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적지 않은 충격과 놀라움 그리고 우려를 가져다주었던 봉원사토지소유권 변경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사필귀정이었다 할 수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2001년 11월 고창 도솔암 주지 이준복스님이 봉원사 토지를 대한불교조계종 봉원사로 표시 변경한 것과 소유권보존등기를 한 것에 대하여 이를 말소하고 원래대로 한국불교태고종 봉원사로 환원하라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재판부의 이러한 판결은 피고인 이준복스님을 비롯한 그 소속종단과 이러한 불법을 저지르고 선동·책동하는 자들에 대한 경고와 함께 오늘의 우리 불교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없지 않다고 본다.
1954년 5월부터 4차에 걸친 이승만 대통령의 불법유시로 인하여 발생한 사찰분규는 한국불교사에 있어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큰 법란이었다. 이러한 사상최대의 법란이 일어난지 50년이 넘었다. 그런데도 그것은 아직도 전혀 종식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종식은 고사하고 그 상처와 후유증을 안은 채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몇 년 전에 있었던 선암사사건이라든지 이번에 판결을 본 봉원사사건 그리고 저 지난 해에 있었던 봉서사사건 등 크고 작은 분규사찰에서 발생한 사태들이 그 좋은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더욱 우려하는 것은 이러한 불상사와 불행한 사태들이 앞으로도 얼마든지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문제다. 우리는 이제 하루속히 이 분규만은 종식시켜야 한다. 한 정치가의 농간에 우리는 너무나 오랫동안 또 너무나 많이 농락당했음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는 이로 말미암아 우리의 불교를 우리 스스로 얼마나 훼손시켰으며 인명은 얼마나 손실되고 다쳤는가. 또 그 소중한 삼보재산은 얼마나 탕진시켰는가. 생각하면 할수록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이다. 실로 부처님앞에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우리는 더 이상 우리 스스로가 불법을 망치는 사자충이 되어서는 안 된다. 쇠에서 난 녹이 쇠를 부식시키듯 우리가 우리를 죽이는 그런 어리석은 짓은 이제 그만두어야 할 일이다. 그런 우만은 결코 다시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 또 지금쯤은 그런 짓을 그만둘 때도 되었잖은가. 진심으로 불교를 위하고 진실로 자기 자신이 불자이고 불도수행자라고 자처한다면 백번 그래야 옳을 일이다. 이제는 어떤 일이 있어도 분규사찰에 대해 집적거리거나 흠집을 내거나 또 불상사를 야기하는 무모한 행동만은 삼가고 자제해야 할 일이다. 사실, 그동안에 분규사찰과 해당 사찰의 승려들, 신도들이 겪고 당한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무던히도 괴롭힘을 당해왔다. 그런 상황을 목격할 때마다 우리는 옛 시 한 구절을 생각지 않을 수 없었다. ‘콩과 콩대는 본시 한 뿌리에서 생겨났거늘, 왜 이리도 들볶음이 심한가’ 태고종과 조계종은 원래 같은 뿌리에서 났다. 그런데 왜 한 뿌리에서 난 형제끼리 승단의 생명이랄 수 있는 화합을 스스로 깨뜨려 오역죄를 범해야 되는가 말이다. 우리도 이제는 보다 성숙한 모습을 갖출 수 있어야 한다. 보다 성숙된 불교를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세상은 지금 정신없이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또 오늘의 우리 사회는 다종교사회로서 많은 종교와 종파들이 각자 그 종세를 신장하고 신앙영역을 확장하기에 역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움직이고들 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어떤가.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가. 백번 생각해도, 우리는 이 분규사태부터 종식을 하고 볼 일이다. 정말 이것은 우리에게 가장 절실하고도 가장 시급한 현안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봉원사사건에 대한 재판부의 판결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없지 않다고 한 것이다. 그것은 불도수행자인 승려로서 수행도량을 세속적인 재물로 인식하거나 또 그것을 다툼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경고성의 판결인 동시에, 이제는 대립을 풀고 서로가 현실을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분규를 그만 종식하라는, 그리하여 화해와 협력속에 불법을 중흥시키고 불교를 발전시켜 나가라는 교훈적인 의미와 메시지도 담겨져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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