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계론적 세계관은 부분의 철학을 낳았다. 세계는 거대한 하나의 기계이며, 거대한 기계(세계)를 구성하는 부분은 독자적인 자기유지능력을 갖고 존재한다는 것이 기계론적 세계관의 중핵이다. 이와 같은 기계론적 세계관은 서양의 환원주의가 그 모태인 동시에 서구인들의 보편적인 사고체계의 골격을 구성한다. 17세기의 기계론적 세계관에 근거를 둔 <부분의 철학>은 물리실증주의와 논리실증주의를 두 날개로해서 서양의 과학문명(기계문명)을 발전으로 유도했다. 이에 따라 발전하지 못하는 개인이나 국가는 정체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통념을 생산했다. 이에 따라 17세기 이후 인류가 마련한 가치지향적인 발전주의야말로 가장 이상적이며 합리적인 이데올로기로 각광을 받게 되었다. 합리적 발전주의에 동참하여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벗어난 모든 신민들은 자유와 행복을 등에 엎고 전진에서 전진으로 앞다투어 진보하고자 한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우리는 서구의 기계론적 세계관과 발전주의를 갑오경장(甲午更張)을 통해 동북아시에서 가장 늦게 수입했다. 17세기에 일어난 서양의 기계문명과 부분의 철학을 우리는 1894년에서야 받아들였다. 기계주의의 수입 과정 역시 자발적이기보다는 파도처럼 밀려오는 서세(西勢)에 굴복하여 어쩔수 없이 시행한 변법개조(變法改造)를 통해 이룩되었다. 이를 기회로해서 우리는 뒤늦게나마 전반서화(全般西化)를 통한 서구화(西毆化)를 단행했다.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자아의 완성이나 자기유지능력의 함양이라는 표현은 부분의 철학으로부터 파생된 표어들이다. 이와 같은 <부분의 철학>은 서양 사람들의 근원적 테마인 동시에 기계론적 세계관으로부터 태동된 이데올로기이다.지금도 역시 서양 사람들은 부분의 실상을 알기 위해 존재의 궁극적 실체를 파고 든다. 물질의 최소입자를 분석하고 쪼개서 최종적으로 남는 실체를 찾아내고자 고군분투한다. 입자를 분해하고 쪼개서 최종적으로 손에 들려지는 실체를 얻고자 노력한다. 서구인들은 이와 같은 물리실증주의(物理實證主義)를 높이 들고 모든 입자들을 분해한다. 그런 연후에 논리를 통해서도 모든 것들의 완전한 실체를 규명하고자 애를 쓴다. 존재의 궁극적 실체와 실질적인 구조와 조직체계를 연구한 후 그 결과를 이론적 체계에 막힘없이 함축하고자 고심한다. 다시 말하면 물리실증주의와 논리실증주의(論理實證主義)를 병합해서 과학적 방법론을 정립해 나간다. 그렇기 때문에 방법론에 있어서만은 서구인들이 선택한 과학적 방법론을 상회하는 것은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우리들 가운데에서도 전근대적 사고체계를 버리고 과학적 사고방식으로 전환한 사람들은 부분의 합은 전체보다 크고, 부분은 전체로부터 분리가 가능하며, 전체는 부분으로 환원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자기 앞의 삶을 영위해 나간다. 기계론적 세계관을 근거로하는 자아의 발견이나 자기유지능력의 함양에 전력을 경주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며, 자기주장과 자기합리화를 내세우는 자기주장이 거세게 일어나게 되고보니 말이 많고 시끄러운 시장이 된 것이다.우리가 사는 사회의 문제를 하나 지적한다면 물리의 실증에 경도된 나머지 정신의 심화를 무시하는 태도를 들지 않을 수 없다. <2>동양인들이 즐겨하는 것은 존재의 궁극적 실체를 해부하기 보다는 부분과 부분의 연관성이나, 부분과 전체의 히든 커넥션에 관심을 두고 오래도록 지켜보는 일이다. 동양인 중에서도 불교를 믿는 사람들은 전체속에 부분이 들어가지만, 부분속에 전체가 들어간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 그로부터 한 발자욱 더 앞으로 나가서 부분이 전체이고 전체가 부분이라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부분과 부분 사이에서 오고 가는 운기(運氣)나 부분과 부분이 갖춘 보편성과 특수성의 상호 교환에 깊은 관심을 갖는다. 서로 서로 다른 부분들이 서로가 서로의 성립을 위해 도움을 주고 받는다고 관조한다. 다시 말하면 서양인들은 부분의 궁극적 실체를 파악하고자 노력하지만, 동양인들은 부분과 부분의 관계를 주시하며 변화를 추구한다. 특히 불교인들이 갖춘 (1)전체가 곧 부분이요, (2)부분이 곧 전체이며, (3)모든 부분들이 갖춘 보편성과 특수성이 원융회통한다는 세계관은 <부분의 철학>을 뛰어 넘는다. 뿐만 아니라 고전물리학(古典物理學)을 물리치고 일어선 현대물리학(現代物理學)의 <장의 이론>과 히든 커넥션을 이룩해 나간다.문제는 불교인들의 잘못된 인식구조와 행동양식이다. 전체와 부분은 물론이며, 부분과 부분의 연관성을 중요시 하며, <관계의 철학>을 준비하는 불교인들이 자기의 이익과 자기의 자리 유지에 집착하여 그릇된 삶의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이다. 입으로는 불법을 말하고 정의와 성실을 오치면서 속으로는 움흉하고 옳지 못한 계략을 꾸민다. 특히 불교도들의 규감이 되어야 할 지도자들이 옳지 않은 사고방식을 가지고 사람을 기만하는 행위는 규탄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