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서 2월 12일까지
시기별 대표작 270여 점 한자리서 조망

장욱진, '진진묘', 1970, 캔버스에 유화 물감, 33*24cm, 개인소장.
장욱진, '진진묘', 1970, 캔버스에 유화 물감, 33*24cm, 개인소장.

 

장욱진(1917-1990)은 서양화를 기반으로 동양적 정신과 형태를 가미해 한국적 모더니즘을 창출하고 한국미술사의 새로운 장을 연 화가이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직무대리 박종달)과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관장 이계영)이 공동주최한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이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전시 종료일은 2월 12일.

이번 전시는 1920년대 학창 시절부터 1990년 작고할 때까지 약 60년간 꾸준하게 펼쳐 온 장욱진의 미술 활동을 총망라한 자리다. 장욱진의 시기별 대표작을 엄선한 유화, 먹그림, 매직펜 그림, 판화, 표지화와 삽화, 도자기 그림 등 270여 점을 한자리에서 조망한다. 또한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화가 장욱진이 진정으로 추구한 예술의 본질과 한국적 조형미의 구축이 한국미술사 안에서 차지하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자리이기도 하다.

전시 제목 ‘가장 진지한 고백’은 “그림처럼 정확한 내가 없다”고 말한 장욱진의 언급에서 착안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장욱진의 작품 세계를 청년기(10~20대), 중장년기(30~50대), 노년기(60~70대)로 재구성해, 궁극적으로 그가 추구하던 ‘주제 의식’과 ‘조형 의식’이 어떻게 형성되어 변모해 나갔는지를 살펴본다. 특히 장욱진 관련 아카이브를 통해 일제강점기와 한국 전쟁 이후 미술단체와 전람회 활동을 포함하여 새롭게 밝혀진 장욱진의 초기 행적 및 기존에 알려진 작품명과 연보의 오류를 바로잡은 연구 성과를 공개한다.

장욱진, '심우도', 1979, 종이에 먹, 67*44cm, 개인소장.
장욱진, '심우도', 1979, 종이에 먹, 67*44cm, 개인소장.

 

전시는 크게 4부로 나뉘는데, 전시실 1층 1부와 4부에서는 초년기부터 노년기까지 연대별로 작품 세계를 볼 수 있게 구성했다. 2층 2부에서는 장욱진 그림에서 반복되는 소재들을 ‘내용’과 ‘형식’으로 접근하여 장욱진 그림을 보다 쉽고 깊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2층 3부. 세 번째 고백 ‘진眞.진眞.묘妙’로 이름을 붙였다. “참으로 놀라운 아름다움[眞眞妙]”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의 첫 불교 관련 작품인 〈진진묘〉(1970)로 시작되는 세 번째 전시실에서는 장욱진의 불교적 세계관과 철학, 정신세계를 살펴본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진진묘’는 장욱진의 부인 이순경 여사의 법명(法名)이다. 아내를 보살상으로 표현할 정도로 존중하고 가족을 귀하게 여겼던 장욱진은 하다못해 동물을 그려도 동물 ‘가족’을 그렸다. 가족도, 동물도 모두 소중한 인연(因緣)으로 함부로 대하는 법이 없었던 그의 마음가짐과 태도는 불교적 세계관에 기반한 것이다.

그와 불교와의 인연은 청년기부터 여러 에피소드가 언급될 정도이지만 실제로 불교적 세계관이 반영된 작품이 등장한 것은 1970년대부터이다. 먹그림 역시 이 시기부터 그려지기 시작했다. 전시된 그의 먹그림들은 장욱진의 불교 인식과 태도가 딱히 종교적인 것은 아니었을지라도 적어도 예술이라는 개념에서 ‘깨달음의 과정’이자 ‘깨달음의 표현’이었음을 말해준다. 나아가 그의 간결하고도 응축된 작품들이 서구 모더니즘의 추상에서 영향을 받았다기보다 오히려 불교적 사상과 개념으로 추구된 ‘절제’와 ‘득도’의 결과로 해석하는 것이 더욱 설득력 있음을 알게 한다. 특히 이 전시실에서는 60년 만에 일본에서 돌아온 장욱진 최초의 가족 그림인 1955년 작 〈가족〉이 보존처리를 마친 채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해학성이 돋보이는 〈심우도〉(1979), 〈무제〉(1979) 등도 선보이며, 1975년 김철순과 장욱진이 협업했으나 생전에 출판되지 못한 목판화집 Zen: Wisdom of Asia를 별도 제작한 단행본 《선(禪) 아님이 있는가》도 공개된다.

한편, 전시와 연계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도 마련됐다. 디지털 기반 참여형 워크숍 ‘나의 진지한 고백’은 장욱진 작품에 등장하는 주요 도상, 이미지를 관찰하고 관람객이 자신의 삶을 도상으로 표현하는 워크숍이다. (현장 및 온라인, 상시 참여) 또한 장욱진의 글을 읽고 자기 생각과 마음을 그림과 글로 표현해 보는 워크숍 ‘내 마음으로서 그리는 그림’이 2전시실 앞에서 진행된다.

더불어 성인을 위한 작품 감상프로그램이 매일 3회차(12시, 14시, 16시) 진행된다. 이외에 장욱진 작품을 보고 만지며 소통할 수 있는 교육자료로 개발된 ‘촉각 그림책’이 전시실 내에 비치되며,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음성해설 및 수어 해설, 점자책과 큰 글자 감상 자료가 제공된다.

-최승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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