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여 신라, 고려에서는 대궐에서부터 민가에 이르기까지 선남선녀가 고운 옷을 지어입고 형형색색의 등을 만들어 밝게 켜고 온 저자를 밤드리 다니면서 부처님 오심을 경축하고 뭇 중생들의 소원성취와 나라의 안녕을 기원하였다. 그 시절에는 등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나 바빠서 직접 다니지는 못하지만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구경을 하는 사람이나 모두 하나 되는 마음으로 축제에 참여하였다. 그러던 것이 불교탄압의 역사가 시작된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민중들의 마음과는 다르게 현장감이 적어졌으나 그래도 민심은 거스를 수가 없었다. 일본제국주의시대를 지나 우리문화에 인식이 모자랐던 해외파들에 의해 정권이 유지되면서부터 부처님 오신날에 대한 생각이 바로잡히지 않게 되었다. 서양의 종교지도자 생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면서 국민의 대다수가 믿는 불교의 교주인 부처님 오신날은 박 정희 정권 말에 가서야 재판을 통해 공휴일로 지정하는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벌어졌던 것이다. 처음에는 석가모니 탄생하신 날이라 해서 석탄절, 불타께서 탄생하신 날이라고 ‘불탄절’등의 이름으로 불리었으나 그 뉘앙스가 썩 좋지 않게 들렸다. 그래서 한글세대에게도 이해하기 쉽고 잘 들어오는 ‘부처님오신날’이라 이름하고 그날을 축하하는 등행사를 ‘봉축 제등행진’이라는 이름으로 바꿔서 진행하였다. 그런데 로만가톨릭의 수장인 요한 바오로2세가 한국을 방문하여 거리 행진을 하는데 여의도에서 시청으로 향하는 전거리를 내 주었으나 전 불교가 동참하는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진에게는 한 쪽 차로만을 내 주어 불교도들이 봉축연등을 들고 거리에 누워 시위를 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지고 나서야 전 차로를 다 쓰게 하는 무지몽매한 일들이 이 나라에서 일어났었다.봉축행사의 질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데에는 두어 번의 새로운 시도가 있었다. 첫 번째는 조계종 위주의 행사가 건조하게 진행되는데 대한 반성으로 태고종의 영산재를 공식행사에 넣어서 봉축행사단상에서 수십명의 스님들이 전통불교의 의식인 바라작법과 나비작법을 범음의 바라지 아래 진행함으로써 문화와 예술, 수행과 교화가 어우러지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나 시행주체의 이해 부족으로 한 번으로 중단되고 말았다. 두 번째는 행사의 참여의식을 높이고 공식행사이기는 하지만 전국민과 지구촌 사람들이 참여하는 축제의 장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불교와 레크리에이션의 조화를 이루는 이들이 “연등축제(Lotus Lantern Festival)”이라는 이름으로 거듭나게 하여 여러 가지의 새로운 프로그램과 참여무대를 활발하게 마련하여 봉축행사의 패러다임을 크게 변화시켰다. 축제의 노래를 개발하고 거기에 맞춘 군중들의 춤들이 선보이고 신라, 고려시대의 전통등(傳統燈)을 재연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창작 연등을 수십 가지 이상 개발하며 참여자들에게 공모하여 시상하고 장엄등을 다양화하며 행진용 등도 천편 일율적인 등에서 벗어나 형형색색의 전통등과 창작연등으로 거리를 장엄스런 화엄(華嚴)의 바다로 가꿔가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태고종에서는 1950~1960년대의 법난을 당하면서 참여자체가 어렵다가 70년대 중반부터 부족하기는 하지만 새로운 공존의 시기를 맞이하여 봉축행사에 참여해왔으나 작은 규모의 사설사암이 많은 관계로 장엄등이나 인원 동원면에서 보여줄 것이 없다는 생각에 소극적으로 참여해오다가 영산재 시연을 계기로 참여에 대한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었고 90년대 초에는 대대적인 인원동원을 시도해 5천여명이 참여하는 초유의 진전을 이루었으나 계속되지 못했다. 그런 중에도 늘 영산재 시연팀을 중심으로 종단의 역사와 전통성을 내 보이는 방향으로 연등축제에 참여해 왔다. 몇 년 전부터는 전통홍가사를 수한 스님들 수백명이 질서 있게 연등을 들고 행진대열에 참여함으로써 더욱 그 의미를 빛나게 하고 동참하는 스님들이나 바라보는 불자와 시민들이 과연 태고종의 전통종단으로 수행자가 아주 많은 종단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 주고 있다. 하지만 더 많은 스님과 불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불자로서의 도리를 다하고 태고종도로서의 자긍심과 기쁨을 누리게 될 것이다. 총무원에서는 이 점을 깊이 새겨 총무원 등 종무기관과 동방불교대학, 동방대학원대학교, 봉원사, 백련사, 법륜사 등 본사급 사찰 및 서울, 경기의 교구 종무원과 연계하여 봉축위원회를 구성하고 적극적인 참여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지극히 당연하지만 반가운 일이다. 부처님 오신날 봉축 연등축제는 남의 축제가 아니라 바로 우리 불자의 축제, 태고종도의 축제라는 점을 생각하고 전국민과 세계인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문화행사라는 점을 인식해서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부처님 오신 날 연등축제는 다시 없이 좋은 불교포교와 종단 홍보를 위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한국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