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은 사(絲) 하이얀 고깔은 고이접어서 나빌레라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 불교무용이라 할 수 있는 작법(作法)을 위해 특별히 아름다운 명주옷을 입은 비구니의 날아갈듯 한 춤사위가 떠오르게 하는 조 지훈 시인의 “승무”장면은 아마도 영산재(靈山齋)를 지내는 스님의 나비작법(나비춤)에서 시상(詩想)을 얻었으리라. 영산재는 속인의 감각기관으로 느끼기에는 영락없이 시와 노래와 춤과 그림이 총체적으로 어우러지는 종합예술이다. 하지만 ‘춤추고 노래하는 것은 구경도 하지 말라’는 계율(戒律)을 지켜야 하기에 노라리를 허용하지 않는 출가수행자인 승려에게는 화엄(華嚴)과 법화(法華) 그리고 정토(淨土)와 함께 대승불교의 꽃이라 일컬어지는 선(禪)과 밀교(密敎)가 총체적으로 어우러지는 깨달음을 향한 수행(修行)과 중생들을 교화(敎化)하는 행법(行法)이다. 구랍 11일 서울 신촌 봉원사에서 열린 영산재학술 세미나에서 동국대 원로 홍윤식교수가 기조강연에서 영산재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뒤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필생의 사업으로 영산재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고자 하는 원을 밝혀서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은 세계가 가치를 인정한 우리의 문화유적으로 가곡, 판소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성악으로 불리는 범패와 함께 불교미술의 총체인 불화, 단청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무용이 합해지는 영산재야말로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에 손색이 없다고 할 것이다. 서울대 한만영교수 등이 중심이 되어 박송암, 장벽응, 이일응스님 등을 인간문화재로 지정하고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영산재 진행(공연)의 작법(기능)을 1973년 11월 5일 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로 지정하여 보호 전승의 길을 터놓은 것을 기념하고 새로운 전승자를 발굴하기 위해 신촌 봉원사에서는 매년 음력 5월 5일 시연하고 있다. 영산재에는 크게 음악인 범패와 미술인 불화,단청과 함께 종이꽃 등 장엄 그리고 무용인 작법(나비춤,바라춤) 등이 쓰인다. 범패는 불가에서 재를 올릴 때 쓰는 의식 음악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일명 범음(梵音:Uiea), 혹은 어산(魚山)이라고도 하며 인도(引導)소리라고도 한다. 범패는 장단이 없는 단성 선율로서 영산재 외에 다른 재를 지낼 때도 두루 사용되는 불교의식음악이다. 안채비와 바깥채비로 나눌 수 있는데, 순수 불교적 의식 절차인 안채비는 유치성(由致聲), 착어성(着語聲), 편게성(偏偈聲), 개탁성(開鐸聲) 등이고 바깥채비는 홋소리, 짓소리로 나뉜다. 바깥채비는 대체적으로 상주권공, 각배, 영산 등 전문적으로 소리를 배운 스님들에 의해 불리우는데, 단창(單唱) 또는 독창하는 홋소리와 어장의 인도 아래 작성(作聲), 재창(齊唱)하는 짓소리의 둘로 나뉜다. 홋소리 짓소리를 모두 하는 스님을 어장(魚丈)이라고 한다. 어장은 모든 소리를 자유자재로 하는 것은 물론 의식의 전반적 흐름과 이론에도 밝아야 하므로 말강(末講), 중강(中講), 상강(上講)의 과정을 거친다. 전승되고 있는 짓소리는 박송암스님과 장벽응스님이 완벽하게 불렀는데 이미 작고하고, 이제는 영산재 기능보유자(인간문화재)인 김구해스님과 마일운, 이기봉스님 등이 그 뒤를 이어가고 영산재보존회와 옥천범음대학을 중심으로 전수자를 양성하고 있다. 범패는 일본스님 엔닌(圓仁)의 <입당구법순례행기>에도 나와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창법이 있는 것이며 일제치하에서 이를 금지하는 것이 한국인의 의식을 제거할 수 있다고 보아 조선통독부에서 범패금지령을 내린 것을 보아서도 민족혼을 일으키는 중요한 무형자산임을 알 수 있다. 작법무(作法舞)란 무용(舞踊) 동작을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인 불법(佛法)을 짓는 것으로 작법(作法), 즉 법무(法舞)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 용어이다. 불교무용을 뜻하는 작법무는 재의식의 장엄함을 더하고 신앙심을 고취시키는 무용으로 바라무, 착복무, 법고무, 타주무로 구분된다. 범패와 영산재는 그동안 참선 위주로 생활한다고 표방했던 조계종에서는 홀대해 왔으나 21세기의 트랜드가 문화와 명상으로 자리 잡음에 따라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하여 2005년도에 50년만에 처음으로 자체 스님들만으로 구성된 시연팀을 통해 불교의식인 영산재를 재현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으나 태고종 스님들이 해야 제 맛이 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홍윤식교수도 밝힌 바 있지만 한국, 중국, 일본의 불교계가 정기적으로 교류하는 큰 모임인 한중일불교우호교유위원회에서도 한국의 영산재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 독특하고 장엄한 것으로 칭송을 모았다. 또한 세계의 생불로 추앙받고 있는 달라이라마가 직접 참관한 가운데 작년 10월 8일~10일 인도 뉴텔리 붓다 짜얀티파크 티베트하우스에서 열린 제3회 국제불교음악과 불교의식페스티발에도 선보여 참여대중과 달라이라마의 비상한 관심을 모은 바 있다.영산재를 무형문화재로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종단인 태고종 총무원에서 영산재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영산재보존회의 회원과 관련학자 및 정관계와 시민사회 그리고 문화,국제 활동가 등을 중심으로 지정의 필요성과 가치를 인식시키기 위한 방법마련에 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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