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속담에 “Honesty is the best policy”라는 게 있다. 그걸 “정직이 최선의 방책이다”라고 번역하지만 과연 ‘honesty’를 ‘정직’이라고 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바를 정(正)과 곧을 직(直)이 합쳐진 정직(正直)은 말 그대로 ‘바르고 곧음’, 그러나 ‘honesty’는 그 이상의 것으로서 ‘고귀한 품성’까지 포함한다. ‘honesty’의 뿌리는 ‘존경할만한’ ‘고귀한’라는 의미의 라틴어 ‘honestus’, ‘honestus’의 원형 또한 요즘 ‘명예’ ‘명성’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honor’의 원형 ‘honos’다. 굳이 ‘정직’과 딱 맞아떨어지는 영어 단어를 찾자면 ‘integrity’를 꼽을 수 있다. ‘integrity’의 뿌리는 ‘흠결 없는’ ‘속이지 않은’ ‘손대지 않은’이라는 의미의 라틴어 ‘integritas’다. 그러므로 “Honesty is the best policy”는 “고귀한 품성이 최선의 방책이다”라는 의미로 새겨들어야지 “곧이곧대로 정직하게 털어놓는 게 최선의 방책이다”라고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고귀한 품성을 지니지 않은 사람이 주장하는 ‘honesty’는 역설적으로 ‘dishonesty’다. 또 어린이가 아닌 어른에게 ‘순진하다’라고 하면 칭찬은 아닌 것처럼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honesty’를 주장할 경우 일을 그르치기 쉽다. 본인은 정직하게 말한다 하더라도 남 보기에는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고, 본인의 가치관과 듣는 사람의 가치관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위선적이라는 지적을 받을 가능성이 크며, 이해가 얽히게 되면 힘이 ‘honesty’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honesty’를 진리(眞理)라고 할 수 없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여성으로서 부시행정부 1기 때 국방부 대변인을 지낸 토리 클라크 전 공보담당차관보가 지난 1월 펴낸 공보?홍보 지침서 ‘돼지에게 립스틱 바르기’(Lipstick on a Pig : Winning in the No-Spin Era by Someone Who Knows the Game)가 한국서 화제가 되고 있다. 돼지에게 립스틱을 발라봤자 돼지는 돼지일 따름이므로, 나쁜 일이더라도 감추거나 이리저리 돌리지 말고 진실 그대로 밝혀야 하고, 그것도 남이 말하기 전에 자신이 먼저 말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으며, 이리저리 꾸미고 감추려 해봐야 인터넷 정보화 시대엔 실시간으로 돼지임이 들통난다는 것이다. 일견하기에 그저 그런 수준의 공보?홍보 지침과 윤리를 나름대로의 경험으로 풀어놓은 것에 지나지 않건만 한국의 주요언론들이 ‘화제’로 삼은 것은 황우석 파문,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 파문, 이해찬 총리의 접대골프 파문 등을 풀어 정리하는데 쓸모 있을 것이라는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아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맞다. 돼지에게 립스틱을 발라본들 돼지는 돼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호박에 줄긋는 것보다는 훨씬 ‘honest’하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돼지에게 립스틱을 바르는 것은 선의의 성의(?)일 수도 있지만 호박에 줄을 그어 놓고 수박이라고 우기는 것은 악의적인 기만이라는 말이다. 이라크전을 테러와의 전쟁이라고 우긴다든지, 없는 줄기세포를 있었던 것처럼 속인다든지, 성추행을 덮기 위해 삼일절 골프를 물고 늘어진다든지, 본질을 도외시한 진실 말하기야말로 ‘dishonesty’요 ‘최악의 방책(the worst policy)’이라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채 수 경<미주세계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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