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등문화의 역사
백창호·오대혁 지음
담앤북스
36,000원
부처님오신날이면 어김없이 이어지는 서울 종로 연등행렬에는 불자는 물론 종교와 국경을 초월해 수십만 명이 참가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연등회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돼, 부처님오신날을 기념하는 행사를 넘어 누구나 참여 가능한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의 문화 가운데 인류의 기나긴 역사와 함께하면서 사람들을 어우러지게 하고 상징성과 예술성, 오락성 등을 모두 지닌 것으로 ‘연등문화’만 한 것은 흔치 않다. 하지만 연등회가 어떤 행사였는지, 언제 시작되었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드물기만 하다. 부처님오신날 밝히는 연등이 연꽃 모양 등[蓮燈]인지, 아니면 등불[燃燈]인지 헷갈리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이 책은 한국 연등회(燃燈會)의 역사와 변천 과정을 자세히 밝히고, 인도ㆍ중국ㆍ한국으로 이어진 수천 년의 등불 역사를 종교ㆍ정치ㆍ민속ㆍ문학ㆍ예술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살피면서 연등문화의 고갱이를 드러낸다.
저자인 한국전통등연구원 오대혁 연구이사와 백창호 원장은 장구한 연등문화의 역사를 통해 “연등은 밤을 밝히는 도구를 뛰어넘어 우리 인류가 무엇을 도모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탐욕과 성냄, 어리석음을 훌훌 벗어 버리고 소외된 곳을 밝게 비추고 지혜로써 지구와 인류를 구해 내야만 한다는 것을 연등은 오랜 세월 가르쳐 왔다”고 역설한다.
연등의 역사와 변천뿐 아니라 연등을 바라보며 느꼈던 당대인들의 정서를 다양한 고문헌과 옛 그림을 통해 입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다는 점은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이다. 역사이면서 민속인 연등문화와 그러한 문화를 향유한 이들의 정서 세계까지 온전하게 드러낸 참된 문화사(文化史)로 평가할만 하다.
-최승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