오랜만에 눈이 시원해지며 청정하니 눈 호강 제대로 하네. 참으로 천진난만한 아이들이로군.”
“응응…. 이렇게?”
보리가 두 손을 모으고 합장한 채로 절을 하려니 엉덩이가 하늘로 치켜올라갔다. 보현보살이 치켜든 보리 엉덩이를 슬며시 눌러주자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여러 부처님들이 동시에 웃으셨다. 창피해서 얼른 일어나지 못하고 고개를 처박고 있는 보리를, 선재가 머뭇머뭇 하면서 일으켜 세웠다.
“죄송합니다. 부처님! 제가 잘못 가르쳐서... 버릇이 좀 없습니다.”
그러자 용수 보살이 손사래5)를 쳤다.
“아이고! 무슨 말을…. 열 한살 밖에 안 된 아이를 데리고 다닌 것만으로도 장하구먼, 그래 선지식들은 잘 만나보았고?”
부처님께서도 이어 말씀하셨다.
“정말 착하고도 착하구나, 선재야! 벌써 스무 명의 선지식을 만나다니. 장하고 기특하다. 보리도 더없이 큰일을 했구나. 보리야! 고개를 들어보아라. 여태 만난 선지식인들을 외울 수 있겠니?”
부처님의 위없는6) 말씀에 보리는 가슴이 콩닥콩닥 뛰어 대답이 잘 나오지 않았다.
“예? 예, 예에…! 대방광불 화엄경, 용수보살 약찬게….”
“아니, 아니 화엄경 약찬게, 거기 말고…. 덕운, 해운, 선주승 해봐.”
선재 동자가 말하며 보리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아! 덕운 스님, 해운 스님, 선주 스님, 그리고... 미가 장자님, 해탈 장자님, 해당 비구님 또.... 휴사 보살님!”
보리가 얼굴이 빨개지도록 더듬거리며 그동안 만났던 선지식들을 외우자 석가모니 부처님의 얼굴에서 번쩍번쩍 금빛 광명이 나더니 보리가 놀라지 않게 잔잔한 미소를 띠며 말씀하셨다.
“이제 그만하려무나, 보리야! 생각보다 잘하는구나. 그런데 네가 만나본중에 미가 장자님은 어떤 선지식이더냐?”
그 말을 들은 선재 동자가 속으로 ‘아이쿠, 큰일 났다. 저러면 보리가 당황해서 기억을 못 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 잡고 있던 보리의 손을 얼른 놓았다. 그리고 보리를 똑바로 쳐다보며 눈으로 말했다. ‘양계장! 할머니네 삶은계란! 독사들이 다 죽였잖아, 병아리... 그래서 미가장자가 묘음 다라니로 ... 보리야! 내 눈을 봐, 내 눈을 좀 보라고!!!’ 마침내 보리가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힘이 잔뜩 들어간 선재 눈 속을 들여다 보지는 못했다.
“오빠, 미, 미가 장자님….”
선재 동자는 안되겠다싶어 갑자기 두 손을 모아 하늘 높이 쳐들더니 온몸을 배배 꼬면서 입을 쭉 내밀었다. 마음 같아서는 혀를 날름날름 내밀고 싶었지만, 부처님 안전7)이라 혀를 내밀 수는 없고, 최대한 뾰족하게 입을 모아 요리조리 얼굴을 돌리는데, 보리는 눈치없이 ‘왜 저러지?’ 하는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다. ‘아이고 저 허당8)!’ 선재는 온몸에 힘이 쭉 빠진다. 이때, 재빨리 부동 우바이가 금색 광명을 보리에게 찬란하게 쏘아주면서 청량한9) 지혜 광명이 보리의 머리에 번쩍 들게 하였다.
“삐약삐약!”
보리는 그 순간 머리가 맑아지고 향기로운 냄새와 함께 병아리 우는 소리가 어디서 들리는 것 같았다.
“아, 미가 장자님! 묘음다라니…. 독사가 병아리들과 어미 닭들을 다 죽이자, 묘음 다라니로 독사들을 다 처단했어요. 그리고 아름다운 목소리 항마진언10)! 옴 소마니 소마니 훔, 흐리한나 흐리한나 훔, 흐리한나 바나야 훔, 아나야 혹! 바가밤 바즈라 훔바탁, 마흔 아홉 번!”
선재 동자는 보리가 줄줄 외우는 것에 신이 나서 팔짝팔짝 뛰고 부처님들은 그 모습을 보시고 흐뭇하게 웃고 계셨다.
문수 보살이 부처님께 말했다.
“역시 선재 동자는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군요. 남은 선지식들도 보리와 함께 잘 만나고 올 것 같습니다.”
선재 동자와 보리는 생일 파티가 끝난 기원정사를 하직하고 부동 우바이와 선주성에 돌아왔다. 그러자 하늘에서 부처님의 말씀이 들려왔다.
“착하고 착한 선재야, 너는 정말로 훌륭하게 나의 법을 전하고 또 닮으려 애쓰고 있구나. 부동 우바이처럼 나를 닮으려 늘 쉬지않고 기도로 정진11)하면, 너 또한 나처럼 성불할 수 있으니 이 말을 명심토록 하여라.”
선재 동자는 하늘의 소리를 듣자, 가슴 저 밑에서 뭉클뭉클 감동과 기쁨이 차올랐다. 그리고 눈물이 쏟아졌다. 오오! 부처님!

-한국불교신문 2022년 신춘문예 동화부문 입상자

【각주】
1) 불교에서 등을 달아 불을 밝히는 행사를 말함.
2)  불교에서 영가들을 목욕시키는 의례로 천도 의식에 쓴다.
3) 마음을 괴롭히고 못살게 시달리는것.
4) 오른쪽 방향으로 도는 것.
5) 손을 펴서 휘저으며 아니라는 뜻을 표함.
6) 더 이상 높는 곳이 없이 가장 높고 좋다.
7) 귀한 사람이 앉아 있는 자리의 앞.
8) 자신의 뜻과는 다르게 행동하는 사람, 원래는 땅이 움푹 패여 빠지기 쉬운 곳. 실수.
9) 맑고 시원한.
10) 마귀를 항복시키는 진언.
11) 열심히 노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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