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등에 직접 소원글을 달고 나니 기뻐

외국인에 비춰진 부처님오신날의 의미는 어떠할까?
주한 폴란드대사관 삼등서기관 도로타 솝친스카 씨는 남편과 함께 지난 15일 신촌 봉원사를 찾았다. 종무소 앞에서 일일등 접수를 한 도로타 씨는 등표를 받고 경내에 걸린 연등줄에서 쉽사리 빈 곳을 찾지 못해 당황해하고 있었다. “도와드릴까요?”라는 기자의 말에 그녀는 “네. 한국에 온 후 처음으로 등을 다는데 방법을 잘 몰라 당황해하고 있었어요. 고맙습니다”라며 유창하게 한국말을 구사했다.
폴란드인인 도로타 씨는 작년에 주한 폴란드대사관으로 발령받았으나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해서 한국문화와 생활이 친숙하다고 했다.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오전에 다른 절에 갔다 관광지도에서 봉원사를 발견하고 찾아왔어요”라며 “소원글이 적힌 종이를 직접 연등에 달고나니 무척 즐겁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이런 마음으로 연등을 달겠죠?”라고 들뜬 마음을 갖추지 않았다. 
솝친스카 내외는 경내에 마련된 아기 부처의 관욕단과 색색의 연등을 둘러보면서 한국불교문화의 정취를 만끽하는 듯했다. 도로타 씨는 기자와 대화를 하면서도 한국말을 못하는 남편에게 통역을 해주며 “불교에 대해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절을 찾고 등을 달면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앞으로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태고종, 범패 등도 마찬가지구요”라며 미소지었다. 
종단, 봉원사 등의 인터넷 홈페이지 주소를 전해들은 도로타 씨는 “나중에 꼭 방문할께요”라며 “봉원사 풍경과 부처님오신날 행사를 처음 대하지만 여러 분들의 도움으로 낯설지 않았어요”라고 부연했다.
솝친스카 내외는 종단 법요식에 이어 영산재를 관람했다. 두 사람은 스님들이 법석에서 시연한 범음과 바라무, 나비무를 비디오에 담으며 한 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도로타 씨는 “영산재는 처음 봤어요. 사진에서 보는 것과 달리 스케일도 크고 멋있어요. 기회가 되면 다시 또 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한편 영산재 시연이 끝나가는 동안 해가 저물어가자 점화된 경내의 연등들이 제 빛을 내기 시작했다. 솝친스카 내외는 다시 한번 탄성을 지르며 “와, 아름다워요”를 연발하며 “지난 8일 연등축제에 참석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오늘 영산재와 수많은 연등을 보게 되어 다행입니다”라고 좋아했다. 도로타 씨는 “부처님오신날은 불자들을 물론 모든 사람들이 같이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이라며 “다른 외국인들에게 영산재를 알려 한국불교의 아름다움을 같이 나눠야겠어요”라고 말했다.
박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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