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태어남과 죽음을 겪게 됩니다. 인생이란 한 편의 드라마를 찍는 것입니다. 거기에는 여러 사람이 다양한 모습으로 각자 자기의 역할을 해내는 것입니다. 악역도 필요하고 성자도 필요하고 거지도 필요합니다. 누구나 부족한 모습으로 태어나 다 채워지지 않는 열망을 남긴 채 이 인생 드라마를 끝내는 것입니다. 비극으로 또는 희극으로...2007년 대한민국을 사는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요. 힘들다, 모두 힘들다고 말합니다. 무엇이 우리를 힘들게 합니까. 잘 살기 위해 지나치게 노력하는 게 우리의 삶을 더욱 힘들게 하고 복잡하게 한 게 분명합니다. 이 어려운 시대에 확실해진 건 나누지 않으면, 더불어 살지 않으면 답이 없다는 것입니다.나누어 살려면, 더불어 살려면 무엇이 있어야 나누고 더불어 살 수 있습니다. 무엇이 있어야 합니까. 돈. 물론 돈 없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제한적입니다. 하지만 돈만으로 다 안되는 건 아마 마음 나누기일 것입니다. 나누는 마음, 육바라밀 중 보시의 의미는 내가 가진 것을 남에게 베풀고 나누는 것입니다. 가족이 단출해지고 사는 것이 복잡해져가는 이 시대, 복지란 새로운 가족을 만드는 일이 분명합니다. 피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부모가 되고 자식이 되는 일이고 서로가 마음을 주는 일입니다.하지만 이 일이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누구를 위해 마음을 연다는 것은 자기를 준다는 것이고 그건 자기의 인생을 건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절대 아닙니다. 대부분 복지시설이 종교와 함께 하는 것은 종교의 특성이 마음을 나누는 것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불교란 더욱 더 이 마음 나누는 일에, 복지에 적합한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더불어 사는 게 가능한 우리 전통 불교야말로 지금 이 시대가 요구하는 복지를 이끌어가기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약수암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졌던 더불어 사는 삶이 현실의 복지체계를 갖추고 더 많은 사람을 위해 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게 한 힘은 마음을 열고 보시하는 불교정신의 결과입니다.세상 모든 일에는 누군가의 희생과 열정이 아니면 새 길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불교를 통한 복지실현. 이건 스님과 사부대중들이 앞장서서 새 길을 만들어야 합니다. 태고종의 주 사상인 대승불교를 가장 잘 현실적으로 실현하는 길이요, 마음을 통찰하는 스님들이 당연히 나서서 이 어려운 시대의 표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법정스님처럼 책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여는 일도 중요하지만 한 분이라도 마음을 열고 더불어 사는 삶은 더더욱 소중한 일입니다.사실 불교는 다른 종교에 비해 이런 일을 등한시 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 서양에서조차 불교의 정신은 다시 평가되고 주목되고 있습니다. 이 어려운 시대, 마음 둘 곳 없는 이 시대에 불교야말로 자신을 바라보고 그것을 통해 아픈 상대를 보고 이 세상의 아픔을 보듬을 수 있는 큰 정신입니다. 이런 큰 정신을 통해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하는 스님들이 많이 나오길 바라는 간곡한 마음입니다.절이 단순히 수행과 기도의 도량을 벗어나 더불어 살 수 있는 복지의 요람이 되어 이 힘든 시대에 안식처로 자리매김 함으로써 한구사회와 한국불교의 새 바람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더불어 산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는 희생이 아니라 자기증진입니다. 이 새 길의 시작은 자기증진을 제일의 업으로 하는 스님들이 열어야 많은 사부대중들이 그 길을 따라 갈 것이 분명합니다. 절과 스님들을 통해 새로운 복지가 대한민국에 씨 뿌려지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파주 약수암 주지 성파 합장경기북부교구 종무원장인 성파스님은 1958년 약수암을 창건하면서 노인과 아이들의 기도도량이자 쉼터인 거북마을을 함께 일구었다. 오갈 데 없거나 소외된 사람들이 제각기 인연에 따라 모이면서 거북마을은 2002년 정부 복지정책에 따라 모범적 시설, 종사자, 운영 프로그램 등을 갖춘 현대식 노인요양시설로 거듭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