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새삼스럽게 이야기 할 것도 없이 인터넷이 이 시대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동력임을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아니 잠들어 있는 동안에도 쉴 사이 없이 움직이는 아뢰야식의 활동처럼 인터넷은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기성세대의 인터넷에 대한 친밀도가 현저히 떨어지는데 비해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친밀도는 집착에 가까울 만큼이어서 세대간의 갈등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는 것이 이 시대의 자화상으로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그야말로 지구촌 중생계의 현 주소인 것이다. 이러한 때에 중생교화의 가장 효과적인 수단인 선교방편(善巧方便)을 가지고 있으며, ‘이 세상 어느 중생도 전생에 나의 부모형제 아닌 이가 없다’는 『앙굴마라경』등의 가르침을 들어 중생사랑의 지극성을 자부하고 있는 불교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그저 흐르는 대로 흐르도록 지켜보아야 할까? 아니면 비록 ‘수레바퀴를 막는 사마귀’라는 평가를 받을 지라도 막아야 할까? 그것도 아니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현재 우리 불교계의 기성세대들은 아무런 생각 없이 중요한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는 우리 불교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음은 물론이다. 지구촌과 우리나라 미래의 주인공이어서 당연히 우리 불교의 주인공이 될 청소년들에게 어떤 관심을 가지고 인터넷 시대를 살아가라고 지도해주어야 할 것인가를 효율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불교의 미래에 먹구름이 덮쳐올 것이다.먼저 인터넷의 특성상 익명성과 함께 동시 다발성 정보를 향유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키려면 일정한 룰(rule)을 공유하려는 노력을 하도록 지도하여야 한다. 『화엄경』에서 선재동자(善財童子)가 스승을 찾아 공부하면서 창녀까지도 스승 삼는 노력은 이(e)시대의 귀감이다. 어떠한 것도 정해진 방향이 없으며 그를 대하고 활용하는 이의 방향성에 따라 그 정보의 방향도 정해진다는 점을 십분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의하면 그 어떠한 것도 고정불변하는 실체가 없으며 지식정보 또한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정보를 자신중심으로 재창조하는 적극적 노력을 기울일 것을 가르쳐주어야 한다. 이는 과거에 자리나 지위가 갖는 포지션파워(positionpower)가 능력이라고 했던 것이 이제는 그가 가진 전문성과 능력인 엑스퍼트파워(expertpower)가 능력이라고 하는 시대의 이미지와 걸 맞는 것이다. 이제 어느 단어에나 이(e)를 붙여서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시대에 학습도 e를 'electronics'의 의미에서 벗어나 'everything'을 지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중생교화(enlightenment)도 또한 모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도록 스스로 다잡아야 한다. 그것이 e-enlightning시대를 바르게 열고 이끌어 가는 것이다. e-enlightning은 언제나(anytime),어디서나(anywhere),누구나(anyone) 쌍방간 교화가 가능한 교화를 뜻한다. 이는 ‘일체중생이 다 부처이며(一切衆生 實有佛性)’ 삼라만상이 나의 스승(頭頭物物是我師)라는 부처님의 가르침과 상통한다. 인터넷 시대의 e는 단순히 electronics의 e가 아니라 경험(experience),확장(extension),확대(expansion)의 의미로서 학습의 경험, 학습 선택권의 확장, 학습기회의 확대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는 엘리엇 마지(Elliot Masie)의 이야기처럼 보다 폭 넓은 교화의 장으로 활용해야 한다. 다만, 인터넷 시대에 많이 쓰이고 있는 ‘아날로그는 낡고 뒤떨어지며 수준 낮은 방식이고 디지털은 새롭고 앞서가며 수준 높은 것’이라는 표현은 이러한 관점에서 바로 잡아야 한다. e-everything의 개념은 모든 것에서 모든 것을 배운다는 것이다. 지나간 시대가 다가오는 시대를 준비하는 좋은 자료이며 교훈인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바른 인식을 위해서도 각 종단의 총무원이나 교육원,연수원,포교원 등의 교화당국에서 바른 사고와 질 높은 교화활동을 전개할 수 있는 인재를 등용하고 두뇌유출을 방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가장 우주적이고 가장 과학적인 종교가 바로 불교라고 한 과학자 아인슈타인과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의 예언을 금과옥조처럼 믿고 싶어 하는 불교계 지도자들은 특히 이 점을 명심하여 승려나 법사 또는 불자가 개인적으로 접근하거나 말거나 관심 없다는 투로 놓아두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인터넷을 이해하는 것은 부처님의 길을 따르는 후예로서의 당연한 사명이자 권리이다. 보다 적극적으로, 보다 조직적으로 보다 전문적으로 그리고 보다 쉽고 재미있는 방법으로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인터넷을 활용하여 부처님의 지혜를 찾는 수행으로 들어올 수 있게 하여야 한다. 그러면 그들은 웃으며 즐기면서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하거나 인식하거나 깨달음의 바다에 뛰어든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될 것이며 그것이 불교의 바람직한 교화활동으로 자리매김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