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시작되었다. 인고의 반세기, 기나긴 겨울을 지나서 이제 약동하는 한국불교 전통문화 전승관의 개관과 더불어 지난 1월 4일 정해년 시무식과 신년하례법회를 신(新)청사에서 봉행하였다. 지난해는 유난히도 우리 종단에게 어려운 한해였다. 대승교화종단의 정체성을 ‘미래사회의 선도자 역할’과 ‘사회와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종단’으로 거듭나기 위한 몸부림과 이에 저항하는 무리들의 도전과 걸림돌을 넘어서 전승관 불사는 무사히 마무리 되었고, 그 감회어린 현장이 바로 올해의 시무식이었다.지난해 6월 ㅎ사찰의 불미와 9월 행자교육거부로 발생했던 선암사 사태는 그동안 쌓아 올린 개혁의 가시적인 성과와 한층 높아진 태고종의 대(對)사회 이미지를 일거에 먹칠하고도 남는 엄청난 사건이었다. 그런 일들을 극복하고 금년 시무식을 새로운 전승관에서 봉행한 것은 현 총무원장 스님의 탁월한 지도력과 위기관리능력이었으며 그 능력을 바탕으로 새 도약의 활짝 열린 기회라는 점이다.그 일련의 사태들을 두고 우리는 교훈을 삼아야 한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교육의 부재에 가장 큰 원인이 있었다고 사료된다. 그동안 대부분 매불자생하면서 살아남기에 급급한 나머지 체계적인 종도교육은 꿈도 꾸지 못하고 살았던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우리 종단의 아픔이었다. 그런 여파가 지난해에 발행했던 두 사건으로 표출되었으며 앞으로도 얼마든지 재연될 개연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다.어느 시대, 어느 사회든 마찬가지로 교육이 선행되지 않았거나 교육을 소홀히 한 조직은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미쳐 교육불사에는 투자할 여건이 전혀 갖추어지지 못한 상태에서 반세기를 살아온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었으며, 아주 때늦은 감이 많으며,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절박한 상태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올해 종무지침에서 가장 주목할 것은 교육분야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겠다는 총무원장 스님의 굳은 의지이다. 제92회 정기종회와 시무식에서 금년의 종무지침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부분이 바로 교육대계에 대한 부분이며, 우리 종단의 희망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종단 예산의 50%를 교육에 투자하겠다는 운산 총무원장 스님의 의지는 아주 시의적절한 것이며, 또한 우리 종단이 전통, 정통 적자종단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한 희망으로 이끌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할 것이다. 이제 그 천명된 의지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몇 개의 넘어야 할 과제가 있다. 첫째, 재정확보이다. 그 동안 누차 공언해온 동방불교대학의 학사 마련은 올해 전반기 안으로 확보될 것이라고 한다. 전승관의 개관과 총무원사의 이전에 따른 안정적 종단업무에 덧붙여 교육불사를 위한 재정확보는 전종도의 참여로 이뤄져야할 전승관 못지 않는, 어쩌면 전승관보다도 훨씬 중요한 불사임에 틀림없다. 교육분담금을 설치하여 재정을 마련할 뿐만 아니라, 또한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야할 것이다. 종도들의 동참으로 태고종의 브랜드를 명품화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임을 명심해야 하고, 또 한편으로 모든 종도들이 교육 수혜자가 되도록 해야 한다.둘째, 교육시스템의 구축이다. 어렵더라도 반드시 현재와 미래의 한국사회와 글로벌시대에 모두 맞는 커리큘럼을 정립해야한다. 종단의 절체절명의 생명력은 정체성 확립이다. 태고종의 정체성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대승교화종단이다. 대승교화종단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한 교육체계을 확립하고 그에 맞는 교육과정을 정하는 것이다. 바로 태고종의 정체성과 특성을 잘 반영하면서도 비불교적 요소를 배제하고 현실에 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신앙 교육체계와 교육내용 위주로 한 교육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이다.셋째, 선교육 후득도제도 시행이다. 올해부터 실시하기로 한 선교육 후득도제도를 정착할 방안과 시행착오를 최소로 줄이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 종도들의 여론을 널리 수렴하고 그 바탕 위에 최소한의 시행착오로 정착하기 위하여서는 고민해야 할 부분이 너무나 많으며, 넘어야 할 과제가 많기 때문이다. 동방불교대학과 종도들이 운영하는 교양대학 출신의 수계득도를 원하는 이들, 종단내의 선암사나 봉원사등의 대찰의 행자들과 관련한 문제도 심사숙고해야 할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충분히 고려되지 않는다면 선교육 후득도제도는 현실적으로 표류하거나 많은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넷째, 기존 종도들을 위한 평생교육제도 확립이다. 이 평생교육시스템은 종사품계를 받기 전까지 20연간의 교육과정을 정하고 이수하도록 하여야 한다. 현재 4주의 수계산림을 통하여 배출된 종도들이 완전 방치되어 있는 상태이고, 일부는 타종단에 가 있고, 극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수계 종도를 위한 보습교육이 일 년에 한번 실시하는 2박3일간의 연수교육 외에는 전혀 없었으며, 그나마도 현실과 동떨어진 교육이나 갈급한 수요를 해결해 줄만한 교육이었는가는 깊이 반성해봐야 할 것이다. 이제는 법계고시를 활성화하기 위한 법계별, 법납별 교육이수과목을 정하여 동방불교대학과 법륜사 전문강원, 최고지도자 과정, 동방대학원대학교 등에 교육과목을 개설하거나 위탁하여 일 년에 몇 학점씩을 반드시 이수하게 함으로써 종도들의 실력향상과 법계고시의 전형자료로 삼아야 할 것이다.다섯째, 종단의 구성원을 사부대중이 아닌 육부대중으로 종헌종법상에 규정하고 있으며, 그 2부중이 바로 전법사와 교임이다. 많은 종도들이 교임과 전법사 제도의 폐지를 요구하고 있음도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대승교화종단의 이름으로 받아들인 소중한 인연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또한 방치하기 보다는 체계적인 교육을 통하여 사격(寺格)과 전법사와 교임에 대한 위상을 제고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강원교육과 사찰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평가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에 공헌하고 여법하게 포교불사와 사찰운영에 임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착하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종단의 대 신도교육에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스님들을 위탁 자문으로 교육교재를 종단차원에서 발행하고, 각 지역에서 종도들이 운영하는 불교교양대학이나 교육기관을 늘려 나아가야만 태고종도를 확보하고 종단의 신도회를 활성화 할 수 있는 기반도 조성될 것이기 때문이다. 21세기는 무한 경쟁시대이다. 동종간의 경쟁과 다종교 사회에서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화두는 바로 교육이다. 이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역사의 교훈과 각자의 체험을 바탕으로 최소한의 시행착오를 거치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종도들이 참여하고, 충분한 의견수렴과 해당 계통의 전문가들의 조언을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새해는 밝아 왔으며 이제 힘찬 도약을 준비하는 종단과 종도들의 혼연일체 단합된 모습으로 교육구종의 일일신 우일신 하기를 부처님전에 간절히 발원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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